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통증에 발작까지…편두통 표적약 ‘아큅타’ 국내 출시

아시아 최초 한국서 선보여...만성·삽화성 편두통 모두 사용

주민경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두통학회 회장).

극심한 두통 증상으로 신경과를 찾는 환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발작성 통증을 호소하는 편두통 환자들은 항경련제나 우울증약을 처방 받기도 하지만 임시방편일 뿐 잦은 재발로 말 못할 고통을 겪게 된다.

최근 편두통 예방약 시장에 새로운 치료 옵션이 등장했다.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가 개발한 성인 편두통 신약 ‘아큅타(성분명 아토제판트)’가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으로 한국 시장 출시가 결정됐다. 이 약물은 작년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성인 편두통 예방 치료 목적으로 허가를 받았다. 편두통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수용체에 작용하는 유일한 경구용 옵션으로, 증상 발생 빈도에 상관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10일 주민경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대한두통학회 회장)는 아큅타 출시 기자간담회에서 “편두통은 직장과 인간관계, 정신건강을 포함한 환자의 삶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이라며 “편두통 발작이 한 달에 3∼4회 이상 일어나거나, 발작 횟수가 한 달에 1~2회 정도라도 일상생활에 방해가 된다면 적극적인 예방 치료가 권고된다”고 말했다.

통상 만성 편두통은 한 달에 두통 일수가 15일 이상이고, 삽화성 편두통은 두통 일수가 15일 미만인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편두통 환자들은 일상적인 활동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발작을 자주 경험할 수 있어 삶의 질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한 논문에 따르면 국내 편두통 유병률은 여성에서 25.9%, 남성에서 12.8%로 추정되며, 사회경제 활동이 최고조에 이르는 30~50대의 연령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을 안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두통으로 신경과를 찾은 환자 20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환자들은 한 달에 평균 12일 이상 두통을 경험했으며, 4일 이상은 두통으로 학습이나 작업 능률이 절반 넘게 감소했다. 더욱이 편두통은 처음 증상을 확인하고 진단을 받는 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으며, 치료를 받기 전 평균적으로 3.9개 병원을 방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민경 교수는 “편두통은 신경학적 증상과 자율신경계 증상을 동반하는 잦은 발작을 특징으로 하는 고통스럽고 복잡한 만성질환”이라며 “극심한 두통과 함께 빛 공포증, 소리 공포증, 냄새 공포증 등의 이상 증상을 동반하는 것도 주요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편두통 치료는 크게 ‘급성기 치료’와 발작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관리하는 ‘예방 치료’로 나뉜다. 예방 치료의 경우 항우울제나 항경련제, 항고혈압제 등 편두통에만 특화되지 않은 약물을 사용하거나, CGRP 항체의약품(주사제) 등이 사용된다. 그런데 기존 약물들은 효과가 제한적이라 치료 만족도가 낮았고, CGRP 주사제 옵션은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의 절반 정도가 6개월 이내에 치료를 중단하는 문제도 나오고 있다.

김병건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신경과 교수는 “편두통 치료 목표는 빠른 치료 효과와 발생 빈도 및 통증 강도의 감소, 급성기 약물을 과다 복용하는 일을 막고 환자 삶의 질을 높이는 것으로 잡혔다”며 “국내 도입된 유일한 경구 옵션인 아큅타는 월 평균 편두통 발생 빈도 뿐만 아니라 급성기 치료 약물 일수를 유의하게 줄인 치료제”라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만성 편두통과 삽화성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PROGRESS’ 및 ‘ADVANCE’ 연구 결과, 1일 1회 아큅타 60mg을 복용한 환자들은 12주 치료기간에 월 평균 편두통 일수와 급성 약물 사용 일수가 위약(가짜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다.

특히, 삽화성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 ADVANCE 연구에서 아큅타 60mg 치료군은 투여 1일차에 환자의 87.7%에서 편두통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기존에 2~4가지 계열의 경구용 예방 치료에 실패한 삽화성 편두통 환자를 대상으로 한 ‘ELEVATE’ 연구에서도 아큅타 치료군은 12주 투여 기간 동안 월 평균 편두통 일수가 연구 시작 시점 대비 4.2일 감소한 반면 위약군에서는 1.9일 감소했다.

김 교수는 “1일 1회 복용하는 경구제가 갖는 장점과 짧은 반감기, 편의성 등 다양한 이점을 통해 편두통 환자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큅타는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성인 삽화성, 만성 편두통 예방 치료제로, 2023년 8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는 월 편두통 발생 일수 4일 이상인 성인 환자에 편두통 예방요법으로 허가받았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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