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뇌종양 잡는 '입자방사선' 치료기...국내 연구진 개발 '시동'
길병원-다원메닥스 공동개발...국제학회서 임상1상 발표
양성자나 중성자 등을 이용해 암의 크기를 줄이는 차세대 입자방사선 치료기 개발에 파란불이 켜졌다. 특히, 치료가 어려운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에 효과를 보여 결과가 주목된다.
24일 가천대 길병원은 소속 연구진이 공동 개발한 차세대 입자 방사선 치료기 'A-BNCT'(붕소 중성자 포획 치료기)가 임상 1상을 마무리하고 치료 안정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치료기는 '붕소' 성분의 약물을 몸에 주입한 후 붕소를 섭취한 암 덩어리에 중성자를 쏘아 핵반응을 일으켜 암세포만 사멸시킨다. 붕소는 중성자를 만나면 방사선을 방사하는 특성이 있다.
이론적으론 치료 과정에서 암 덩어리만 중성자에 반응하기 때문에 정상세포는 손상시키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진다.
따라서, 악성 뇌종양이나 재발암, 수술로 절제가 어려운 침윤성 암 등의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진은 수차례 반복해야 하는 기존 방사선 치료기(X선, 양성자, 중입자 치료기)와 달리 1회 만으로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연구진은 교모세포종 재발 환자 6명을 대상으로 1상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2022년 12월부터 2024년 1월까지 해당 치료를 받은 이들 환자 중 2명은 기존 치료법을 받았을 때와 비교해 예후가 좋아졌으며, 다른 2명은 치료 경과에서 기존 상태를 유지했다. 나머지 2명은 추적기간이 짧아 비교가 어려웠다.
첫 번째 임상 환자는 18개월째 건강이 양호한 상태로 일상을 보내고 있으며 대부분의 환자가 기존 치료법에 비해 좋은 효과를 보였다. 해당 결과는 지난달 말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열린 '세계중성자포획치료학회 제20회 국제 학술대회'에서 공개됐다. 학계는 이들 모두 교모세포종 재발 환자임을 감안했을 때 치료 성과가 유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교모세포종은 가장 흔한 원발성 악성 뇌종양이다. 전체 뇌종양의 12~15% 정도를 차지한다. 수술과 항암 방사선 등 표준 치료법을 진행하더라도 평균 생존율이 2년이 채 안 돼 예후가 매우 좋지 않고 재발도 흔하다. 암의 증식 속도가 빨라 뇌 주변 조직으로 전이가 쉬워 치료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임상시험을 총괄한 이기택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첫 번째 환자가 매우 좋은 예후를 보였을뿐 아니라 유효성 측면에서도 기존 치료 대비 월등하게 개선됐다"며 "치료가 어려운 암환자들을 위해 앞으로의 임상도 내실있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김우경 가천대 길병원장은 "악성 뇌종양 중에서도 가장 예후가 나쁜 교모세포종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해 의미가 깊다"고 평가했다.
한편, 해당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으로 방사선 의료기기 개발 기업인 다원메닥스 등과 함께 진행 중이다. 병원은 연내 2상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2상에선 교모세포종 외에도 두경부암과 피부 흑색종, 기타 악성 뇌종양 등의 난치암 환자로 확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