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 얼마나 심했기에…”훈련병, 열사병으로 전신 손상된 듯”

훈련병 '횡문근융해증' 언급돼...전문가 "열사병 탓 다발성 장기부전 사인인 듯"

국군대전병원 응급실 앞에서 이동 중인 군인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없습니다. [사진=뉴스1]
강원 인제의 한 육군 부대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사망한 사고가 지난 25일 발생했다. 이때 한 군 관계자가 사망 훈련병이 부검 결과와 관련해 ‘횡문근융해증’과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고 언급해, 사인이 이 병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병이 직접적인 사망원인이 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열사병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을 사인으로 보고 있다.

횡문근융해증이란 외상, 운동 등으로 근육에 에너지 공급이 충분하지 않아 괴사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생긴 독성 물질이 순환계로 유입되는 병이다. 이 독성 물질은 신장의 필터 기능을 저하해 급성 신부전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이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료계 분석이다. 강보승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이 병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을 보면 대개 피트니스를 굉장히 세게 해서 오시는 분들이 다수”라며 “보통은 입원하지 않고 퇴원한다. 진단도 물 잘 마시고 휴식 하라는 정도만 한다”고 말했다.

이에 강 교수는 사인을 횡문근융해증이 아닌, 열사병에 의한 다발성 장기 손상으로 내다봤다. 그는 “횡문근융해증 자체로 사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는 2차적인(부수적인) 부분으로 보인다”며 “그 환자 같은 경우 온열질환, 열사병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한 것. 전신 열 손상은 간과 뇌, 폐, 신장 등 다양한 장기에 손상을 끼친다. 진행될 시 그 자체로 사망 위험이 높고 치료도 만만치 않다”고 설명했다.

숨진 훈련병은 지난 23일 ‘밤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다른 훈련병 5명과 함께 완전군장(20~30kg)을 차고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을 받다 쓰러졌다. 당일 낮 최고 기온은 28도 정도였으며 민간병원(강원 속초의료원)으로 이송할 당시 열이 40.5도까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원 관계자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 엄청나게 고열에 시달리는 상태였다”며 “이미 상태가 상당히 나빠져 있었고, 여기저기 장기에 문제가 생긴 다발성 장기 손상 상태였다”고 전한 바 있다.

또한 이송 후 이 훈련병의 근육형성지표(CPK)도 2만 U/L(리더당 단위)를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 교수는 “근육이 망가졌을 때 근육 효소가 혈액을 통해 나온다. 이 지표가 1000 이상이면 보통 횡문근융해증이 있다고 말한다. 지표가 클 시 급성 신부전이 나타나 사망하기도 한다”며 “다만 10만 이상이어야 신부전이 나타나고, 신부전이 왔더라도 하루 만에 사망할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질병관리청 역시 훈련병의 사인을 ‘열사병’으로 보고 있다. 질병청은 언론사 등을 통해 “해당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는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군기훈련 도중 사망한 훈련병”이라며 “열사병 환자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추정 상황이라 바뀔 수도 있다”며 사망 원인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 놨다.

※횡문근융해증 증상과 치료

이 병은 일상적으로 과격한 운동을 할 시 주로 발생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운동한 부위가 부어 오르고 근육통이 발생하거나 발열, 콜라색(검은색) 소변 등이 나타난다.

우선 운동을 멈추는 것이 먼저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충분한 휴식을 하며 수분 섭취를 하는 것이 좋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증상이 심각하다면 내원해 전문의(응급의학과, 신장내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중등도에 따라 수액 치료가 고려된다. 수액을 충분히 정주해 혈관 내 손상된 근육 물질 들이 소변을 통해 배출되게끔 유도하는 방식이다.

닥터콘서트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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