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공의 사직서 수리...복귀 땐 행정처분 중단
잔여 수련 및 전문의 취득 보장... "미복귀자와는 차이 생길 수밖에 없어"
정부가 전공의의 사직서를 수리하고 관련 행정명령을 철회한다.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에 반발해 전공의가 집단 사직한지 100여 일만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 오후 '의료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에서 "정부는 (수련)병원장에게 내린 사직서 수리금지명령과 전공의에게 부과한 진료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을 오늘부로 철회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장관은 "환자와 국민, 의료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진료 공백이 더 이상 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부가 내린 결단"이라며 "비판을 각오하고 사직서 수리금지명령 등을 철회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일이 넘어서도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현장 의료진은 지쳐가고 있고 중증질환자의 고통의 커지는 상황에서 전공의 복귀를 위한 정책 변경은 불가피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각 수련병원장은 개별 면담 등을 통해 전공의의 의사를 확인해 복귀 여부를 처리하게 된다. 별도의 처리 시한도 정하지 않는다. 각 병원별, 전공의 개인별 사유가 다른 상황을 감안한 조치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향후 제도개선 등 후속 조치를 위해 6월 말 경 진행 상황을 중간점검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각 수련병원장에겐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으로 복귀하도록 상담·설득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복귀 전공의를 대상으로 의사면허 정지 등의 행정처분 절차도 중지한다. 다만,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선 복귀자와 차이를 두는 원칙 아래 처분 정도를 추가 검토할 예정이다. 반대로 이미 복귀한 전공의에 대한 별도의 지원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앞서 논란이 됐던 구상권 청구는 검토하지 않았다.
조 장관은 "전공의가 병원으로 복귀하는 데 걸림돌이 없도록 하겠다"며 "전공의가 복귀하면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해 법적 부담 없이 수련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복귀 전공의의 수련 보장을 위한 특례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이와 관련해 △수련기간 단축 △당초 내년 1월 예정한 전문의 자격시험의 일정 조정 △전문의 자격시험 추가 응시 기회 부여 등의 방안과 관련 규정 개정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사직으로 수련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한 전공의에 대해선 전문의 자격 취득 후 내년 2월 이후 모자란 시간만큼 추가 수련을 시행하는 방안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이번 결정에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제시한 7대 요구안을 대부분 반영했다며 전공의의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다만, 전공의와 의료계의 파업 등 추가 이탈 가능성엔 경계하며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등 의정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에 동석한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관)은 향후 의료개혁 관련 정책 시정에 대한 여지도 내비쳤다. 그는 "어떤 큰 일을 겪으면 여러 가지 교훈을 얻는다"면서 "정부가 부족했던 부분이 무엇인지 제도를 정비해서 교훈으로 삼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현재 '심각' 단계인 보건의료 재난위기 경보단계 하향 여부에 대해선 추후 조정할 계획이다. 전 실장은 "당장 명령을 철회했다고 해서 상황이 바로 바뀌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전공의들의 제자리로 돌아와 정상화 궤도로 올라간다고 하면 단계를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전국 100개 수련병원의 전공의 1만509명(인턴 과정까지 포함하면 1만3000여 명)은 지난 2월 19~20일부터 정부의 의대 2000명 증원에 반발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현재까지도 90% 넘는 전공의가 병원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날 복지부는 관련 행정명령 철회 조치로 전공의 예상 복귀 규모에 대해선 '현 상황에서 부적절한 언급'이라며 답변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