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생긴다”는 뇌졸중…지금은 65세 이하가 34%
부산 종합병원으론 ‘뇌졸중센터’(Stroke Center) 첫 인증 받은 봉생기념병원 가보니…
지난 달 늦은 오후, 응급실로 119구급차가 들이닥쳤다. 의식을 잃은 43세 남자였다. 급히 뇌 CT와 MRI를 찍어보니 이미 오른쪽 중간 뇌동맥에 협착이 와 있었다. 이른바 ‘뇌졸중’(stroke) 상태.
비상이 걸린 부산 봉생기념병원 뇌졸중센터는 즉시 집중 치료에 들어갔다. 환자는 혈압, 당뇨병, 고지혈증도 앓고 있었다. 과거 흡연력까지 있는, 그러니까 뇌경색 위험인자를 두루 갖고 있었던 셈이다.
뇌졸중은 정말 위험하다. 일단, 세계 사망자의 11%를 차지한다. 사망의 두 번째 핵심 원인. 국내에서도 매년 10만 명 넘게 뇌졸중 환자가 새로 생긴다.
뇌졸중 위험은 55세 이후 매 10년 마다 2 배씩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사망을 피했다 하더라도 후유증이 또 만만찮다. 몸에 마비가 오거나, 보고 듣고 먹는 감각을 잃는다. 평생 누워있거나, 크고 작은 장애를 갖고 살아가야 할 수도 있다.
흔히 ‘중풍’이라고도 부르는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뇌경색, Infarction) 터지면서(뇌출혈, Hemorrhage) 생긴다. 문제가 생긴 뇌 부위가 손상되면서 여러 신경학적 증상을 낳는다.
서구에선 '뇌출혈'이 3배 이상 많은데, 우리나라에선 '뇌경색'이 절대적으로 더 많다. 전체 환자의 약 85%나 된다. 5분가량 짧은 시간에 뇌로 가는 혈류가 일시적으로 막혀 생기는 일과성 허혈성 발작도 드물지 않다. 이는 ‘미니 뇌졸중’이라고 부른다.
뇌졸중은 보통 “나이 들어서 생긴다” 알고 있지만, 요즘 들어선 나이도 가리지 않는다. 한 연구에 따르면 뇌졸중 입원 환자의 34%가 65세 이하였다. 20, 30대는 물론 심지어 15~18세 청소년기에도 온다. 이를 ‘청년기 뇌졸중’(stroke in young adult, 50세 이하)이라 한다.
20, 30대는 물론 10대에서도 뇌졸중 많이 생기는 이유는?
봉생기념병원 신재용 뇌졸중센터장은 “식습관 등 평소 생활습관 변화로 고혈압, 당뇨 등 대사성 질환 발병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와도 연결된다”고 했다. 비만부터 과음, 흡연 등 핵심적인 뇌졸중 위험인자를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젊은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현실과도 통한다.
나이 들어서도 그렇지만, 젊은 나이에 뇌졸중이 오면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손실이 너무 크다. 사회생활 자체가 힘든 것은 물론 가족 부양도 어렵다. 오히려 가족이나 간병인 도움까지 받아야 한다. ‘삶의 질’(QOL)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이다.
그래서 뇌졸중은 예방이 최선이지만, 혹시 증상이 생겼다 하면 치료의 ‘골든 타임’을 지키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특히 뇌출혈은 발생 즉시 응급센터를 거쳐 신경외과 수술을 받아야 한다.
뇌출혈이 아닌 뇌경색이라 하더라도 4.5시간, 늦어도 24시간 이내엔 뇌졸중 전문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뇌 CT부터 MRI 등으로 정밀 진단을 받은 후, 정확한 발병 위치와 상태를 확인한 상태에서 치료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
일반적으로 뇌경색 치료는 정맥 혈전용해술, 동맥혈관 재(再)개통술로 나뉜다. 그중 ‘정맥내 혈전용해술’에 대해 신 센터장은 “증상 발생 4.5시간 이내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데, 주사기로 몸 정맥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해 막힌 혈관이 뚫리기를 기대하는 치료”라 했다.
이에 비해 ‘동맥혈관 재(再)개통술’은 혈관이 완전히 막힌 폐색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증상 발생 24시간 내의 환자까지 선별적으로 시행해볼 수 있다.
뇌졸중 치료는 발병 직후 골든 타임을 지켰느냐에 따라 예후 달라진다는데...
이런 뇌경색 치료엔 뇌혈관 조영술 장비까지 갖춘 집중치료 시스템이 필요하다. 긴박한 조치 이후에도 향후 2차 발병 징후 감시는 물론 신경학적 상태 변화에 대한 정밀검사가 가능하기 때문.
증상이 생긴 지 하루 24시간 지난 환자는 약물치료도 병행한다. 향후 뒤따라올 신체 장애의 정도를 낮추는 데는 이런 검사와 후속조치들이 상당한 영향을 준다.
또 다른 문제는 대부분의 뇌졸중이 사전 증상 없이 갑자기 찾아온다는 것. 그래도 미리 뇌 MRI를 찍어보면 어느 정도 예견할 수는 있다. ‘미니 뇌졸중’ 등 뇌졸중을 겪은 흔적이 나타나기 때문. 여기에 평소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 갑자기 두통, 어지럼증, 인지 저하 등을 느낀다면 뇌졸중 발생 확률이 확 높아진다.
신재용 센터장은 “뇌졸중은 응급 질환인 만큼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뇌졸중 세부전문의들 경험과 실력에 크게 좌우된다”면서 “최근 집중 치료한 43세 환자는 골든 타임을 잘 지킨 덕분에 큰 후유증 없이 치료를 잘 마쳤고 지금은 정상 생활로 돌아갔다”고 했다.
지난 2022년 10월, 전문의 6명으로 ‘뇌졸중 집중치료실’을 오픈한 봉생병원으로선 그 환자를 비롯해 1년 반만에 뇌졸중 전문치료만 벌써 200례를 넘어섰다. 심평원(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에서도 9년 연속 1등급을 받았다.
혈관치료센터와 편측안면경련클리닉, 두통클리닉 등도 뇌졸중 발견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 뇌혈관 질환에 통합적 접근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뇌졸중학회는 올 3월, 여기에 ‘뇌졸중센터’(SC; Stroke Center) 인증을 줬다. 2차 종합병원 레벨로는 부산에서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