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제주대병원, 비상경영체제 돌입...전공의 공백에 재정난
제주대병원, 올해 600억원대 적자 우려
의정갈등 장기화로 국내 주요 대형병원이 운영난을 겪는 가운데, 경북대병원과 제주대병원 등 지역 대형병원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근무 의료진이 감소하며 진료가 줄고 경영 악화로 이어진 것이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경북대병원과 제주대병원이 각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양동헌 경북대병원장은 전날인 27일 내부 전산망을 통해 '비상경영체제' 운영을 공식화했다. 병원의 마이너스 통장 한도도 종전 100억원 규모에서 250억원 규모로 늘려 예비비를 확보했다.
필수의료와 최중증 환자 치료를 제외한 모든 활동을 재검토하고 긴축재정을 운영해 비용을 최대한 절감할 방침이다. 경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조와의 논의도 진행한다. 병원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이번 주 안에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양 병원장은 "외래, 입원, 수술 등 모든 분야에서 심각한 손실을 보고 있으며 병원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운영 자금이 부족해 금융기관 차입을 고려하는 실정"이라며 "비상경영체제 전환에 따라 직원의 복리후생에 최대한 영향이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대병원 역시 '위기 대응과 장기적 생존전략 수립을 위한 비상경영 TF'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TF는 최국명 제주대병원장이 총괄한다.
제주대병원은 외래진료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병상 가동률을 6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외부 경영진단을 통해 내·외부 경영환경과 역량을 분석, 새로운 가치체계와 중장기 발전 전략도 수립한다.
또한, 제주대병원은 올해 예산을 재검토하고 긴축재정을 운영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종료 이후 병원의 적자 폭이 계속 늘어온 탓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공공기관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제주대병원의 적자 규모(당기순손실)는 137억원이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지원금을 지급하면서 2021년 병원 적자 규모는 30억원까지 크게 개선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지원금 중단으로 2022년엔 87억3805만원, 2023년엔 334억5335만원으로 늘었다. 병원 측은 의료공백 사태로 올해 적자 규모가 600억원대까지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