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다는 ‘폴리페놀’, 우리 마시는 차에도?

[차 권하는 의사 유영현의 1+1 이야기] ⑤ 차(茶) 폴리페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폴리페놀(polyphenol)은 식물에서 발견되는 페놀화합물로, 방향족 알코올 화합물의 일종이다. 분자 하나에 페놀 그룹이 두 개 이상 있다. 같은 방향족인 벤젠, 페놀, 나프탈렌, 벤조피렌과 달리 독성을 띠지 않는다.

폴리페놀은 식물이 자외선, 활성 산소, 포식자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화합물로 알려져 있다. 폴리페놀은 검은 콩을 검게 보이게 하는 색소 성분이며, 적포도주와 맥주보리, 블랙베리와 블루베리, 아로니아 등의 과일에도 풍부하여 고유한 색이나 맛을 내는 데 이바지한다.

차에서는 쓴맛과 떫은맛을 책임진다. 올리브유와 양파에도 포함되어 있다. 단위 무게당 폴리페놀이 가장 많은 식품은 해죽순이다.

폴리페놀 열풍에 편승하여 카카오 판매회사들도 언제부턴가 폴리페놀이 듬뿍 들었다고 광고하기 시작했다. ‘맥심 웰빙 폴리페놀’이란 커피믹스도 등장했다. 이 인스턴트커피 한 잔 안의 폴리페놀은 사과 반쪽 분량 정도에 불과해 폴리페놀을 양껏 섭취하는 수단이 될 수 없다. 그래도 폴리페놀이 건강에 좋다는 점 때문인지 꽤 오래 판매되고 있다.

바나나에도 폴리페놀이 있다. 바나나가 익어갈 때 바나나의 단면을 잘라 보면 검은 점이 생겨난다. 이 점을 ‘슈가 포인트’(sugar point)라고 부른다. 바나나가 익어가면서 바나나의 녹말은 당분으로 변하는데, 이 까만 점에 당분이 모였다는 뜻으로 쓰인다.

바나나 껍질에 생겨난 검은 반점을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껍질의 점은 약해진 바나나 껍질에 침투한 산소와 바나나의 폴리페놀이 반응해 만들어지는 갈색 반점이다. 검은 점이 서너 개에서 십여 개 생겨났을 때 바나나 내부에는 슈가 포인트가 생겨나고 맛과 식감은 가장 좋다.

폴리페놀을 함유한 음식과 영양제 등은 오늘날 매우 큰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폴리페놀 만능설’을 불신하는 전문가들은 “폴리페놀의 생체 흡수율이 매우 낮고, 이것을 음식이나 영양제를 통해 흡수하여 유의미하게 활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한다.

폴리페놀, ‘수퍼 푸드’의 색과 맛에 이바지

하지만 폴리페놀 연구자들은 이런 비판보다는 훨씬 낙관적이다. 식물 갈변은 주로 폴리페놀의 산화 결과이다. 폴리페놀 산화효소가 공기와 만나면 식물 내에 포함된 페놀화합물인 폴리페놀은 산화된다.

폴리페놀의 산화는 갈변현상으로 나타난다. 갈변은 부패의 초입에 나타나는 과정이지만 부패 자체는 아니다. 식품은 갈변하여 오히려 좋은 풍미를 내게 되니 폴리페놀 갈변의 순작용이라 부를 수 있다.

폴리페놀 산화효소(PPO)에 의하여 차 카테킨이 갈변하는 현상을 보여주는 화학구조식. [사진=유영현 제공]
찻잎을 따면 폴리페놀은 쉽게 산화되기 시작한다. 찻잎 속 무색의 폴리페놀은 산화되면 색소 물질로 바뀐다. 눈으로는 찻잎이 갈색으로 변하는 듯 보이지만 한 가지 색이 아닌 여러 색으로 변한다. 산화 초기에 황색(차황소, theafalvin), 더 산화가 진행되면 홍색(차홍소, thearubigin)이 된다. 산화가 더 진행되면 붉은 갈색(차갈소, theabrownin)으로 변한다.

차 폴리페놀의 갈변은 차 맛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흑차 제작 초기에는 미생물이 자라고, 물과 열이 가해지면서 발효에 의하여 차가 갈변되며 맛이 변한다. 그리고 대부분 발효차는 나이가 들수록 더 갈변하고 맛도 더 좋아진다.

차 폴리페놀의 갈변, 차 맛과도 관계가

그런데, 차 전문가 중 일부는 노차가 되어가면서 발효차가 맛이 들어가는 과정을 틀리게 설명한다. 그들은 “찻잎 속 미생물에 의하여 지속적인 발효가 일어나 맛을 더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차는 제작 후 가열하고 건조과정을 거치면서 발효차라 하여도 더는 미생물에 의한 발효는 없다.

노차가 되어가면서 차의 맛은 아주 서서히 덜 극적으로 진화한다. 세월이 더해질수록 찻잎이 아주 서서히 진화하는 과정은 자연 산화이다. 나무로 제작한 가구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색이 짙어지는 과정도 일종의 자연 산화이다.

자연 산화는 찻잎의 산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찻잎 사이 사이에 켜켜이 쌓여있던 미생물의 대사산물들도 산화와 같은 화학적 변화가 이어진다. 이런 변화들이 합하여져 노차의 독특한 맛을 내게 된다.

세상 일반 이치처럼 폴리페놀도 과다하면 좋지 않다. 폴리페놀을 맹신하고 과량 섭취한다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차로 섭취하는 폴리페놀 양으로 그런 부작용은 일어나지 않는다. 차 카테킨의 섭취 제한은 차 음용을 통하여 섭취하는 것보다는 차 추출물로 섭취할 경우의 주의사항이다.

녹차가 ‘수퍼 푸드’(super food)로 인정되고, 녹차 추출물의 좋은 활성이 알려지면서 시중에는 차에서 추출한 카테킨을 판매한다. 하지만 차 폴리페놀은 차를 음용하여 섭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차 성분을 화학물질 혹은 약처럼 먹는다고 차의 효능이 모두 발휘되지는 않는다. 차 마시는 즐거움도 잃는다. 차의 효능은 찻물로 찻잎의 성분을 모두 마실 때 비로소 발휘된다.

차 폴리페놀, ‘금지된 사랑’ 이야기

인공지능(AI)에 “세상에서 연구가 많이 된 폴리페놀들”을 물었다. 차의 카테킨, 적포도주의 레스베라트롤, 강황의 커큐민, 베리의 안토시아닌을 열거해 주었다.

재미로 이들을 주연으로 드라마 각본을 하나 써 달라고 주문하였다. 챗지티피(chat GPT)는 ‘쓰고 달콤한 심포니’라는 각본을 써주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패러디한 드라마 각본은 다음과 같다.

“차 농장이 있는 그림 같은 계곡에 사는 자부심 많고 불같은 성격의 케이트(Cate, 차 폴리페놀인 카테킨에서 따온 이름)와 이웃 포도 농장에 사는 달콤하게 속삭이듯 말하는 사랑스러운 빈(Vin, 포도의 영어 ‘vine’에서 따온 이름) 사이에 금지된 사랑이 싹텄다.

이들의 사랑은 여러 세대에 걸친 앙숙이었던 두 가문의 오랜 불화에 도전하는 사건이었다. 모험 넘치는 커큐민 향신료 무역상 커리(Curly, 강황에서 따온 이름)와 이웃 베리 농장의 당당한 안토시아닌 공주 퀴니(Queenie, ‘여왕’을 의미)는 자신들의 사랑을 숨기고 비밀을 간직한 채 오랜 세월을 버텼다.

그러나 그들 후손이 벌이는 금지된 사랑으로 그들의 아픈 과거가 다시 소환되었다. 긴장이 고조되고 둘의 사랑은 시험을 받는 가운데, 케이트와 빈은 배신, 속임, 환란의 위험한 항해를 헤쳐 나가야만 한다.

사랑의 달콤함도 있으나, 그 달콤함은 운명의 쓰디쓴 맛으로 오히려 고통스럽다. 열정이 높이 솟아오르는 ‘쓰고 달콤한 심포니’에서 폴리페놀의 진정한 힘이 궁극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AI는 각본의 종말은 비워 놓았다. 다행이다. ‘쓰고 달콤한 심포니’에서는 폴리페놀들이 진정한 힘을 발휘하기 바란다.

케이트가 씩씩하게 잘 버티고, 빈이 섣불리 목숨을 끊지 않으면 좋겠다. 커리와 퀴니는 늦지 않게 결단하여 두 가문 간의 묵은 숙제를 제대로 풀어주기를 바란다. 둘의 사랑이 열매를 맺기를 기대해본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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