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속의 레이더와 스텔스 기술

[장준홍의 노자와 현대의학]

[사진=코메디닷컴DB]
우리들의 원시 조상은 들짐승에게 들키지 않고 쉽게 사냥하거나, 반대로 들짐승에게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들짐승의 눈에 띄지 않을 방법을 찾았었다. 풀이나 나뭇가지, 나뭇잎 등으로 자신을 숨기는 위장술이었다. 현대에 와서는 적군과 적의 무기를 쉽게 발견하려는 레이더(radar)와 아군의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는 스텔스(stealth)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해왔다. 레이더와 스텔스 기술은 국민과 나라를 지키는 군(軍)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군사 장비다.

또 나라를 지키려면 국방력을 튼튼하게 유지해야 하듯이, 내 몸도 외부에서 들어오는 각종 이물질에 대항해서, 내 몸을 지키는 면역(염증) 반응을 철저하게 진행해야 한다. 이참에 내가 먹은 음식은 내 몸속에 내가 넣어주는 물질인데, 과연 내 몸과 같은 물질인가, 아니면 내 몸과 다른 물질인가 살펴보자.

'내가 먹은 음식은 유리한 영양소를 공급해주는 유익한 것이지, 결코 해로운 물질이 아니다'라고, 누구나 당연하게 여길 것이다. 그러나 음식은 한눈에 딱 봐도 형체가 내 몸과 전혀 다른 물질이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살피고, 반응해야 할 물체가 아닐까? 그런데 내가 먹은 음식은 내 몸에 들어오는 물질이나 자극을 감시하는, 레이더에 해당하는 비만세포(mast cell)의 감시에 포착되지 않고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그런 이유로 내가 먹은 음식을 대수롭지 않게, 해롭지 않다고 여겨왔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음식의 정체를 확인하려는 엄격한 과정이 있다, 우선 치아가 물리적으로 잘게 부수고 씹으며, 위(胃) 안에서 효소가 화학적으로 분해한다. 그런 뒤 3대 영양소와 미세영양소로 잘게 부서지며 마침내 소화 과정을 마친다. 내 몸과 다른 이물질이지만, 이제는 나를 위협하는 물질이 아니라고 확인했다. 따라서 안심하고, 진짜 내 몸속, 혈관 안으로 들여온다. 의학용어로 표기하면 흡수한 것이다. 즉, 음식은 내 몸과 다른 이물질이지만 레이더에 해당하는 비만세포에 포착되지 않고 내 몸속 깊숙이 혈관 속으로 들어왔다. 레이더를 피해 숨어드는 스텔스(stealth) 기술을 적용한 덕분이다.

즉, 노자(老子)의 말대로 내가 먹은 음식을 보이는 대로 보면, 분명히 내 몸과 다른 이물질이다. 그러나 잘게 부수고 녹여버리는 스텔스 기술 덕분에 영양소로 변신해서 몰래 들어온다. 그리고 더 놀라운 점은 위장 침입한 다음에 마치 신병훈련소에서 훈련하는 것처럼, 영양소가 여러 단계의 합성과정을 거친다. 그리고서 이물질에 대항하는, 염증반응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아이카사노이드와 레졸빈으로 임명해서 염증 반응에 배치한다. 아이카사노이드는 염증반응이라는 치열한 전투를 치르는 보병이고, 레졸빈은 염증반응으로 발생하는 피해를 복구하고 치유하는 의무병과 공병이다. 결국, 내가 먹은 음식은 이물질에 대항하는, 전투 같은 염증반응에 배치되어 용병으로 참여한다. 애초부터 내 몸은 내가 먹은 음식이 이물질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부수고 분해한 다음에는 걸맞은 역할을 맡긴 셈이다. 참으로 놀랍고 대단하다.

일찍이 고대 동양 철학자 노자가 ‘상대를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이는, 보이는 대로 보는 이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했다. 노자 덕분에,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내가 먹은 음식은 내 몸과 달라서,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그러므로 음식을 지금까지와 다르게 평가하고, 잘 먹어야 건강을 제대로 되찾고 유지할 수 있다. 이제까지 한 번도 질문하지 않고 무심코 지나쳤던 상식, 음식을 유익하다고 여기는 영양 상식을 업어치기 한판으로 넘어뜨릴 통쾌한 순간이다.

    장준홍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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