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에도 비밀번호가 있다

[장준홍의 노자와 현대의학]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여윳돈을 은행 지점에 가서 예금할 때는 까다로울 게 없다. 여윳돈과 통장을 챙겨서 가면 되고, 심지어 무통장으로도 입금이 된다. 그러나 아주 적은 돈이라도 찾으려고 할 때는, 반드시 비밀번호를 정확하게 입력해야 한다.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하면 내 통장에 예금해놓은 내 돈이라도 절대로 꺼낼 수 없다. 이 같은 수준의 보안장치는 누구든 당연한 절차라고 여길 것이다.

그럼 우리 몸에서는 어떤가? 우리 몸에서도 남는 칼로리는 까다로운 조건 없이 쉽게 뱃살로 대표되는 체지방 조직에 저장한다. 그러나 정작 내 뱃살에 저장해둔 내 체지방을 꺼내 쓰려면, 다시 말해 뱃살을 빼서 체중을 줄이려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왜 그럴까? 운동량이 부족해서 그런가? 식사량을 줄이지 못해서일까? 아니다. 뱃살에 저장해 놓은 체지방을 꺼내려면, 은행에 예금해둔 내 돈을 찾을 때와 마찬가지로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데, 올바른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럴 듯한가? 어렵지 않게 동의할 것이다. 그렇다. 우리 몸의 칼로리 저장소(뱃살 계좌)의 보안장치도 은행의 보안장치만큼이나 철저하고 까다롭다. 그렇다면 뱃살을 뺄 때 입력하는 비밀번호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우리가 먹은 음식에 들어있는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3대 영양소의 양과 상호비율이다. 단백질 흡수에 뒤이어 분비되는 글루카곤은 체지방을 꺼내온다. 탄수화물 흡수에 뒤따라 분비되는 인슐린은 남는 칼로리를 까다롭지 않게 체지방으로 저장한다. 그러나 이처럼 인슐린이 쉽게 칼로리를 저장해 놓고는, 글루카곤이 체지방을 꺼내 달라고 요청하면, 까다롭게도 비밀번호를 요구한다. 비밀번호가 맞지 않으면 철저한 보안장치를 작동해서 체지방을 꺼내주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지방세포에 염증이 있어 지방이 덫에 걸려있는 난처한 형국이다. 이를 ‘지방 덫(fat trap)’이라 이름 지었다. 따라서 체지방을 꺼내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칼로리)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조건은 글루카곤과 인슐린, 두 호르몬 사이의 균형이다. 두 호르몬이 균형을 이루면, 지방을 잡아 둔 덫을 풀어 지방을 꺼낼 수 있다.

한편 실생활에서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다른 예는 없는가? 아니다. 자기 집에 들어갈 때도 현관문 잠금장치를 여는 비밀번호를 제대로 입력해야 들어갈 수 있다. 다시 말해 하고픈 그 어떤 일도 필수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성취할 수 없다. 결국, 이제까지 비만으로부터 탈출하려고 덜 먹고, 운동도 많이 해보았지만, 야속하게도 뱃살이 잘 빠지지 않았던 까닭은 뱃살 계좌의 비밀번호 입력에 오류가 있었기 때문이다.

뱃살 계좌의 올바른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싶으면, 3대 영양소 중에서 식사량의 기준이 되는 단백질의 하루 섭취량을 체중, 체지방률, 운동량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단백질 하루 섭취량을 계산한 다음에, 단백질과 탄수화물의 비율이 0.5~1.0(최상 0.75)이 되도록 탄수화물 하루 섭취량을 계산한다. 그리고 탄수화물과 단백질 하루 섭취량에 맞게 지방 하루 섭취량을 산정하면 하루 전체 식사량이 결정된다.

한 끼 식사량으로, 대략 탄수화물 30g, 단백질 20g, 지방 10g을 추천한다. 추천한 양에 맞춰 식사하면, 식사 후 5시간 동안 따로 운동하지 않고 일상의 가벼운 움직임만으로도 뱃살 지방을 쉽게 꺼내 쓸 수 있다. 즉, 누워서 TV를 시청하면서 손가락 놀림으로 리모컨을 조종하기만 해도, 그에 필요한 에너지(칼로리)를 뱃살에 저장해 놓은 체지방에서 쉽게 꺼내 쓰기에 뱃살 지방이 솔솔 빠져나간다. 뱃살 계좌의 비밀번호를 제대로 입력한 덕분이다.

닥터콘서트
    장준홍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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