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지역 환자들, 서울 올라가게 할 건가”

부산광역시병원회 박종호 신임 회장 인터뷰

“대학병원급 정도 되면 특별한 치료 1~2%를 제외하고 나머지 98%는 수도권 ‘빅(Big)5’나 부울경이나 수준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도 다들 서울 병원에 가야 한다 하니….”

그는 주변의 부울경 지도급 인사들조차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입원해 수술받고 왔다”는 얘길 예사로 하는 걸 들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무슨 병인지 물어보면 큰 중병도 아니다. 여기서도 얼마든지 잘 치료할 수 있는 것들”이라 했다. “심지어 1, 2년에 한 번씩 받는 건강검진까지 서울로 갔다 오는 인사도 적지 않더라”고도 했다.

박종호 부산광역시병원회 신임 회장. [사진=센텀종합병원]
최근 부산광역시병원회 회장(제14대)에 추대된 박종호 (의)센텀의료재단 이사장은 “물론, 환자들이 의사들 실력만 보고 병원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그래도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 했다. 자신도 정형외과 쪽으론 부울경에서 알아주는 의사고, 심지어 큰 병원을 2곳(센텀종합병원, 서부산센텀병원)이나 운영해오면서 늘 아쉽게 생각해오던 대목.

박 회장은 그러면서 최근 1~2~3차 의료전달체계가 복원될 조짐을 보이는 것에 상당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전공의들 이탈로 대학병원들이 특별한 ‘위기’상황을 맞고 있지만, 그동안 대학병원으로만 쏠리던 환자들이 지역병원들(종합병원, 전문병원, 중소병원, 재활병원 등)로 돌아오는 ‘기회’가 되고 있어서다.

“어쩌면 이게 정상입니다. 1차(의원, 중소병원)에서 기본적인 진료를 하고, 수술이나 어려운 시술 등이 필요하면 2차(종합병원)로 가고, 더 어려운 병이라면 3차(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 가는 게 더 합리적이니까요.”

“창조적 파괴가 필요한 시점”… 의료전달체계 복원하고 시스템 정비할 기회

그는 이어 지금은 의료전달체계를 복원하고 다시 정비할 ‘기회의 시간’이라고도 했다. “우리 지역 환자들이 여기서 먼저 진료받고, 주치의가 판단할 때 꼭 서울로 가야 한다면 그 질환을 가장 잘 알고 치료 경험도 풍부한 특정 병원, 특정 의사를 찾아 소견서를 써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그러면 환자는 그 병원 가서도 별도로 2중, 3중으로 검사를 추가로 받지 않아도 된다. 특별할 것 없는 ‘명의’(?) 찾아 이 병원, 저 병원 떠돌지 않아도 될 테고.

사실, 이러한 시스템 정비는 갈수록 심해지는 수도권-지방 의료격차를 해결하는 해법도 된다. 지방에서도 필수의료가 살아나고, 여기다 병원들 긴밀한 협력네트워킹으로까지 이어진다면 ‘응급환자 뺑뺑이’ 사례도 많이 줄어들 수 있다.

그는 “도시 곳곳에 포진해있는 종합병원, 중소병원들이 살아난다면 지역의료 시스템에 다시 피가 흐르고, 생기가 돌 수 있다”고도 했다. 한때 부산이 선도했던 ‘1339 응급의료전달체계’ 같은 걸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박 회장은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지역병원 간에 상생하고 협조하는 게 부족했다는 것이 또 하나 아쉬운 대목”이라며 “부산병원회가 그런 협력 구도를 만들어내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부산병원회는 현재 대학병원을 비롯해 종합병원 29곳, 중소병원 165곳, 요양병원 162곳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전문병원과 정신병원, 재활병원들도 있다.

“앞으로 ‘예방의학’, ‘정밀의학’ 시대라 하지만, 그 어렵다는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를 너도나도 (지정)받으려 할 필요가 있습니까? 오래 준비한 병원이 먼저 받으면 인근 다른 병원들은 그 연구 결과를 공유하며 같이 활용하면 되지 않나요?”

그는 “의료관광도 마찬가지”라 했다. 경쟁이나 하듯 병원마다 통역 직원 뽑고, 돈 들이고 시간 들여 해외 마케팅 나가는 것이 ‘과잉 중복투자’ 아니냐는 것이다.

이전부터 ‘부산의료발전재단’ 설립을 구상해온 것도 “지역의료 발전을 위해선 병·의원, 보건의료단체, 지자체, 언론의 긴밀한 협력이 절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신약 임상시험, 부산 병원들 더 많이 참여할 방안 찾겠다”

“오히려 범위를 부울경으로 넓히면 획기적인 방안들이 더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서울 대형병원들 전유물처럼 돼 있는 신약(新藥) 임상시험, 즉 제2상이나 제3상 임상시험 중인 암 표적치료제를 부울경 병원들도 두루 쓸 수 있게 하는 거죠.”

사실 이런 신약을 써볼 기회 때문에 서울 병원을 찾는 희귀암, 말기암 환자들도 적지 않다. “지역병원들이 컨소시엄을 이뤄 그런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방안을 찾아보자”고도 했다. 게다가 신약이나 의료기기 임상시험은 글로벌 제약사나 정부가 지원하는 혜택도 다양하다.

“첨단재생의료부터 줄기세포 연구, 임상시험, 의료관광 등 지역병원들이 서로 협력하며 함께 발전할 것들이 많습니다. 부산, 더 나아가 부울경 환자들이 의료격차를 느끼면서 힘들게 서울 수도권 병원들로 오가는 걸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지….”

박 회장은 그러면서 “부산 병원들이 잘 하는 진료를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홍보도 더 적극적으로 하겠다”면서 “부울경 병원들 기회와 잠재력을 더 키워 나가기 위해 울산경남병원회와도 머리를 맞대면 좋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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