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잇단 소송전...복지부 차관에 이어 국무총리 고발
정진행 교수 "의료 미래 법적 판단에 맡겨 아쉬워...올바른 판단 나오길"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저지를 위해 잇단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 장·차관을 고발한 데 이어 이번엔 국무총리까지 고발하고 나섰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소송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이날 오후 1시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업무 방해, 허위 사실 유포 등의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했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논의한 의료현안협의체의 회의록 존재 여부를 놓고 말을 바꿈으로써 허위 사실을 유포했고, 정원 배정심사위원회의 위원 명단을 익명 처리한 뒤 법원에 제출하기로 하곤 실제로는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설명이다.
이날 고소장을 제출한 이 변호사는 취재진과 만나 "그런데도 한 총리는 가당찮게 '원고 소송대리인이 재판부를 압박하고 재판을 방해한다'고 말해 변호사를 겁박하고, 대국민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판 방해는 정부가 하고 있다"며 "정부는 즉각 배정심사위원회 명단과 발언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7일 이 변호사와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 등은 공수처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 차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오석환 교육부 차관,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 등 고위공무원 5명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바 있다.
이 같이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 발표 이후 의료계는 각종 소송을 줄곧 제기해왔다. 지난달에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지만 각하됐다. 앞서 전의교협을 비롯한 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낸 데 이어 네 번째 각하였다.
의료계 단체가 정부를 향해 제기한 소송과 고소, 고발건은 모두 50건을 넘어선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정진행 분당서울대병원 병리학교실 교수(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전 비대위원장)는 "의료 미래를 법적인 판단에 기대야 한다는 현실이 아쉽다"며 "이런 현실을 보면 아직 우리나라가 많이 선진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고등법원에서 올바른 판단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서울 고법이 의대 증원 2000명의 과학적 근거와 회의자료, 회의록 등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바 지난 10일 자료 47건과 별도 참고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이들 자료 등을 토대로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관한 집행정지 가처분 인용 여부를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결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