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 치료는 유방암을 증가시킨다

[송무호의 비건뉴스] 골다공증의 불편한 진실⑪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을 이용한 폐경기 증상 치료는 한때 “여성의 역사를 바꿔놓은 발명품”이란 극찬을 받았다.

하지만 호르몬 치료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논쟁이 30~40년간 지속함에 따라 미국 국립보건원(NIH) 주도의 대규모 연구가 시작되었다. 폐경 여성에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복합 요법이 심혈관질환과 유방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 및 위험도를 평가하는 것이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2002년 충격적인 첫 번째 결과물이 나왔다 [1]. 5년간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병합 요법을 시행한 군(群)에서 유방암의 빈도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증가해 연구를 조기 중단한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호르몬 치료군에서 유방암뿐 아니라 심장마비, 뇌졸중, 폐색전증이 비교군보다 훨씬 더 많이 발생하였다. 따라서 호르몬 치료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다는 게 결론이었다.

이 소식은 TV, 신문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대중에게 전파되었고, 호르몬 사용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이에 따라 의사들은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분주해졌다. 2002년 전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던 처방약 중의 하나이던 에스트로겐의 사용량이 급감하였다 [2,3].

과잉 처방되던 에스트로겐이 줄어들자 미국 및 세계 각국의 유방암 환자 발생도 감소하였다 [4, 5, 6]. 이것이야말로 과학적 연구가 인간의 삶에 이바지한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 연구에서 호르몬 치료의 장점으로 골절 빈도가 감소했다는 결과도 들어있었다. 이는 호르몬 처방을 계속 낼 수 있는 근거가 되었고, 제약회사는 이 약들의 판매 방향을 골다공증 치료제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제약 업계에서는 기존의 호르몬제와는 다른 형태의 약물이 필요하였는데 마침 유방암 치료를 위한 항암제로 개발되던 ‘랄록시펜’(Raloxifene, 상품명 ‘에비스타’)이 골 흡수 억제라는 부가적인 작용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선택적 에스트로겐 수용체 조절 약물(selective estrogen receptor modulator, SERM)이란 이름으로 출시되었다.

이 약은 호르몬은 아니지만, 에스트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뼈에는 에스트로겐과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고, 유방과 자궁에는 에스트로겐과 반대되는 작용을 한다. 하지만 이 약은 척추 골절 예방에는 효과를 보였으나 고관절 골절 예방에는 효과가 없었고, 약 복용 후 혈관 속 피가 굳어 덩어리가 생기는 현상인 ‘정맥혈전증’으로 치명적인 뇌졸중이 증가할 수 있어 사용에 제한이 있었다 [7].

이처럼 호르몬 치료나 유사 호르몬 치료는 갱년기 증상 완화 및 골밀도에는 다소 도움이 되었지만, 그 대가로 유방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정맥혈전증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있어 결코 바람직한 치료 방법은 아니다 [8, 9].

우리말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란 속담이 있다. 병이 아니고 노화 현상에 불과한 골다공증을 치료하려다가 진짜 심각한 병에 걸리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랜 세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다가 드디어 2018년 미국내과의사학회(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가 발간한 골다공증 치료 가이드라인은 “에스트로겐이나 에스트로겐 유사 약물인 라록시펜(Raloxifene)을 골다공증 치료제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10]. 10년 전인 2008년 가이드라인과 정반대의 내용이었다 [11]. 그 이유는 전술한 바와 같이 단점이 장점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2022년 2월, 폐경 후 골밀도가 급속히 감소한다는 기존의 이론에 반론을 제시하는 놀라운 논문이 발표되었다 [12]. 성인 여성 3000명을 5년에 한 번씩 골밀도 검사를 하여 25년간 추적 관찰해보니 대퇴경부 골밀도 감소 폭은 연평균 0.4% 정도로 기존 연구의 1/4에 불과했다 (* 기존연구는 연평균 1.6%씩 감소한다고 주장.)[13].

따라서 폐경 후 10년간 25%의 골 소실이 일어나는 게 아니라, 25년간 10% 정도의 골 소실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약 50세에 폐경이 된 후 25년 후면 75세인데 폐경 전 골밀도의 90%는 유지되니 크게 걱정할 필요까진 없지 않은가?

그리고 폐경이 되면 골밀도가 급속히 떨어진다고 호르몬 치료를 급하게 권유할 근거도 사라졌다. 왜냐면 골밀도 감소는 급하게 생긴 게 아니라, 25년에 걸쳐 서서히 일정한 비율(steady pattern)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폐경 후 골다공증은 기존의 우려와는 달리 완만히 진행되므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그러면 에스트로겐 부족으로 인한 폐경기 증상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폐경 후 에스트로겐은 폐경 전보다 95%가 감소하고 이것은 매우 정상적이고 여성에 유리한 변화다 [14]. 왜냐면 폐경 후에도 에스트로겐 수치가 높으면 자궁내막암 및 유방암 빈도가 올라가므로 에스트로겐 수치가 낮은 게 중년여성 건강에는 사실상 유리하다 [15, 16].

여성 호르몬 수치가 낮아지며 생기는 갱년기 증상인 안면홍조 빈도는 서양인과 동양인이 다르다. 백인 여성의 경우는 80~85%의 빈도를 보이나 중국 18%, 일본 15%, 싱가포르 14%로 동양인의 빈도는 낮고 증상도 심하지 않다 [17].

그렇다면 동양 여성에게는 왜 갱년기 증상이 서양 여성보다 적을까? 여기엔 어떤 비밀이 있을까?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참고문헌
1. JE Rossouw, GL Anderson, RL Prentice, et al. Risks and benefits of estrogen plus progestin in healthy postmenopausal women: principal results From the Women’s Health Initiative randomized controlled trial. JAMA 2002;288:321-33.
2. B Ettinger, D Grady, A Tosteson, et al. Effect of the womens’ health initiative on women’s decision to discontinue postmenopausal hormone therapy. Obstet Gynecol 2003;102:1225-1232.
3. AL Hersh, ML Stefanick, RS Stafford. National use of postmenopausal hormone therapy: Annual trends and response to recent evidence. JAMA 2004;291:47-53.
4. PM Ravdin, KA Cronin, N Howlader, et al. The decrease in breast-cancer incidence in 2003 in the United States. N Engl J Med 2007; 356:1670-1674.
5. K Zbuk, S Anand. Declining incidence of breast cancer after decreased use of hormone-replacement therapy: Magnitude and time lags in different countries. J Epidemiol Community Health 2012;66:1-7.
6. K Canfell, E Banks, AM Moa, V Beral. Decrease in breast cancer incidence following a rapid fall in use of hormone replacement therapy in Australia. Med J Aust 2008;188:641-644.
7. P D’Amelio, GC Isaia. The use of raloxifene in osteoporosis treatment. Expert opinion on pharmacotherapy 2013;14:949-956.
8. JAE Manson, RT Chlebowski, ML Stefanick, et al. The Women’s Health Initiative hormone therapy trials: update and overview of health outcomes during the intervention and post-stopping phases. JAMA 2013;310:1353-1368.
9. ME Jones, MJ Schoemaker, L Wright, et al. Menopausal hormone therapy and breast cancer: what is the true size of the increased risk? Br J Cancer 2016;115:607-615.
10. KG Cotts, AS Cifu. Treatment of osteoporosis. JAMA 2018;319:1040-1041.
11. A Qaseem, V Snow, P Shekelle, et al. Pharmacologic treatment of low bone density or osteoporosis to prevent fractures: a clinical practice guideline from the American College of Physicians. Annals of internal medicine 2008;148:197-213.
12. A Moilanen, J Kopra, H Kröger, et al. Characteristics of long‐term femoral neck bone loss in postmenopausal women: A 25-year follow-up. J Bone Miner Res 2022;37:173-178.
13. G Zhai, DJ Hart, AM Valdes, et al. Natural history and risk factors for bone loss in postmenopausal Caucasian women: a 15-year follow-up population-based study. Osteoporos Int 2008;19:1211-1217.
14. F Labrie. All sex steroids are made intracellularly in peripheral tissues by the mechanisms of intracrinology after menopause. The Journal of Steroid Biochemistry and Molecular Biology 2015;145:133-138.
15. CB Hammond, FR Jelovsek, KL Lee, et al. Effects of long-term estrogen replacement therapy: II. Neoplasia. American Journal of Obstetrics and Gynecology 1979;133:537-547.
16. TJ Key. Endogenous oestrogens and breast cancer risk in premenopausal and postmenopausal women. Steroids 2011;76:812-815.
17. AJ Thomas, R Ismail, L Taylor-Swanson, et al. Effects of isoflavones and amino acid therapies for hot flashes and co-occurring symptoms during the menopausal transition and early postmenopause: a systematic review. Maturitas 2014;78:263-276.

닥터콘서트
    송무호 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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