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HK이노엔, 매출 비슷한데 쓴 돈은 많이 다르네
헬스케어기업 비용진단 <14> 보령은 광고선전비, HK이노엔은 지급수수료 많아
'매출은 보령, 수익성은 HK이노엔'. 올해 매출 1조원 달성을 위해 경쟁하고 있는 두 회사의 지난해 성적표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비용 구조를 보면 보령이 광고선전에 큰 돈을 쓴 반면, HK이노엔은 지급수수료 지출이 상대적으로 컸다.
7일 코메디닷컴과 기업 비용절감 전문회사 코스트제로가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매출 상위 10대 회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유한양행, 종근당, 녹십자, 광동제약, 한미약품, 대웅제약, 보령, HK이노엔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매출 합계는 17조952억원으로 전년도 15조9109억원에 비해 7.4% 증가했다.
매출 경쟁에서 보령은 약 300억원 차이로 HK이노엔을 제치며 매출 순위를 맞바꿨다. 보령의 지난해 매출액은 8596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59억원으로 같은 기간 20.6% 성장했다. 주요 제품인 카나브 패밀리와 항암제 매출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다. HK이노엔 매출액은 8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가량 감소했다. 매출은 뒷걸음질했지만 영업이익은 25.5% 증가한 682억원을 기록했다. 보령이 외형을 잘 챙긴 반면 HK이노엔은 수익성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케이캡과 수액제 등 주력 품목이 실적을 이끌었다.
두 회사의 비용 구조엔 약간 달랐다. 매출원가율은 보령(58.8%)이 HK이노엔(54.6%)보다 소폭 높았지만, 그 차이만큼 보령의 판관비율이 낮았다.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중을 나타내는 판관비율은 HK이노엔이 37.4%, 보령 33.1%로 나타났다.
두 회사 모두 판관비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인 매출 대비 10% 가량을 급여로 지출했다. 이어 보령은 연구개발비(5.5%), 광고선전비(4.6%), 무형상각비(2.1%) 순으로 비용 비중이 높았다. HK이노엔은 지급수수료(8.3%), 연구개발비(2.9%), 운반비(2.3%) 순으로 많이 썼다.
이처럼 광고선전비와 지급수수료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보령 광고선전비는 HK이노엔의 광고선전비 1.6%에 비해 3%p 높은 수치다. 10대 회사 중에서 대웅제약(5.5%), 유한양행(5.2%), 보령 순으로 광고선전비를 많이 썼다. 보령 관계자는 “일반의약품 중 겔포스엘, 용각산쿨을 광고하고 있고, 전문의약품 광고도 일부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보령은 배우 주현영을 광고 모델로 기용, 겔포스엘 신규 광고를 선보인 바 있다.
HK이노엔은 지급수수료로 매출의 8.3%를 써서 상위 10개 회사 중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전년도 7.9%에 비해서도 높아졌다. 이에 대해 HK이노엔 측은 “지급수수료에는 케이캡 약가 환급금으로 공단에 환급하는 금액과 원개발사 ‘라퀄리아(RaQualia)’에 지급하는 기술료 등이 포함돼 있다”며 “케이캡의 매출과 해외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전년 대비 지급수수료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보령의 매출액 대비 지급수수료율은 1.9%에 그쳤다.
흥미로운 건 올해부터 두 회사가 손을 잡고 주요 제품을 함께 팔고 있다는 것이다.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과 보령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를 공동으로 영업·마케팅 하는 형태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대형 신약 탄생 회사의 협력이라고 홍보했었다. 두 회사의 시너지 효과는 올해 실적에서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