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아에도 ‘뱀파이어’가 있다?”…피에 굶주린 3종
먹잇감은 핏속 아미노산 ‘세린’ 성분…3종 박테리아, 염증성장질환 환자의 주요 사망원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살모넬라 엔테리카, 대장균, 시트로박터 코세리 등 최소한 3종이 사람의 혈청에 끌리며, 먹잇감인 영양소가 들어 있는 사람 혈액의 액체 부분(혈청)을 찾아 먹어치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박테리아는 전체 인구의 약 1%에 해당하는 염증성장질환(IBD)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이 된다. 염증성장질환 환자는 장 출혈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장 출혈은 박테리아가 핏속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들 박테리아가 사람 피를 찾아 먹어치우는 현상을 ‘박테리아 뱀파이어즘(Bacterial vampirism, 세균 흡혈증)이라고 부른다. 이번 연구 결과에서 혈류 감염이 어떻게 발생하며 치료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연구팀은 ‘화학 감각 주입 장비 분석'(Chemosensory Injection Rig Assay)이라는 고성능 현미경 시스템을 이용해 매우 작은 양의 사람 혈청을 주입했다. 이어 박테리아가 혈류를 따라 이동하는 것을 관찰해 장 출혈을 시뮬레이션했다. 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가 혈청을 찾는 데는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엄청나게 빠른 반응이다. 박테리아의 이런 움직임은 일종의 주성(Taxis, 쏠림성)이다. 이는 생물이 외부 자극에 반응해 무의식적으로 운동을 일으키는 행동이다.
연구의 교신 저자인 아덴 베이링크 교수(수의과대학)는 “혈류를 감염시키는 박테리아는 치명적일 수 있다. 혈류 감염을 가장 흔히 일으키는 박테리아 중 일부가 실제로 사람 핏속에서 특정 화학물질을 감지하고, 이를 향해 헤엄쳐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박테리아가 특히 끌리는 화학물질 중 하나는 핏속 아미노산인 ‘세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백질 음료의 일반적인 성분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또한 살모넬라균이 혈청을 감지하고 혈청을 향해 헤엄칠 수 있도록 하는 특수 단백질 수용체(Tsr)를 갖고 있음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특정 기술(단백질 결정학)을 이용해 세린과 상호작용하는 단백질의 원자를 관찰할 수 있었다. 세린이 박테리아가 감지하고 소비하는 혈액의 화학물질 중 하나라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의 제1 저자인 시에나 글렌 연구원(박사 과정)은 “박테리아가 혈액의 공급원을 감지하는 방법을 밝혀내면, 이 능력을 차단하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혈류 감염 위험이 높은 염증성장질환 환자의 삶과 건강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에는 워싱턴주립대 수학과와 오리건대도 참여했다.
이 연구 결과(Bacterial vampirism mediated through taxis to serum)는 국제학술지 ≪이라이프(eLife)≫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