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우황 의혹에도 식약처 전수조사 외면…속사정 있나?

[우황청심원이 수상하다] ③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불법 우황을 사용한 우황청심원이 유통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의약품 안전 주무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의 일인 양 태연한 모습이다. 법령을 위반한 구체적 정보가 확보돼야만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식이다.

25일 제약·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약전에 우황 시험검사 기준이 있지만 불법 우황을 잡아내기엔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식약처는 약전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시험검사 항목을 통과한 우황만을 원료로 허용하고 있다. 또한 ‘수입의약품 등 관리규정’에 따라 우황을 포함한 모든 수입 약재는 품질검사기관에서 검사를 받아야 유통할 수 있다. 이는 약전에 규정되지 않은 대체우황은 불법 원료이므로 국내 유통이 금지되며,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검사를 받도록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식약처 검사는 중국산 대체우황을 걸러내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우황은 국내 수입되면 먼저 한방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관능검사위원회의 검사를 받는다. 여기서 기원이나 생김새 등이 적합하다고 판단 받은 우황은 검체를 추출해 검사기관으로 보내진다. 이후 시험검사를 수행하는 연구기관은 약전에서 정하는 총 9가지 항목을 살핀다. ▲성상 ▲확인시험  2회 ▲울금·강황 ▲합성색소 ▲전분 ▲백당 ▲회분 ▲결합형 빌리루빈 등의 항목이 해당한다. 이를 모두 통과하고, 최종 적합 판정을 받은 우황만 국내에서 유통된다.

하지만 코메디닷컴 취재 결과, 이같은 검사 과정에는 중국산 대체우황과 천연우황을 구별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 기껏해야 관능검사를 통해 으스러지는 형태의 인공우황을 가려내거나 우황의 유효성분인 빌리루빈 함량이 낮은 우황을 가려낼 뿐이다. 체외배육우황 등 일부 대체우황은 시험검사 기준에 맞게 유효성분을 인공적으로 합성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의약품 시험연구기관 관계자는 “기관에서 하는 시험검사는 약전을 따르는데 여기에는 대체우황과 천연우황을 판별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며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라면 관능검사에서 걸러지겠으나 그렇지 않으면 현행 기준으론 판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의약품 시험연구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천연우황과 불법우황을 구별하는 표준분석법 자체가 없기 때문에 관련 연구와 분석법 정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반면 중국 식약처인 약품감독관리국(NMPA)은 1972년 인공우황을 시작으로 배양우황, 체외배양우황을 분류했고 2004년부터 우황이 포함된 의약품에는 포장 라벨과 사용설명서에 어떤 우황을 사용한 건지 명확하게 표시하게 했다. 한약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원재료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것. 천연우황과 대체우황을 가려낼 시험법을 확보하지 못해 불법 우황을 잡아내기 어려운 한국 식약처와 대비되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불법 우황을 함유한 우황청심원이 유통된다는 의혹이 짙은 만큼 식약처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강력 제기되고 있다.

기자가 만난 한 약사는 “최근 천연우황 가격이 급등하자 불법적인 우황을 쓰기도 한다는 소문이 있다”며 “약국들이 안심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당국의 관리와 조사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한약재 관능검사 위원은 “인공우황과 체외배육우황이 수입돼 유통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미온적이다. 지난 20년여간 수입 우황과 완제품에 대한 전수조사가 한차례도 없었던 데다 최근 불법 우황 유통 의혹이 불거졌는데도 별도 대책이 없는 모습이다. 코메디닷컴의 관련 질의에 대해서도 원론적 답변만 내놓았다. 사실상 동문서답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산 대체우황은 식약처가 인정하지 않은 원료인지 식약처에 묻자 “해당 원료로 허가(신고) 된 의약품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체우황과 천연우황을 구분하는 기준을 갖고 있냐는 질문에는 “대한민국약전에서 정한 우황에 대한 기준 및 규격은 ‘소의 담낭 중에 생긴 결석’이다”라고 답했다.

우황청심원 원료 분석 등 전수조사 계획 여부에 대해서는 “의약품(우황청심원) 원료 등과 관련해 약사법령을 위반한 구체적인 정보가 있는 경우, 약사감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한 개업약사는 “누군가 내부 고발자가 확실한 불법 우황청심원 관련 증거를 내놓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겠다는 얘기가 아닌가”라며 “식약처가 지나치게 태연하다”고 비판했다.

대한한의사협회 전 임원은 “우황청심원은 가정에 구비해두는 상비약”이라며 “불법 우황은 국민 건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식약처가 해외에서 들어오는 우황 뿐 아니라 국내 유통되고 있는 우황과 우황청심원을 전수조사해 불법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리즈 끝>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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