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반지라는 ‘갤럭시 가락지’에 소비자 반응 미지근

디자인·기능·가격 모두 물음표

서울 마포구 '삼성스토어 홍대'에 진열된 갤럭시 링 제품 사진. 5~13호 9개 사이즈로 출시했다. 사진=장자원 기자.

헬스케어 산업을 확대하겠다며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내놓은 스마트 반지 ‘갤럭시 링’에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기대와 다른 디자인과 기능에 의문을 표하는 소비자들이 잇따르고 있다.

갤럭시 링은 손가락에 낄 수 있는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신제품 발표 행사 ‘갤럭시 언팩 2024’를 통해 공개됐다. 갤럭시 링은 삼성전자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새로운 기기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제품군은 2019년 갤럭시 핏의 신규 등장을 마지막으로 기존 제품의 업그레이드 버전만 출시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삼성스토어에 실물이 공개되자 실망감을 표하는 소비자들이 상당수다. 기자는 서울마포구에 위치한 ‘삼성스토어 홍대’에 방문해 갤럭시 링을 실제 사용해보고 현장에서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폈다.

헬스케어 특화 제품이라더니 제대로 쓰려면 워치 필수?

전문 리뷰어들과 실제 제품을 착용해본 소비자들은 모두 “기대와 달리 독립적인 제품이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기능을 100% 활용하려면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워치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애초 소비자들이 스마트 반지를 원했던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웨어러블 제품이 거추장스러워서"다. 스마트 워치는 그 무게와 크기 때문에 격한 운동을 하거나 잠을 잘 때 착용하기 불편하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이에 삼성전자는 갤럭시 링 공식 사이트를 통해 “링을 착용한 사실을 잊게 할 만큼 편하다”, “한순간도 빠짐없이 건강을 측정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갤럭시 링의 가장 큰 무기가 ‘편안함’이라고 강조했다.

갤럭시 링 제품 사진. 손가락과 맞닿는 안쪽에 가속도 센서, 광학 센서, 피부 온도 센서 등이 탑재됐다. 사진=장자원 기자.

그런데 정작 공개된 갤럭시 링은 갤럭시 워치 없이는 기능을 모두 활용하기가 어려웠다.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는 운동은 ‘걷기’와 ‘달리기’ 뿐이다. 이외의 활동이나 운동은 심박수나 활동 지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추적하는 정도다.

여기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착용하기 불안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평소 헬스장에서 스마트 워치가 너무 불편해 스마트 반지 구매를 고민했다는 A씨(31세, 서울 용산구)는 “실제 착용해보니 무거운 바벨이나 덤벨에 닿으면 흠집이 날 수 있을 것 같다”며 “가벼운 유산소나 수영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웨이트 트레이닝은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장에서 만난 삼성전자 관계자는 “갤럭시 링은 티타늄으로 외부 마감처리를 했다. 소재 특성상 외부 긁힘이나 흠집에 강하다”면서도 “내부적으로 긁힘 방지에 대한 테스트를 얼마나 진행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면 기능 역시 불완전하다. 이번 언팩 행사에서 공개된 ‘갤럭시 워치 7’에는 착용자의 수면무호흡 여부를 측정하는 기능이 탑재됐다. 워치의 광혈류측정 센서를 통해 수면 중 혈중 산소포화도를 분석해 수면무호흡 징후를 감지하는 원리인데, 갤럭시 링에는 이 기능이 빠졌다. 현재로서는 워치 없이는 ‘반쪽짜리’ 수면 체크만 가능한 셈이다.

갤럭시 링을 통해 현장에서 기자의 실시간 스트레스 지수를 측정한 화면. 금요일 오후 기준으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사진=장자원 기자.

역대급 호불호 디자인, 구매 이유 제시할 수 있나?

갤럭시 링의 디자인에도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약 77만 명의 구독자(15일 기준)를 보유한 IT 리뷰 전문 유튜버 ‘언더케이지(UNDERkg)’는 “기존의 스마트 반지를 써본 사람은 갤럭시 링이 훨씬 얇고 가볍고 착용감이 좋다고 평가하겠지만, 제품 자체를 처음 보는 사람은 생각보다 두껍고 덜 이쁘다고 평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마트 반지는 다른 제품보다 액세서리 측면이 더 강조되는 제품이기에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약 256만 명의 구독자(15일 기준)를 보유한 ‘잇섭’ 역시 “애매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잇섭은 “출시한 세 가지 색깔 중 블랙과 실버는 가격 대비 고급진 느낌이 없고, 골드는 지문이 너무 많이 묻는다”며 “50만원 가까운 가격의 제품에는 어느 정도 퀄리티를 기대하게 되는데, 그것보다는 저렴한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스토어 현장에서 한 시민이 7호 사이즈 갤럭시 링을 착용한 모습. 사진=장자원 기자.

실제 소비자들의 평가도 비슷했다. 11년간 삼성전자의 거의 모든 제품을 구매해왔다는 B씨(29세, 경기도 수원시)는 “(갤럭시 링은) 반지보다는 가락지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액세서리에서 반지와 가락지는 전혀 다르지 않나”라며 “갤럭시 시리즈의 엄청난 팬인 나도 갤럭시 링을 구매할 이유를 전혀 못 찾을 정도라면,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그냥 ‘이런 게 있나 보다’ 하고 지나칠 것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부분에선 삼성전자 처지에선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다. 언더케이지의 분석처럼, 기존에 먼저 제품을 출시한 핀란드 스타트업 ‘오우라’의 ‘오우라 링’은 갤럭시 링보다 훨씬 투박하고 두꺼운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삼성전자의 인지도가 압도적인 덕분에, 스마트 반지 제품군을 갤럭시 링으로 처음 접한 소비자가 너무 많아서 나오는 반응일 수도 있다.

기자가 13호 사이즈 갤럭시 링을 착용한 모습. 사진=장자원 기자.

IT 제품의 디자인에 대한 설득력을 제시하는 것은 결국 판매량이다. 글로벌 음향기기 시장을 블루투스 이어폰 위주로 개편했다는 평가를 받는 애플의 ‘에어팟’ 역시 2016년 공개 당시 “콩나물 머리 부분을 잘라놓은 것 같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탄탄한 완성도를 바탕으로 출시 2년 뒤 세계 헤드폰 시장점유율의 60%를 차지하며 품귀현상까지 빚은 뒤에는 에어팟의 ‘콩나물’이라는 별명이 비아냥이 아닌 애칭이 됐다.

갤럭시 링 역시 실사용자들의 긍정적 후기가 이어지고 시장에서 어느 정도 반응을 이끌어낸다면 디자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반전될 여지도 충분하다. 이를 위해선 비싼 값(국내 출고가 기준 약 50만원 선으로 예상)을 치르고도 소비자가 이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일단 제품은 나왔다...향후 과제는?

삼성전자는 이미 기대 이하라고 평가받은 1세대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과 개선을 이뤄낸 경험이 있다. 지난 2019년 공개된 전 세계 최초의 폴더플 스마트폰 ‘갤럭시 폴드 1세대’는 외부 화면이 다소 작고 답답하며 화면에 남는 접힌 자국이 생각보다 거슬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출고가 239만8000원에 대한 불만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힌지를 개선하고 외부 화면 크기와 해상도를 꾸준히 늘리며 폴드의 완성도를 높여갔다. 여기에 직각으로 접었을 때 화면을 분할해 사용할 수 있는 특성을 살려 카메라 촬영이나 동영상 시청, 영상통화 등에 적용하며 차별화에 성공하기도 했다. 출시 6년차인 올해, 갤럭시 링과 함께 출시된 ‘갤럭시 Z 폴드 6’과 ‘갤럭시 Z 플립6’는 삼성전자의 모바일 역량이 집약된 최고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전자의 향후 과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갤럭시 링에 대한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개선을 이뤄내는 것이다. 강점을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쟁 제품인 오우라 링은 유료 구독 모델을 통해 세부 건강 리포트를 제공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자체 플랫폼 ‘삼성 헬스’를 통해 비슷한 기능을 전부 무료로 제공한다. 파리 언팩 현장에서 이 사실이 발표되자 현장의 외신 기자들이 탄성을 질렀을 정도로 차별화된 강점이다. 여기에 기존 갤럭시 제품의 인지도나 판매량에 힘입은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말은 많지만, 제품은 이미 출시됐다. 갤럭시 링이 삼성전자의 '절대 반지'가 되기 위해선 여러 소비자와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피드백을 반영해 시장 선점을 노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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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ud*** 2024-07-17 06:43:39

      굳이 헬스케어하는데 몇백줘야 할 메리트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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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ic*** 2024-07-16 16:42:28

      이 세상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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