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날 때 혈압 오르는 노인, 더 노쇠해"
김광일·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연구
누워있다가 일어날 시 혈압이 올라가는 '기립성 고혈압'이 있는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더 노쇠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노쇠란 신체 항상성을 유지하는 생리적 기능이 감소해 다양한 병이 생기면서 입원 가능성, 사망 위험이 높아진 상태를 말한다. 나이가 들면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증상들을 일컫는 노화와는 다른 개념이다.
김광일·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 류동열 강원대병원 교수 연구팀은 국내 12개 국립대병원에서 모집한 2065명의 노인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기립성 혈압 변동 검사를 시행했다. 그런 뒤 기립 시 혈압 변동과 △노쇠 △인지기능 저하 △삶의 질 저하 간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누워 있다 몸을 일으킬 때는 혈압이 약간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에 반대로 혈압이 높아졌다면 상대적으로 건강이 더 나쁜 상태로 규정할 수 있다.
분석 결과, 노인 고혈압 환자의 4.6%는 기립성 고혈압, 4.1%는 (반대로 섰을 때 혈압이 낮아지는) 기립성 저혈압이라는 소견이 나왔다. 합산 시 기립성 혈압 변동 소견을 보이는 비율은 전체의 9%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기립성 고혈압 소견을 보이는 고혈압 환자에서 노쇠 비율이 더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기립 시 혈압 변동이 정상인 노인 고혈압 환자에서 노쇠 전 단계는 23%, 노쇠는 4% 수준의 비율을 보인 반면, 기립성 고혈압 환자는 노쇠 전 단계 38%, 노쇠는 8% 수준으로 대조군보다 크게 높았다.
이외에도 기립성 고혈압 소견 환자는 인지기능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기록해 치매 등 인지기능 저하와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삶의 질 평가 설문조사에서도 △일상활동 유지 △운동능력 △통증 △불편 등 항목들에서 대조군에 비해 점수가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광일 교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국내 현실을 고려할 때 향후 노인 고혈압 환자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인 고혈압 환자 중에서도 기립성 혈압 변화와 노쇠, 인지기능 저하 간의 연관성이 깊다는 사실을 밝힌 만큼, 환자 개인 특성에 맞는 최적의 혈압 관리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심장학회 공식 학술지인 《고혈압(Hypertension)》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