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학과서 속죄” 성범죄 의대생 발언에…의사들 “모욕적” 분노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응급실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스1]
불법 사진촬영으로 성범죄 혐의를 받는 한 의대생이 재판 중 “응급실에서 속죄하겠다”고 변명해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 의학회가 “모욕적”이라고 분노를 표하는 한편, 해당 발언을 여과 없이 전한 보도에도 유감을 표혔다.

최근 한 언론 매체는 서울 소재 의대 본과 3학년 A씨의 성범죄 혐의 공판 내용을 보도했다. A씨는 2022년 9월~2023년 4월 16차례에 걸쳐 상대의 동의 없이 나체를 불법 촬영하고 100장 이상 사진을 소지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 13일 서울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모든 혐의를 시인했다. 하지만 A씨는 진술 과정에서 “(성범죄로 본인이) 휴학하는 건 시간적, 경제적으로 상당한 손해”라며 “의사들이 기피하는 전공인 응급의학과를 선택해 잘못을 속죄하며 살고 싶다”고 했다.

해당 발언에 의료계 전반에서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전문 학술단체인 대한응급의학회에선 20일 별도 입장문을 내고 범죄자의 변명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용인세브란스병원)는 “학회는 물론이고 현장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공분(公憤)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전하면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최일선에서 야간과 주말 없이 응급환자 진료에 매진하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선생님들을 모욕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 공보이사는 해당 발언을 한 A씨가 아직 면허를 취득하지 않은 상태인 데다, 응급의학과 등 특정 진료과 수련을 희망한다고 해도 쉽게 수련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응급의학과를 비롯한 모든 임상 전문과목 전문의가 되기 위한 전공의 수련병원의 전형은 공정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의사 면허와 관련해 논란이 됐던 유명 정치인의 자녀가 지원한 수련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정원이 미달된 상황에서도 불합격 처리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특히, 학회는 범죄자의 변명에 불과한 발언을 여과 없이 대중에 전달한 보도에도 유감을 표했다.

이 공보이사는 “성범죄자의 발언을 인용해 응급의학과 의사를 모욕, 비하하는 보도 행태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며 “해당 기사를 ‘단독’으로 보도한 매체에도 깊은 유감을 표하고 이런 그릇되고 비뚤어진 보도에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고 비판했다.

닥터콘서트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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