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안 아파본 사람 있나?...어지간한 허리 통증엔 걷기가 “약”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허리 통증, 즉 요통은 허리와 허리 주변 부위가 아픈 증상을 말한다. 요통은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흔한 증상으로 대부분 크게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잠을 잘못 자도 허리가 아플 수 있고, 앉는 자세가 바르지 않아도 통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리가 아프면 무조건 쉬어야 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의사들도 환자들이 허리 통증으로 병원에 방문하면 절대적 휴식을 권장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문의들도 “가벼운 요통의 경우 무조건 쉬는 것보다 간단히 움직이는 등 통증에 맞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벼운 요통 완화에 신체 활동이 도움
허리의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근육통부터 뼈에 이상이 발생하는 경우까지 매우 다양하다. 물론 심한 요통이 있거나 통증과 함께 배뇨 제어가 어렵거나 밤에만 통증이 나타나거나 골절 위험이 높은 상태라면 반드시 전문의를 통해 통증의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하지만 가벼운 요통이 있을 때는 무조건 쉬는 것보다 통증 부위를 계속해서 움직여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일상 속에서 허리 근육을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근육이 긴장하면 허리 통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약한 요통이 있을 때는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엎드려 누운 자세 유지하기, 엎드린 자세에서 살짝 뒤로 허리 젖히기, 똑바로 선 자세에서 허리 젖히기 등의 스트레칭 자세가 있다.
평소에는 허리 통증 예방을 위해 척추 주위의 근육을 강화시키는 코어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코어 운동을 통해 척추 근육이 강해지면 척추를 지지하는 힘이 늘어나 요통을 없애는데 도움이 된다. 코어 운동은 몸의 중심 부위를 강화하는 것으로 플랭크, 브릿지 등이 있다.
유산소 운동, 그중에서도 걷기가 좋아
척추를 건강하게 만들어 허리 통증을 예방하려면 평소 꾸준한 운동 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건강한 척추를 만드는 데는 걷기나 조깅 등의 유산소 운동이 좋다. 유산소 운동은 전반적으로 다리와 허리 근력을 강화시켜주고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규칙적으로 걷는 것은 요통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이 연구는 규칙적인 걷기는 어떤 사람들에게는 요통이 발생하는 간격을 길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거의 누구나 안전하게 걷기 루틴을 만들 수 있으며, 규칙적인 걷기는 만성적인 통증을 줄이는 것 외에도 추가적인 건강상의 이점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걸을 때 요통이 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연구는 특히 요통이 환자와 의료 시스템 전반에 미치는 피해를 감안할 때 단순한 건강 개입으로서 걷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한다. 2020년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6억1900여만 명이 요통을 경험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그 수가 2050년까지 8억4300여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호주 매쿼리대 보건과학과의 나타샤 포코비 박사는 “일반적으로 요통을 다룰 때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는 격언을 뒷전으로 밀려난다”며 “그러나 우리가 허리 통증 예방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면, 그것은 의료 시스템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규칙적인 걷기의 이점
걷기와 허리 통증 사이의 관계를 조사하기 위해 포코비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은 최근에 요통을 경험한 성인 701명을 추적했다.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54세였으며 그 중 81%가 여성이었다.
이 연구에서 요통의 발생은 최소 24시간 동안 지속되고 0~10까지의 통증 척도에서 최소 2를 기록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연구 대상자들은 중재 그룹과 통제 그룹으로 나뉘었다. 중재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물리 치료사와 함께 6개의 안내 교육 세션과 걷기 운동 계획을 받았다.
이러한 걷기 프로그램은 개별화 되었지만, 중재 그룹의 참가자들은 6개월 동안 매주 30분씩 5회까지 걷기 요법을 하도록 권장됐다. 이 연구는 2019년 9월에 시작해 2022년 6월에 끝났고, 연구팀은 1~3년 동안 두 그룹을 추적했다.
대상자들은 연구를 시작한지 3개월 후에 7일 동안 가속도계를 착용했는데, 이를 통해 연구팀은 그들의 걸음 수와 빠르게 걷는 걸음 수를 추적할 수 있었다. 데이터를 분석한 후 연구팀은 대조군의 참가자들이 규칙적으로 걷은 사람들보다 허리 통증이 재발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평균적으로 대조군의 사람들은 112일 후에 요통이 다시 발생한 반면, 걷기를 한 그룹은 재발하기 전에 평균 208일이 걸렸다. 포코비 박사는 “우리는 항상 걷기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직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게 간단한 개입이 대단히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놀랐다”고 밝혔다.
걷기가 요통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유
걷기가 요통을 예방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 둘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데 동의한다. 미국 뉴욕 특수 외과병원의 폴 쿡 박사는 “규칙적인 걷기는 다리와 코어 근육을 강화하고, 유산소 능력을 향상시키고, 체중을 조절하고, 스트레스와 긴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며 “이런 것들은 모두 허리 통증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걷기는 요통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운동은 앉아서 있을 때 발생하는 뻣뻣함과 피로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통증을 완화한다. 이외에도 규칙적인 운동이나 걷기 루틴은 “근력, 이동성, 기분 및 에너지를 증가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요통을 위해 걷기를 시도하려는 사람들은 안전하게 걸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특정 건강 상태가 있는 사람들은 매일 걷는 걸음 수를 크게 변경하기 전에 전문가와 상담을 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들은 “시작하기 전에 심장, 폐 또는 혈액 순환 문제가 있거나 최근 병원에 입원했던 사람들은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며 “부상이나 건강 상태로 인해 물리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는 가정 운동 프로그램에 규칙적인 걷기를 잠재적으로 통합하는 것에 대해 치료사와 논의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또한 요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은 특히 통증이 있을 때 운동을 격렬하게 할 필요가 없다. 반면에 한동안 활동적이지 않았다면 빠르게 걷는 것이 좋다.
미국 국립 심장·폐·혈액 연구소의 걷기 프로그램을 참고하면 일주일에 네 번 매일 10분씩 걷기 시작해 걷는 시간, 속도 및 빈도를 천천히 늘려야 한다. 두 달이 끝날 때쯤에는 일주일에 다섯 번 35분 동안 활발하게 걷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걷기 운동을 할 때는 안전 예방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 △제대로 지지되는 신발 착용 △파트너와 함께 걷거나 친구나 가족이 언제 걷기 운동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는지 알리기 △수분과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작하기 전에 간식을 먹고 물 마시기 △위험한 온도에서 과도한 시간을 보내지 않도록 날씨에 유의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