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형 간염 국가검진 내년부터 시행
56세 때 생애 1회...고위험군 대상 중증 간암 예방도 기대
C형 간염 국가검진이 내년부터 시행된다. 대한간학회 등이 주도해 2017년부터 도입을 추진한 지 7년 만이다. 간경변증과 간암 등 간질환의 고위험 인자인 C형 간염을 예방해 국민 건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3일 보건복지부는 국가건강검진위원회(검진위)를 개최하고 'C형 간염 국가건강검진 도입'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C형 간염이 포함된다. 다만, 매년 검진이 필요하진 않다. 56세가 되는 해에 생애 단 1번만 받으면 된다. 현행 B형 간염 국가검진(40세)과 같은 방식이다.
복지부는 "C형 간염 환자를 조기 발견한 후 국가 암검진(간암 검진) 등 사후관리 체계와 연계할 예정"이라면서 "중증 간질환 예방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C형 간염, 감염 여부만 알면 8~12주 만에 완치 가능
C형 간염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이 비감염자의 상처난 피부나 점막을 통해 전염된다. 무증상 감염 환자(과거 명칭 '보균자')가 대부분(70~80%)이며 감염을 예방하는 백신은 아직 없지만, 최근엔 완치가 가능해졌다. 경구용 치료제를 8~12주 투약하면 환자의 98~99%가 치료된다. 치료를 위해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 B형 간염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반면, C형 간염을 방치할 경우 중증 간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만성 간염으로 진행하기 쉬운 데다, 환자의 30~40%가 간경변증과 간암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C형 간염 환자는 간질환 고위험군에 속하는데도 지금까지 국내에선 C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됐는지 여부를 조기에 확인할 방법이 거의 없었다. 이런 탓에 2015년 11월 당시 한 의원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후 관련 의학회를 중심으로 C형 간염 선별검사를 B형 간염과 같이 국가검진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했다.
의학계, '중증 간암 예방+20년 후 의료비 200억 절감 효과' 기대
의학계에선 이번 C형 간염 국가검진 도입이 국민 건강 증진뿐 아니라 국가 의료비 절감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서 간학회는 "C형 간염 국가검진 도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면서 "향후 간질환 예방 정책에서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간학회와 질병관리청이 공동으로 발표한 연구 결과에선 C형 간염 환자의 조기 발견으로 중증 간질환을 예방함으로써 국가검진 도입 20년 후엔 200억원 이상의 국가적 경제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진 중인 '2030년 바이러스 간염 퇴치 인증' 목표도 조기에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WHO는 2030년까지 각국에서 C형 간염 환자를 10만명당 2명 이하로 낮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C형 간염 환자는 10만명당 2.02명 수준이다.
일반 국민의 중증 간질환 예방 효과 역시 기대된다. 해당 검진이 간경변증과 간암 고위험군인 C형 간염 환자와 무증상 환자의 정기적인 조기 진료와 정기적 예방 관리를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정현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무증상 환자를 포함한 C형 간염 환자는 간경변증과 간암의 명확한 고위험군이지만, 8~12주만 약을 먹으면 완치가 가능하다"면서 "하지만, 국가검진 항목인 B형 간염과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스로 환자인지 여부를 잘 모르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현재 국내에선 이러한 고위험군 환자라도 조기에 정기검진과 진료로 관리한다면 충분히 중증 간암도 예방할 수 있다"며 "이들 고위험군 환자가 가장 처음 한 번이라도 진료실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돕는 제도가 절실했다"고 강조했다. C형 간염 국가검진 도입이 향후 간경변증과 간암 고위험군 환자의 조기 관리와 중증 간암 예방에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다.
한편, 이날 복지부 검진위에선 C형 간염 국가검진 도입 외에도 일반건강검진의 골다공증 검사 대상을 확대했다. 현행 54, 66세 여성을 대상으로 생애 2회 시행하는 해당 검사를 54, 60, 66세 여성 등에게 총 3회로 확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