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뇌경색 온다면"...골든타임 4.5시간의 진짜 의미

부산부민병원 심·뇌혈관센터, 뇌졸중 일으키는 ‘혈전’ 대처법

뇌혈관이 막히며 생긴 뇌경색(腦梗塞, cerebral infarction)은 뇌 일부가 죽는 병이다. 발생한 부위에 따라 후유증이 크게 남는다. 그래서 발생한 그 시점부터 바로 응급상황이 된다.

병원으로 달려가야 할 치료 골든타임(golden time)이 4.5시간이다. 그때를 전후로 치료 예후가 확 달라지기 때문.

[사진=클립아트코리아]
그런데, ‘뇌경색 골든타임 4.5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그 시간 안에 치료 받으면 후유증 없이 완전히 낫는다는 얘기인가? 아니면 목숨이라도 살릴 수 있다는 정도일까?

부산부민병원 심·뇌혈관센터 조봉기 과장(신경외과)은 “여기에서 골든타임은 ‘이 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하면 살 수 있다’는 의미의 골든타임이랑은 약간 다르다”고 했다.

즉, 우리 몸 전체를 관장하는 뇌(腦)는 한번 손상을 입으면 그 이전 상태로 100% 되돌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뇌경색이 온 이상, 어느 정도의 후유증은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럼 골든타임 전후로 도착한 환자들을 응급실 의사들부터 안간힘을 쓰며 치료하는 것은 왜일까? 조 과장은 “뇌경색 응급환자를 급하게 치료하려는 이유는 막힌 혈관으로 인해 뇌 기능이 급속히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 했다.

“막힌 혈관으로 뇌가 입을 손상의 정도를 최종 100이라고 했을 때, 보통은 30~50 수준에서 병원에 오게 되고, 적절한 치료를 함으로써 50~60 정도에 그치도록 하는 게 치료 목적”이라는 것이다.

뇌경색 환자의 막힌 혈관을 그대로 뒀을 때, 우리 몸의 ‘자연 치유’ 현상 덕분에 우회혈관(迂廻血管, collateral vessel)이 발달하게 되어 회복되는 경우도 물론 있다. 그러나 여기엔 꽤 긴 시간이 걸리기에 그동안 진행되는 뇌 손상은 어쩔 수가 없다.

게다가 혈관이 막힌 채로 있다면 뇌경색 합병증 중에서도 심각하다는 ‘뇌출혈 합병증’(출혈 변성, hemorrhagic transformation)이 잘 발생하는데, 이런 경우엔 회복 가능성이 더 낮아진다.

뇌혈관 등 혈관 질환의 애물단지, '혈전' 어떻게 하느냐가 치료 핵심

그래서 뇌경색 치료의 핵심은 뇌혈관을 막히게 한 ‘혈전’(血栓, thrombus)을 없애는 것. 대개는 뇌혈관의 피 흐름이 정체되면서 생긴다(두개강내 동맥경화증, ICAS). 하지만, 다른 곳에서 생긴 혈전이 뇌혈관으로 넘어와 혈관을 막아버린 예도 있다. 특히 심장 부정맥이 있을 때 그런 상황이 더 잘 생긴다.

그래서 ‘뇌경색 골든타임 4.5시간’은 그 혈전을 녹여줄 ‘혈전 용해(溶解)제’(thrombolytic agent)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란 얘기가 된다. 정맥을 통해 혈전 용해제를 투여해 막힌 혈관이 다시 열리면 증상이 극적으로 좋아지기 때문.

하지만 이때를 넘기면 혈전이 굳어가며 용해제를 써도 잘 녹지 않는다. 오히려 혈전 용해제의 부작용으로 뇌 및 다른 장기에서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는 단계이기도 하다.

만일, 혈전 용해제로 효과를 보기 어려울 땐 혈관에서 혈전을 아예 없애는 ‘혈전 제거(除去)술’이 등장한다. 신경과, (신경계)영상의학과, 또는 신경외과 전문의들이 시술한다.

그 혈전제거술의 골든타임은 조금 더 긴 6~8시간. 막힌 혈관 부위에 스텐트를 밀어 넣어 혈전을 긁어내거나(stent-retriever), 혈전 덩어리를 빨아당겨(suction) 없앤다. 이 두 가지 방법을 동시에 쓰기도 한다.

CT와 MRI, 뇌혈관 조영술 등을 통해 확인한 뇌경색 병변에 따라선 증상 발견 후 24~48시간까지 혈전 제거술이 가능한 때도 있다. 대개는 뇌의 뒤쪽 혈관이 막힌 경우다. 예전엔 큰 혈관에서만 혈전 제거가 가능했으나, 최근 들어선 시술 기구 발달로 상대적으로 작은 분지(分枝) 혈관이 막힌 것도 뚫어낸다.

하지만 문제는 이 과정에서 혈관을 건드려 혈관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혈전 덩어리 가운데를 미세 도관으로 뚫을 때 막힌 혈관 너머까지는 볼 수가 없는 상태에서 경험적으로 정상 혈관을 찾아가기(blind navigation) 때문.

게다가 스텐트로 혈관을 긁을 때도 혈관이 터질 가능성이 있다. 숙달된 의사의 손길이 필요한 이유다.

이런저런 골든타임 다 넘긴 상황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혈전이 이미 굳어있고, 여러 번 혈전 제거술을 시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을 때는 앞서 말한 우회혈관을 만들어주는 수술을 할 수 있다. 두개골 바깥쪽 두피 혈관과 안쪽 뇌혈관을 이어주는 ‘뇌혈관 문합술(吻合術, anastomosis)’이다.

그것조차 시행할 수 없거나 큰 의미가 없을 때, 이젠 마지막 방법밖에 없다. 뇌경색 자체에 의한 뇌 손상은 포기하고,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을 막기 위한 ‘감압적 두개골 절제술’이 바로 그것.

조 과장은 “광범위한 뇌경색 이후에 오는 심한 뇌부종으로 인해 사망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하는 수술”이라며 “신경학적 손상(마비, 구음장애 등)을 막기 위한 수술이라기보다는 살기 위해 하는 수술”이라 했다. “아직 의식이 있을 때 시행하면 그나마 생존 가능성이 40% 정도는 된다”고 했다.

[사진=부산부민병원 심뇌혈관센터]

혈관 응급질환 생겼을 땐 심뇌혈관센터가 골든타임 지킬 마지막 보루

대형 종합병원 ‘뇌혈관센터’는 이런 뇌경색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클리닉. 응급질환과 중증질환, ‘중환자치료’가 겹치는 ‘필수의료’ 현장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외상성 및 자발성 뇌출혈, 뇌동맥의 한 부위가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뇌동맥류’(腦動脈瘤, cerebral aneurysm)도 치료한다.

부산부민병원 심뇌혈관센터는 협심증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부터 뇌경색 뇌출혈 등 ‘뇌혈관질환’, 거기다 하지정맥류 말초동맥질환 등 ‘말초혈관질환’까지 집중 치료한다. 최창화 병원장(신경외과)부터 박현욱(뇌혈관, 신경외과)-김성관(뇌신경, 신경과)-정순명(심혈관, 순환기내과) 센터장 등 라인업도 화려하다.

만일, 고혈압이 있으면서 담배를 오래 피워온 경우라면 뇌경색 등 뇌졸중 위험군(群)인 만큼 평소 눈여겨 봐둔 뇌혈관센터에서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으면서 만일 있을지 모른 응급상황에 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다 연령대까지 높다면, 가족에게도 병원 얘기 해두는 것이 현명하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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