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런 의도가 아니었는데”…엉뚱하게 대박친 약들

[권순일의 헬스리서치]

파란색의 발기 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는 원래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다 남성의 발기 부전을 치료하는 효과가 발견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스피린은 ‘다재다능한 약’이다. 해열, 진통제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관절과 근육 통증, 치통, 소화 작용, 혈소판 응집 억제의 효능도 있다. 이쯤 되면 만병통치약으로 불릴 만하다.

그렇다고 남용해서는 안 된다. 부작용의 덫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심혈관용으로 나온 아스피린은 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아스피린은 특정 용도로 개발하다 실험 과정에서 전혀 뜻밖의 효능이 발견돼 대박을 친 대표적인 약이다.

뜻밖의 효능 발견된 아스피린과 비아그라

이런 면에서 아스피린 못지않은 게 비아그라다. 비아그라는 원래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다. 그런데 인체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에서 발기 부전 개선 효과가 발견됐다. 예상하지 못한 비아그라의 효과는 고개 숙인 전 세계 중년 남성들에게 희망을 줬다.

개발 당시 임상 시험이 끝난 뒤에도 환자들이 추가 투약을 강하게 원하는 것을 연구팀이 이상하게 여기면서 이러한 사실이 밝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비아그라는 고산병 증세를 완화하는 용도로도 사용된다.

비아그라의 효능은 이뿐만이 아니다. 치매 예방에 좋다는 것이다. 최근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가 혈관성 치매의 예방에도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혈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의대 연구팀은 뇌소혈관 질환(CSVD·Cerebral Small Vessel Disease)의 신경학적 징후가 있는 사람 75명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뇌소혈관 질환은 뇌의 백질에 있는 작은 혈관이 손상되는 각종 병이며 치매, 뇌졸중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비아그라가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아그라로 인한 활발한 성생활에 의한 것인지 그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남성에게 발기를 일으키는 강력한 화학 물질인 실데나필이 수명에 유익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툴루즈 병원과 스위스 취리히대, 로잔대 공동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 데이터를 이용해 발기 부전 치료제를 처방받은 남성은 40년간의 약물 행적을 조사한 결과, 이 연구 기간 동안 사망할 확률이 15%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파란색 비아그라 알약이 사람들의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정확한 이유는 밝혀내지 못했다. 연구팀은 실데나필이 심장 질환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최근 연구를 잠재적 요인으로 강조했다.

부작용에 주의하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비아그라도 일시적인 시력 장애, 청력 손실, 두통,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 속 쓰림, 코 막힘, 근육통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의사의 처방 없이 사용하면 안 되며, 복용 전에는 반드시 자신의 건강 상태와 약물 복용 내역을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아스피린과 비아그라 외에도 원래 용도와 다른 효능을 내는 치료제들에 관한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한 제약사가 개발한 바르는 무좀약인 ‘사이클로파이록스’가 에이즈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미국 럿거스 뉴저지메디컬스쿨 연구팀은 이 무좀 연고가 정상 세포는 놔두고 에이즈를 일으키는 원인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세포만 스스로 자살하도록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관절염 치료제가 전신 탈모증 환자의 발모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예일대 의대 피부과 연구팀에 따르면 전신 탈모증을 앓고 있는 20대 남성이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토파시티니브’를 처방받은 뒤 머리, 눈썹, 속눈썹, 얼굴, 겨드랑이 등에서 털이 자랐다. 관절염 치료제가 모낭을 공격하는 면역체계를 바꿔 털이 다시 자라나게 하는 효과를 냈다고 연구팀은 주장했다.

국내에서는 천식 치료제가 소음성 난청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생쥐 실험을 통해 처음 확인됐다. 아주대 의대 박상면 교수팀은 “천식치료제인 ‘몬테루카스트’가 청각 세포의 사멸을 막아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팀에 따르면 몬테루카스트는 소음이 난청을 유발하는 신호 전달 체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실험에서 이 약물을 주입한 쥐의 청각 세포는 계속 소음에 노출됐는데도 손상률이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비만 치료제의 부수적인 효과가 관심

최근에는 비만 치료에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당뇨 및 비만 치료제 오젬픽과 체중 감량제 위고비의 부수적인 효과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비만 치료제들은 심장마비, 뇌졸중 및 심혈관 관련 사망 위험 감소를 포함한 다른 의학 분야에서도 사용이 승인될 정도로 다양한 효능을 발휘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들 체중 감량 약물은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2위인 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암 학회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 회의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이 약물을 복용한 환자는 난소암, 간암, 대장암, 췌장암, 대장암, 유방암 등 13가지 비만 관련 암에 걸릴 확률이 1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오젬픽과 위고비의 공통 약물인 세마글루티드가 알코올 의존 억제를 돕는 또 다른 효과를 발생시킨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도 나왔다. 또 다른 비만 치료제인 젭바운드는 수면무호흡증 치료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젭바운드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인 ‘마운자로’로 출시됐다가 체중 감량 효과가 밝혀지면서 비만 치료제로 변신했다.

한편 이런 비만 치료제도 역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지난 3일 ≪미국의사협회지 안과학(JAMA Ophthalmology)≫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젬픽과 위고비 복용자들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희귀 안질환인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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