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걸린 의사가 서울 빅5 가지 않은 이유

“우선, 대한민국에서 내 병을 가장 잘 아는 의사가 이 사람이다. 그가 내 폐를 오랫동안 추적 관찰해왔다. 둘째, 그는 우리나라에서 폐암 수술을 가장 잘 하는 의사 중 하나다.”

지난달 11일. 성형외과 전문의 한봉주(68)는 가슴 통증이 조금씩 심해지고 있다고 느꼈다. 3년 전 정기검진을 통해 폐에 작은 결절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그는 자신이 현재 봉직하고 있는 부산 온종합병원 폐암수술센터에서 흉부 CT 조영검사를 받았다.

“조기 폐암으로 추정된다”는 진단이 나왔다. 왼쪽 폐 결절이 2.5㎝ 크기로 커져 있었다. 주치의(최필조 센터장)는 그에게 수술을 권했다.

해외에 사는 자녀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가족은 곧바로 “서울 대형병원에서 수술받자”고 나왔다. 예상한 대로였다. “전공의 사태로 빅(Big)5까지 의료현장이 어수선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는 선후배들 많을 테니 일단 서울로 가보자”는 것이었다.

나중에는 아예 떼를 쓰듯 강요했다. 하지만 그는 거절했다. 거꾸로 가족들을 설득했다. “나는 여기가 편하다. 이 병원에도 폐암 수술 잘 하는 교수 출신 의사가 있으니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손을 저었다.

그러면서 그는 한 가지 덧붙였다. “게다가 하루 이틀 만에 나을 병도 아닌데 서울, 부산 계속 오가며 치료받는 것은 정말 불편하다. 내가 병원 생활만 몇 년이냐. 그 고생, 생고생이다.”

폐암 등 폐 수술만 4000례를 넘게 해본 명의… 서울 가자던 가족들도 결국

가족들은 인터넷에서 주치의 ‘최필조 교수’를 찾았다. 동아대병원 흉부외과 주임 교수 출신. 흉강 내시경을 통한 폐암 수술경험이 많았다. 거기다 로봇 수술까지 모두 4,000례가 넘는 흉부질환 수술을 해봤다.

부산일보 ‘베스트닥터’(Best Doctors in Busan)에도 선정됐다. 의료현장을 잘 아는 전문의들이 추천한 흉부외과 명의였다.

결국, 가족도 수긍했다. 게다가 그는 2021년 폐 결절을 발견한 이후부터 최 센터장을 통해 줄곧 이를 관찰해오던 터였다.

어디에 어떤 종양이 어느 크기로 자리 잡고 있는지 훤히 아는 최 센터장은 지난달 23일, 3시간 30분에 걸친 폐 분절 절제술로 그의 폐에서 암세포를 완전히 떼어냈다. 조직 검사 결과는 ‘침윤성 비점액성 선암종’으로 나왔다.

폐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증상이 나타날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진단 후 5년 생존율이 약 30%로 낮은 편인 것은 그 때문이다. 최필조 센터장은 6일 “다행히 한봉주 과장은 조기암으로 확인돼 앞으로 재발 우려는 낮다”고 했다.

한봉주 과장도 “동료 의사로부터 최고의 선물을 받게 됐다”면서 “암이라고 무조건 서울로 가는 것은 옳지 않고, 지역의 대학병원은 물론 중견 종합병원에서도 각종 암 치료가 가능한 교수 출신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고 했다.

폐암 수술을 받고 열흘 만에 환자 진료를 재개한 한봉주 과장(성형외과)이 지난 4일, 최필조 폐암수술센터장(사진 오른쪽)을 찾아가 예후 관리 방법을 묻고 있다. [사진=온종합병원]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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