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클러스터, ‘커뮤니티’로 기능해야 성공”
[바이오VIBE] 팀 로우 케임브리지혁신센터 CEO
국가첨단전략산업인 바이오 특화단지 선정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단지 창업자가 국내 바이오클러스터 활성화를 위해선 커뮤니티처럼 기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케임브리지혁신센터(Cambridge Innovation Center, 이하 CIC)의 팀 로우 CEO는 10일 ‘바이오코리아 2024’에서 국내 취재진을 만나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을 통한 기업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CIC는 1999년 설립된 글로벌 창업기업 혁신센터로, 공유오피스 산업의 대표적 기업이다. 현재 미국, 유럽, 아시아에 10개의 공유오피스 센터를 운영하며 혁신 기업들에게 사무 공간과 실험·연구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빅파마, 바이오벤처, 병원·연구기관 등 1000여개 기업이 들어선 CIC 보스턴은 세계 최대 규모 바이오클러스터로 꼽힌다. 국내 기업도 20여곳 입점해 있다.
팀 로우 CEO는 혁신 기업들이 한 곳에 모였을 때 생기는 이점에 대해 “다양한 기업의 대표나 책임자들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혁신은 관계에 기반해 만들어진다”며 “함께 일하려면 만나고 친해지며 신뢰를 쌓아야 하는데, CIC는 이런 부분을 제공한다”고 했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실제 상품이나 서비스로 연결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것은 네트워킹의 부재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CIC 센터다.
성공적인 바이오클러스터의 요건?
로우 CEO는 “공유 오피스나 바이오클러스터가 가장 성공적으로 정착한 미국 사례를 보면, 여러 개의 클러스터가 동시에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증명됐다”며 “각자의 클러스터가 명확한 전문 분야에 특화하면 이것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CIC 세인트루이스를 예로 들었다. 세인트루이스는 미국 내에서 농업 기술이 가장 앞선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농업 분야 선도 기업 중 다수가 본사를 두고 있다. 2018년 바이엘에 인수된 생명공학·유전자 농업 기업 몬산토가 대표적이다.
로우 CEO는 “이미 보스턴에 대규모 바이오 클러스터가 조성된 상황에서, 농업이라는 고유한 전문 분야를 구축한 CIC 세인트루이스는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며 “특정 지역이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해 특화된 단지를 만들면 바이오클러스터가 얼마든지 자리잡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바이오클러스터 정착을 위해 CIC가 제시한 또 다른 해결책은 ‘커뮤니티로서의 기능’이다. 물리적으로 기업들을 한 공간에 모아 놓는다고 해서 저절로 기업 간 협업이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CIC는 정기적인 네트워킹 행사로 기업들이 모이는 지역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벤처 카페(Venture Cafe)’다. 매주 목요일 저녁 열리는 벤처카페 모임은 기후문제, 자금조달 해결책, 교육 등 특정 주제에 대해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대화하는 행사다. 연구원, 엔지니어, 기업가, 투자자 등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비공식적인 토론을 이어간다.
CIC의 대표 커뮤니티 행사로 자리잡은 벤처 카페는 2022년 전 세계 CIC 센터에서 439회 개최됐으며, 약 2700개 세션에 6만4000여명이 참여했다.
로우 CEO는 “벤처 카페에서는 창업이나 기업 운영에 대한 무료 멘토링이 이뤄지거나 투자 제의가 오고 가기도 한다”며 “한국의 바이오클러스터 역시 단지 조성에 그치지 않고 기업 간 네트워킹 강화를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내년 말, ‘CIC 판교’가 찾아온다
이날 인터뷰에 앞서 CIC와 차바이오그룹은 판교에 한국 바이오 벤처기업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센터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CIC 판교 캠퍼스’다. 현재 차바이오그룹이 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조성 중인 ‘세포유전자 바이오뱅크’에 혁신센터가 들어서는 형태로, 세포·유전자 치료 연구 기반 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로우 CEO에 따르면 판교에 개소할 센터는 앞서 언급한 성공적인 바이오클러스터의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차바이오그룹의 바이오뱅크는 아시아 최초의 세포·유전자 치료 전문 단지이며 그 규모도 세계 최대로 조성될 예정이다.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잠재성이 있으며, 한국에 이미 조성된 다른 바이오단지의 영역을 침범하지도 않는다.
이에 더해 차바이오그룹은 지난 3월 ‘세포·유전자 투자 포럼’을 열고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업 간 투자 유치와 네트워크 강화를 도모했다. 이 행사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의료계 관계자, 연구자, 투자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로우 CEO는 “대학(차의과학대)-병원(차병원)-개발(차바이오텍) 등의 인프라를 보유한 차바이오그룹과의 협력에 대한 기대가 크다”며 “CIC 보스턴이나 CIC 판교에 입주한 한국 스타트업이 개발한 치료제를 차병원의 환자에게 전달하는 협력관계가 구축되면 환상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바이오그룹과 CIC의 협력으로 탄생할 판교 혁신 이노베이션 센터는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로우 CEO는 “협력이 진행되면서 수 개월 이내 더 발전된 계획을 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CIC 판교가 300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는 성공적인 바이오클러스터로 정착하는 것도 불가능한 영역은 아닐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