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 훈련병 죽게 한 횡문근융해증, 내게도...?

“이열치열은 옛말”…무더위 속 과도한 운동은 목숨까지 위협해

군기훈련 받다가 최근 숨진 육군 훈련병 사망원인이 ‘횡문근융해증’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열사병 얘기도 한때 돌았지만,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숨진 훈련병이 폐렴 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었고, 열사병 아닌 ‘패혈성 쇼크’로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라는 내부 제보를 공개했다.

횡문근융해증(橫紋筋融解症, rhabdomyolysis)은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실은 체력을 과신하는 젊은 층에서 이 증상 보이는 환자들이 제법 있다. 횡문근, 즉 가로무늬근은 팔이나 다리 골격근을 가리키는데, 바로 그런 골격근 세포가 녹거나 죽어 근색소 ‘미오글로빈’(myoglobin, 마이오글로빈)이 혈중에 과다하게 유출되면서 신장을 폐색 또는 손상시키는 병.

한여름 무더위 속 과도한 운동은 횡문근융해증을 일으킬 수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부산 온종합병원 인공신장센터 최재혁 과장(신장내과)은 “운동 마니아들이 늘면서 과격한 운동 때문에 횡문근융해증을 일으켜 응급실 통해 치료받으러 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 했다. 미국에선 연간 약 2만6,000명, 인구 10만 명당 7명꼴로 이 병에 시달린다. 이번 경우처럼 죽음에 이를 수 있고,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으로 겨우 살려놓았다 해도 신장(콩팥)이 이미 크게 다쳐 후유증을 크게 남긴다.

횡문근융해증, 어떤 증상부터 오나

근육 손상 정도에 따라 경증부터 중증까지 증상은 다양하다. 최 과장은 “대체로 근육 통증과 경직, 피로감이나 무력감과 함께 근육이 붓고 발열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특히 미오글로빈뇨증으로 인해 갈색 또는 붉은색 소변을 보는 게 특징”이라 했다. 보통 구역질과 구토를 동반하는데, 심한 경우엔 정신 혼란, 방향감각 상실, 부정맥, 발작, 호흡 곤란 등이 함께 나타난다.

원인은 다양하다. 근육이 외부 충격이나 압력을 받거나, 과도한 운동이나 익숙하지 않은 운동을 할 때 발생한다. 근육 질환이나 신장 질환, 전해질 불균형, 감염, 갑상선 기능저하증, 저체온증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운동하거나, 땀을 많이 흘려 수분 부족 등으로 이어지면서 횡문근융해증을 많이 일으킨다.

[사진=온종합병원]
진단은 주로 임상 증상과 혈액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임상적으로는 근육 통증, 부종, 발열 등이 있는지 확인하는 한편, 소변 색깔이 갈색이나 적색 등으로 변했는지 먼저 살펴본다. 혈액 검사를 통해 근육 손상 정도를 나타내는 ‘크레아틴 키나아제’(Creatine Kinase) 수치와 미오글로빈 수치를 추가 확인한다.

횡문근융해증으로 인한 근육 통증과 경직이 확인되면, 우선 이를 완화하기 위해 찜질이나 마사지를 해줘야 한다. 병원으로 이송할 때에는, 근육 경직과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자세를 편안하게 유지한 채 목을 지탱하고 호흡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환자의 의식이 없으면 가슴 압박과 함께 인공호흡을 번갈아 시행하면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야 한다.

병원 치료는 몸 안의 독소를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수액 치료와 함께, 약물을 통해 통증을 조절하고 염증을 줄여가며 진행된다. 횡문근융해증으로 인한 신장 기능 저하를 예방하려는 조치로 신장 기능을 감시해야 한다.

횡문근융해증 예방하려면

먼저 과도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 특히 무더위가 이어지는 여름철에도 ‘이열치열’(以熱治熱)을 외치며 전신 피로감이나 무력감을 다스리려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은데, 운동의 강도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운동 인구의 증가와 함께 횡문근융해증 환자가 상당히 늘어나는 추세로 알려져 있다. 온종합병원의 경우,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횡문근융해증 치료를 받은 환자는 모두 9명. 그 가운데 20, 30대가 7명으로 대부분이다.

특히 지난달 초엔 26세 청년이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는데도 1주일간 근육통에 시달리다 응급실을 찾았다가 횡문근융해증으로 진단받았다. 그는 당시 “채용 신체검사를 앞두고 무리하게 운동하다가 근육통에 시달려왔다”고 했다.

최 과장은 “자신의 체력을 과신해 갑작스럽게 과도한 운동을 하다가 병원을 찾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라며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엔 수분 섭취와 더불어 운동의 강도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무더위에선 체온이 쉽게 상승하므로 평소보다 10∼20% 정도 낮추라는 것이다.

특히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사이엔 햇빛이 가장 강해 열사병과 탈수증  위험까지 증가시킨다. 운동복도 습기 흡수성이 높고 바람이 잘 통하는 소재의 옷을 입고, 몸을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여유 있는 치수를 입는 것이 좋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더 중요하다. 최 과장은 “갈증을 느끼는 것은 이미 체중의 약 3%에 해당하는 수분이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운동을 할 때는 비록 갈증을 느끼지 않는다 하더라도 20분마다 150㎖(종이컵 한 컵)씩 물을 마셔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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