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시장, 이젠 살을 '얼마나'가 아니라 ‘어떻게’ 빼느냐가 핵심

한미약품-동아에스티 “적응증 확장 위해 체중 감량의 질이 중요”

김미경 동아에스티 연구본부장(왼쪽)과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이 10일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2024'에서 자사 비만치료제 후보물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장자원 기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제가 주도하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화제성과 효과를 이어가기 위해선 체중 감량의 ‘질(Quality)’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10일 한국바이오협회는 서울 코엑스에서 ‘바이오플러스-인터펙스 2024(BIX 2024)’를 개최하고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모색하는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특히 ‘비만치료제 시장의 적응증 확대 흐름’ 주제로 열린 토론 세션이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프로젠, 디앤디파마텍 등 관련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국내 기업 관계자들이 패널로 나서 개발 동향과 당면 과제를 공유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며 이들 약의 성분인 GLP-1 작용제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해 말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가 “글로벌 GLP-1 비만치료제 시장은 2030년까지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을 정도다.

이들 치료제가 비만 환자들의 체중을 감량하면서 심혈관질환,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수면무호흡증, 고혈압 등의 질환을 개선한다는 것이 알려지며 보다 다양한 병에 대한 치료제로 개발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이날 세션 역시 GLP-1 계열 약물의 적응증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 전문가들은 차세대 비만치료제가 ‘체중을 얼마나 감량했느냐’보다 ‘체중을 어떻게 감량했느냐’에 주목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왼쪽부터) 최인영 한미약품 R&D 센터장, 김미경 동아에스티 연구본부장, 김종균 프로젠 대표,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 사진=장자원 기자.

김미경 동아에스티 연구본부장은 “이미 시장에 출시된 비만치료제의 작용 원리는 기본적으로 식욕 억제로, 굶어서 빼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체중은 줄어들지만 근육량을 보존하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식욕 억제만으로는 체중 감소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것이 김 본부장의 설명이다. 실제로 동아에스티가 자체 진행한 전임상에서 기존의 GLP-1 작용제는 투약 10일차에 체중 감소 효과가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보 노디스크와 릴리의 자체 임상에서도 동일하게 보고된 내용이다.

이에 동아에스티는 환자의 기초대사량을 높여 체중을 줄이는 방향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다이어트도 무작정 굶는 것보다 식단 조절과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신체 균형에 더 도움이 되는 것처럼, 비만치료제 역시 같은 효과를 노리겠다는 구상이다.

김 본부장은 “현재 동아에스티가 개발 중인 후보물질 ‘DA-1726’은 식욕 억제 외에도 말초의 기초 에너지 대사량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며 “전임상에서 젭바운드보다 지속적인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으며, 투약 중단 이후 체중이 다시 증가할 위험도 적었다.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결국 기초대사량의 증가”라고 설명했다.

한미약품도 비슷한 방향으로 차세대 GLP-1 작용제를 개발하고 있다. 최인영 한미약품 전무(R&D 센터장)는 “이제는 체중 감량의 퀄리티를 고려할 때”라며 현재 한미가 개발 중인 후보물질 ‘HM15275’를 소개했다.

이 후보물질은 GLP-1과 위 억제 펩타이드(GIP), 글루카곤(GCG) 삼중작용제다. GLP-1 수용체가 포만감을 높이고 글루카곤이 에너지 대사를 늘리면 GIP 수용체가 위장관 부작용을 조절하는 원리다.

최 전무는 “HM15275가 전임상에서 위고비나 젭바운드보다 체중 감소 효과가 뛰어났고, 근육 감소는 줄이는 결과를 확인했다”며 “이러한 특성 덕분에 심장이나 신장 질환이 나타난 동물 모델의 질병 악화를 막는 작용도 더 커 적응증 확장도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만치료제가 에너지 대사를 높이고 근육 감소를 최소화하면 환자가 운동한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타나 이후 관련 질환의 치료가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들 기업의 접근 방식이다.

최 전무는 “현재는 당뇨와 비만, 심혈관질환 치료제를 각각 따로 처방받는 상황이지만, GLP-1 계열 약물이 근감소 억제 등 더 나은 효과를 입증해 적응증을 확대하면 치료 방식의 통합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한미약품은 미래 비만치료제 시장을 선점할 경쟁력이 여기에 있다고 보고 임상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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