정부, 중증·응급 의료수가 대폭 인상...개원가 "동네의원은 어쩌라고?"

의원 초·재진 진찰료 4% 인상...의협 "법적 대응할 것"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내년부터 병원급 의료기관과 의원에 제공하는 '수가(의료서비스 가격)'에 차등을 두기로 결정했다. 특히, 정부는 중증·응급치료 등 병원별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보상체계를 개선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 일각에선 저수가 문제를 손보는 대신 '돌려막기식 해결책'을 내놨다며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2025년 병·의원 유형 환산지수 안건에 대해 논의한 뒤 이같이 의결했다.

통상 의료 수가는 건강보험관리공단이 의료기관의 진료행위(6000여 종류)를 보상하는 서비스 가격으로, 행위별 업무량과 위험도 등을 고려한 ‘상대가치 점수’에 점수당 단가인 ‘환산지수’ 등을 곱해 산출한다. 여기서 환산지수는 소득상승률 및 진료비 증가율, 의료물가 상승률 등 여러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정한다.

그간 정부는 의료기관 유형에 관계 없이 환산지수를 일괄 인상해 왔다. 하지만, 내년도부턴 병·의원에 각각 1.2%, 0.5%로 차등을 둬 인상폭을 정했다. 소폭이지만, 종별로 차별 없이 일괄 적용하던 기조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또한 중증·응급치료를 담당하는 상위 의료기관과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이에 따라 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의 수술·처치, 마취료에 대한 야간·공휴일 가산과 응급실 의료행위에 대한 진료비 가산이 50%에서 각각 100%, 150%로 확대된다. 이에 비해 의원의 초진과 재진에 대한 진찰료는 4% 올라가는 데 그쳤다.   

의료 수가의 경우 2008년부터 매년 7개 의약단체(병원협회·의사협회·치과협회·한의사협회·약사회·조산사협회·보건기관)가 건강보험관리공단과의 협상을 통해 결정된 유형별 환산지수를 적용해 정하고 있다. 앞서 병·의원급 수가는 환산지수 결정을 놓고 올해 5월 수가 협상이 한 차례 결렬된 바 있다.

이날 건정심에서는 의원의 환산지수는 올해 대비 0.5% 인상된 94.1원으로 책정했다. 병원 유형의 환산지수는 82.2원으로 1.2% 인상됐다. 요양병원과 정신병원은 82.5원으로 1.6% 인상됐다.

또한 의원의 외래 초·재진 진찰료를 각 4%씩 인상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병원은 △수술·처치·마취료에 대해 야간·공휴일 가산을 50%에서 100%로 확대 △응급실에서 이뤄지는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가산 50%에서 150%로 확대 △의원급 토요일 진료비 30% 가산을 병원까지 확대 적용하는 안이 논의됐다.

정부는 기존처럼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환산지수를 일괄적으로 인상하게 될 경우, 필수의료 행위가 저평가 받는 등 보상 불균형이 심화되고, 동일한 의료행위에 병·의원간 가격 차이가 커진다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고민했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위원회 논의를 통해 환산지수와 상대가치를 연계해 합리적인 수가 체계로 정상화하는 첫걸음을 시작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며 "합리적인 보상에 기반한 필수·지역의료 확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수가 체계 개편을 근본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의협 "건정심 결정 철회해야...법적 대응 총동원할 것"

복지부의 이 같은 결정을 두고 개원의가 중심으로 모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비판이 쏟아졌다. 유형별 차등 수가 인상은 저수가 문제를 개선하는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 덜 낮게 평가된 과목의 인상분을 억제해 저평가된 행위에 돌려막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전날 저녁 입장문을 통해 "괴상한 차등적용 방식은 행위 유형간 불균형을 더 왜곡하고, 전문 과목간 분열을 조장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며 "불법적 방식으로 일부 수가만 인상해 생색내면서 필수의료라고 주장하는 외과 죽이기에 앞장서며 저수가로 허덕이는 1차 의료기관을 또 짓밟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결정을 철회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수가 인상과 별도의 재정을 투입해 저평가된 필수의료의 수가를 정상화해야 한다"며 "불공정한 수가협상 결정방식과 고질적인 건정심의 불합리한 결정구조를 과감하게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협은 정부가 이번 결정을 철회하지 않을 시 "법적 소송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무소불위 불통 정부에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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