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 수술 로봇, '마코' vs. '큐비스' 비교해보니...
“하 원장님, 그쪽 수술방은 지금 어떤 단계입니까?”
“네, 현재 환자의 손상된 연골을 긁어내고 있습니다.”
“그게 끝나면 인공관절 바로 심게 되나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 4층. '제3회 로봇인공관절수술 심포지엄'에 참석한 120여명 눈과 귀가 온통 제2세션에 꽂혀 있었다. 온라인으로 접속한 140여 명까지 합하면 264명이 이날 하일라이트에 집중했던 것.
'제3회 로봇인공관절수술 심포지엄', 국내 최초 '듀얼 라이브서저리' 중계
미국 스트라이커 '마코'(MAKO)와 한국 큐렉소 '큐비스 조인트'(CUVIS-Joint) 수술 과정을 마치 현장에서 보듯 동시 실황중계하는 프로그램. 둘은 우리나라에서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TKA, PKA)에 가장 많이 쓴다는 수술로봇이다.
심포지엄 현장에서 10여km 떨어진 서울 강서구 서울부민병원 수술방 2곳에서 하용찬 병원장은 큐비스로, 궁윤배 로봇수술센터장은 마코로 집도했다. 마침 하 병원장은 큐비스 개발 단계부터 참여한 주인공, 궁 센터장은 마코가 한국에 진출한 초기부터 그 수술을 시작해 벌써 1000례를 넘긴 베테랑.
세션 좌장을 맡은 원예연 박사(건강보험심사평가원)와 김광균 교수(건양대)는 여의도 심포지엄 현장에서 모니터를 보며 질문을 던졌다. 인공관절 수술을 많이 하는 전문의들끼리 정말 궁금해하는 여러 쟁점이 이어졌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정형외과 전문병원 HSS(Hospital for Special Surgery) 제이슨 블레빈스(Jason Blevins) 박사도 이날 서울부민병원에서 수술 상황을 지켜보며 질문도 하고, 특이점들에 대해 집도의들과 토론도 벌였다. 이 상황을 여의도 심포지엄 참석자들이 모두 함께 보고, 들었다.
스트라이커 마코는 "숙달된 조수"...큐렉소 큐비스조인트는 "반자율주행 자동차"
스트라이커 '마코'는 정밀도 측면에서 아주 뛰어나다. 손으로 하던 기존 수술보다 관절 절삭 정밀도는 5배 정도, 인공관절 삽입 정확도는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3D 입체 영상을 통해 정확한 수술 계획이 가능하고 숙달되면 의사는 정말 똑똑한 조수 하나를 갖게 된다. 여러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것도 장점. 전 세계에 걸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는 것은 그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큐비스는 환자의 뼈 정렬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데다, 로봇팔이 프로그램 따라 직접 뼈를 밀링(milling)한다. 자동차로 치면 '반(半)자율주행' 단계까진 온 셈이다. 최소 절개로 힘줄이나 근육 등 연부 조직 손상을 줄여주고, 오픈(open) 플랫폼이어서 환자 몸 특성에 맞춘 인공관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국내에서 개발했고, 인도 등 해외로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현장 플로어(floor)에서도 질문이 나왔다. 인공관절 수술을 많이 해본 베테랑이어야 알 수 있을 법한 아주 특별한 주제.
“인공관절을 끼울 때 다리 상하축(Hip-Knee-Ankle) 정열은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전방에서 보는 축은 일직선을 맞춘다지만, 측면에서 보는 축, 즉 무릎 각도는 0°로 하는 게 좋은가? 아니면 조금 다르게 하는 게 좋은가?.”(부산 해운대부민병원 서승석 진료원장)
"정밀한 것은 좋은데, 무릎 과신전 문제는 어떻게 할거냐?"
무릎(Knee)에서 발목(Ankle)으로 내려가는 각도를 0°, 즉 일직선으로 맞춰 놓으면 나중에 걸을 때 무릎보다 발이 앞으로 더 나갈 수 있다. 즉, 무릎이 '과신전'(Knee Hyperextension, 過伸展)할 것이냐는 이슈다. 올해 초, 미국 '저널'(학회 전문학술지)에서도 그런 사례가 논문으로 실렸다.
“네, 맞습니다. 임상할 땐 정말 중요한 대목입니다. 그래서 저는 0°가 아니라 (무릎) 각도를 3~5° 정도로 맞춰줍니다.”(하용찬 병원장)
“저와 같은 경우엔 환자에 따라 최대 10° 정도까지 여유를 줍니다.”(궁윤배 센터장)
두 사람 모두 '과신전' 문제를 우려해 축의 각도를 조정한다는 얘기다. 마치 명사수가 총의 특성이나 옆에서 불어오는 바람 세기 등을 고려, 과녁을 적절히 오조준(誤照準)하는 것과 비슷하다. 서 원장은 두 사람 답변이 흡족한 듯 “로봇 데이터만을 너무 신뢰하면 오히려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듀얼 라이브 서저리'(Dual Live Surgery)는 심포지엄에 특별한 활기를 불어넣었다. 2개 수술방을 동시 연결한 상태에서 집도의, 미국 의사, 한국 의사들이 마치 수술에 함께 참여한 것처럼 서로 묻고 답하는, 국내 첫 현장이기도 했다.
로봇팔이 능숙하게 뼈를 깎고, 또 인공관절 삽입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참석자들은 “정형외과 수술이 앞으로도 의사 손에 남을지, 로봇이 메인이 될지…”라며 수군댔다.
정흥태, "의사 술기가 신기술들과 융합 복합화하면서 새 분야 계속 개척해야"
대한정형외과컴퓨터수술학회 문영완 회장은 “CT 영상에다 IT기술, 예를 들어 네비게이션이 접목된 게 벌써 20년이 넘었다”며 “아직 완전한 '자율주행'까지는 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수술 로봇이 의사들 오류 위험을 예방해주는 정도는 이미 왔다”고 로봇의 발전 단계를 평가했다.
이날 심포지엄을 주관한 부민병원그룹 정흥태 이사장(인당의료재단)도 “우리는 의료인으로서 다른 무엇보다 환자들 중심의 고민을 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고도화된 술기가 최신 로봇공학, 생명공학(BT), 나노(NT) 등 신기술들과 융합하고 복합화하면서 새로운 분야를 계속 창출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에선 몇 가지 새로운 흐름도 엿볼 수 있었다. 무릎 인공관절 수술(전치환술, 부분치환술)이 대세를 이루던 데서 최근 고관절 수술(THA)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여기에 척추(spine) 수술에 로봇을 도입하는 병원도 차츰 늘어나고 있는 것 역시 새로운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