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치료제 ‘레켐비’…조기 적극 치료 중요해져

초기 치료 시 치매 속도 27% 늦춰...아두헬름 比 부작용 절반 수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최초로 승인 받은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국내에 들어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승인 받은 최초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지난 24일 국내 도입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국내 치매 치료 전략도 변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31일 대한치매학회 등 의료계는 국내 레켐비 도입으로 조기 치매 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한다. 해당 치료제는 치매 초기단계일 수록 좋은 효과를 보이고, 중증으로 갈 수록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계에서는 치매 전 단계로 통하던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레켐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최성혜 대한치매학회 이사장(인하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세포는 한 번 소실되면 다시 살릴 수 없다. 알츠하이머에 걸리면 기억력이 계속 나빠지는데 (치매 초기 단계에) 레켐비를 맞으면 안 맞은 사람보다 병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며 “실제로 이 주사를 맞은 사람은 안 맞은 사람과 비교해 치매 악화 속도를 27% 늦췄다는 연구가 있다”고 설명했다.

레켐비는 뇌 속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뭉쳐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퇴행성 뇌손상과 치매의 진행을 늦춘다는 원리다.

다만 세간의 기대와는 달리 레켐비가 알츠하이머병 증상 지연을 넘어 증상 호전의 효과를 낸다고 말하긴 어렵다.

다만 레켐비가 가장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환자는 경도인지장애 단계와 알츠하이머 진단 초기의 환자다. 경도인지장애는 아직 치매로 진단되진 않지만, 동일 연령대에 비해 인지기능, 기억력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상태다. 학회는 이러한 연구결과를 반영해 레켐비 처방 대상에 경도인지장애 환자도 포함하도록 노력했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 알츠하이머병 및 치매 치료 전략도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조기 치료가 강조될 것으로 기대된다.

레켐비 제품사진. [사진=바이오젠]
레켐비 투약은 2주에 한 번 뇌 정맥 주사를 통해 이뤄진다. 18개월 간 아홉 차례 주사하는 게 표준지침이다. 혈관 손상이나 뇌부종의 부작용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부작용 우려를 고려해 레켐비를 처방받은 환자는 주사 전 후 뇌 MRI 촬영을 진행한다. 이때 부작용 가능성과 발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뇌부종 등이 확인될 땐 즉시 주사를 멈추고 치료 일정을 연기한다.

최 이사장은 “단백질을 빼내는 과정에서 미세출혈 같은 뇌출혈이나 뇌가 붓는 뇌부종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기존 항체 주사보다는 부작용이 훨씬 덜하다”고 말했다.

실제 레켐비 이전에 개발했던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타겟 치료제인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은 임상 참가자 약 41%에서 뇌출혈과 뇌부종이 보고돼 논란이 커졌고 현재는 퇴출 수순를 밟고 있다.

최 이사장은 “레켐비는 출혈성 부작용이 17%로 낮아졌고, 뇌부종은 3% 미만으로 감소했다. 심각한 출혈성 부작용 역시 0.8%에 그쳤다”며 “이마저도 대부분은 증상이 없고 MRI 같은 정밀 검사 시에만 관찰된다. 또한 대부분은 약을 중단하면 뇌부종은 사라지고 미세출혈은 사라지진 않지만 수 개월 후 상태가 안정된다”고 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사용 승인으로 국내 도입은 확정했지만, 향후 처방 확대를 위해선 건강보험 급여 인정 등 넘어야 할 문제가 여전히 많다. 학계는 국내 도입을 넘어 실질적으로 진료현장에서 레켐비를 널리 활용하기 위해선 건강보험 급여화 등재와 치료 인프라 확충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특히, 비급여로는 비싼 가격이 문제다. 치매 치료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에선 레켐비 가격을 놓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미 시판 중인 미국에선 연간 3500만원, 일본에서는 2700만원에 책정됐다. 한국에서도 이들 국가와 비슷한 범위에서 책정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2500~3000만원 선이 유력하게 관측된다. 학계에선 비용적 부담을 고려해 본인 부담 비용을 300만원 선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 이사장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그간  많은 임상시험 시도에도 불구하고 통과되지 못하다가 레켐비가 유일하게 20년 만에 성공해 기대가 크다”며 “다만 건보가 되지 않으면 많은 환자가 사용하기 어렵다. 건보에 적용돼 많은 환자들이 처방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병원 입장에서도 이를 담당할 주사실이 따로 갖춰져야 한다. 주사는 보통 1시간 이상 맞고, MRI도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병원 자체에서 시스템적인 준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닥터콘서트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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