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팥 병들었다구요?"...투석까지 가지 않으려면

‘신장이식 1300례’ 봉생기념병원 김중경 병원장, "신장 ‘보존치료’가 투석 시기 늦춘다"

혈액투석.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신장기능이 정상의 15%밖에 남지 않았다 할 땐 다른 대안이 없어요. 투석치료를 받든, 신장이식 수술을 받든…. 생명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받아야 할 필수 사항인 거죠.”

최근 신장이식 수술 1300례를 돌파한 부산 봉생기념병원 김중경 병원장은 “그래서 그 전 단계까지의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동네 병·의원들은 투석환자는 환영하지만, 그 앞 단계 환자에겐 ‘관리 잘 하라’는 막연한 얘기만 할 뿐 제대로 된 가이드를 해주기 쉽지 않다.

신장내과 전문의이기도 한 그는 “이 병에 대해 제대로 알고, 또 병원과 힘을 합해 체계적으로 관리만 잘 하면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콩팥 기능을 상당히 회복하거나, 최소한 투석 받는 시기를 2~3년은 더 늦출 수 있다”고 했다.

전 국민의 12%가 만성 신장병...투석 받는 환자도 연간 8만명

역설적으로 요즘 동네마다 혈액투석한다는 병·의원은 정말 많다. 콩팥 기능 망가진 만성신부전(CKD, 慢性腎不全)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대한신장학회 역학조사 결과, 전 국민의 12%(질병관리청) 이상이 만성신장병을 갖고 있다고 나왔다. 70대가 가장 많다.

그중 투석이라도 받지 않으면 요독(尿毒)에다 각종 합병증에 시달릴 환자만 연간 8만명 남짓 된다. 그중 절반 이상이 65세 이상이고,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많다. 연평균 5% 정도씩 늘어난다.

신장기능이 정상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사구체여과율(eGFR)’로 알 수 있다. 우리 콩팥이 1분 동안 깨끗하게 걸러줄 수 있는 혈액의 양. 분(分)당 90~120mL 깨끗하게 걸러내 주면 정상이다. 건강검진 혈액검사를 받아보면 나온다.

나이, 체격, 근육량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지만 보통 90mL/min 이하일 때부터가 문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콩팥은 한번 나빠지기 시작하면 병세가 빠르게 진행된다는 것.

그래서 신부전은 다섯단계로 병기(病期)를 나눈다. 정상기능의 90~99%가 살아있는 것을 1기, 60~89% 살아있는 것을 2기, 30~59% 남아있는 것을 3기로 나눈다. 국가 정기 건강검진에선 ‘3기’일 때부터 통보해준다. 손발이 붓고, 소변량이 줄고, (신성腎性)빈혈이 생긴다. 늘 피곤하고, 가려움증이나 식욕 부진 등 요독 증상도 나타난다.

그런데, 거기서 더 나빠져 15~29% 밖에 남지 않았으면 4기, 더 나빠져 15% 이하로 떨어지면 5기다. ‘말기(末期)신부전’ 단계. 자기 몸에 있는 콩팥이 더는 제기능을 하지 못할 만큼 망가졌다는 얘기다. 호흡 곤란부터 구토 등 증상도 더 심해진다.

그런 말기 환자가 최근 10년 사이 2배 이상(2024년 대한신장학회 팩트시트) 늘었고, 세계에서 3번째로 높다. 당뇨 때문에 온 것이 절반(48%)이나 된다.

'말기 신부전' 진단 받으면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 중에서 선택해야

특히 말기신부전 진단을 받고 난 후의 5년 생존율이 54%에 그칠 정도다. 5년 전후, 절반 이상이 사망한다는 얘기. 그런 사망 위험이 정상인에 비해 7.2배나 높다.

그래서 말기신부전이 되면 문턱이 닳도록 병원을 찾아야 한다. 혈관에 길(동맥정루)을 낸 후 1주일에 3번씩 인공신장실에서 혈액투석(HD, Hemo-Dialysis, 血液透析)을 받거나, 배에 구멍을 내 복수를 걸러내는 복막투석(PD, Peritoneal Dialysis, 腹膜透析)을 매일 해내야 한다. 고통스러운 과정이기도 하지만, 할 때마다 나가는 비용도 적지 않다.

다행히 신장 기증자가 나타나 신장이식(KT, Kidney Transplant, 腎臟移植)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증자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그런 ‘행운’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신장이 이미 나빠지기 시작했기에 3~4기에 급격한 상황 변화가 없다면 사구체여과율은 계속 나빠질 수밖에 없어요. 곧 투석을 받아야 하는 거죠. 그나마 남아있는 신장기능을 어떻게든 지켜내는 ‘보존(保存)치료’가 그래서 중요한 겁니다. 보존치료를 받으며 생활습관을 잘 관리해가면 투석을 최소 3년 이상은 늦출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 김 병원장은 "자칫 이 시기 환자들이 방향을 잃고 자포자기 상태로 있기 쉽다"면서 ”보존치료가 신부전을 완치해주진 않지만, 그래도 희망의 등대 역할은 해줄 수 있다“고 했다.

먼저 원인 제거 작업부터 시작한다. 고혈압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요단백이 많이 나오는 경우, 고지질혈증, 고단백 식사, 인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경우 등이 신장기능을 빠르게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김 병원장은 "신부전을 악화시킬 NSAID진통제, 항생제, 이뇨제, 한약 등은 끊되, 그게 어렵다면 용량을 줄여서라도 신장이 더 나빠지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고혈압, 당뇨병 등 기저질환을 단기간에 없애기는 무척 어려운 일. 그래서 약물치료와 식이요법도 병행한다. 다행히 최근 들어 보존치료를 위한 새로운 약제(ARB, SGLT2, 피네레논 등)도 여럿 나왔다.

식이요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低)단백 식사. 병원에선 "체중 1kg당 0.6mg"을 권장한다. 보통 성인의 경우, 하루 3끼중 2끼니만 소량의 고기 반찬을 허용하는 정도. 짜게 먹지 않는 저염식도 그만큼 중요하다. 찌개나 국물음식은 아예 끊는 게 좋다.

체중 감량도 필수고, 금연과 금주도 필수다. 특히 설사를 하지 않도록 하고, 통풍(痛風)이 생기면 그 즉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근육 손실이 오지 않도록 본인 체력에 맞는 운동을 골라, 꾸준히 해야 한다.

신장 보존치료, 새로운 약제 여럿 나와 투석 시기 늦추는 것 도와

김 병원장은 "만성신부전이 완치가 어렵다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하지만 보존치료에 대한 효과는 이미 의학적 근거(evidence)들이 충분히 쌓여있다"고 했다. 즉, "콩팥병과 더불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다양한 치료법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버티다 결국 5기, 말기신부전으로 가면 혈액투석, 복막투석, 신장이식 중에서 선택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선 혈액투석(84%)-신장이식(11%)-복막투석(6%) 순으로 많이 한다. 복막투석 비중은 줄고, 병원에서 하는 혈액투석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물론, 궁극적으론 신장이식이 가장 낫다. 하지만 수술 받을 기회를 기다리면서도 투석은 계속 받아야 한다. 신장 대체치료(CRRT, Continuous Renal Replacement Therapy)를 언제부터, 어떤 투석으로 진행할 지를 주치의와 잘 상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투석 단계로 접어들면 환자의 심리도 약해지기 쉽기 때문.

김중경 병원장(신장내과). [사진=봉생기념병원]
김 병원장은 "봉생기념병원의 경우, 6명 전문의가 혈액투석은 매달 3,100회 정도, 복막투석은 200회 정도 치료한다"고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심사하는 '혈액투석 적정성' 평가에선 늘 1등급을 받고, 대한신장학회로부턴 '우수 인공신장실' 인증도 받았다.

신장 보존치료부터 신장 대체치료까지 최적의 경로 찾아가자면

게다가 신장이식 수술 1300례 실적은 부산 울산 경남은 말할 것도 없고, 전국에서도 선두권이다. 수술 난도가 높다는 ‘혈액형(ABO) 부적합’ 수술도 그중 140례가 넘었다. 혈액형이 달라 생기는 여러 가지 면역반응을 잘 제어할 수 있어야 가능한 수술이다.

사실, 신장병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일상생활 자체를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신장 ‘보존치료’부터 시작해 신장 ‘대체치료’까지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면 그나마 ‘삶의 질’(QoL)을 지키며 여생을 좀 더 활기차게 보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김 병원장은 "만성신부전에 이른 환자들은 대부분 기저질환도 갖고 있어서 한번에 먹는 약이 한주먹을 넘기기 쉽다"면서 "가능하면 신장에 유리하지 않은 약제를 줄인다든지 하면서 투석 시기를 늦추는데 최선을 다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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