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6600병상 새로?… “무분별한 증가 건보재정 파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병상수급 관리제도 연구 보고서 발간

무분별한 병상수 증가는 의료비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스1]
국내 의료시스템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는 합리적 병상이용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원장 우봉식)은 지난 4일 ‘병상수급 관리제도에 관한 연구’ 연구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번 연구는 국내 병상 관리 정책의 현황과 문제점을 검토하고, 실효성 있는 병상수급 관리제도 구축을 위한 개선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수행된 것이다. 연구진은 일본과 미국의 병상수급 정책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무분별한 병상수 늘리기는 건보재정 파탄 불러와” 

보고서는 현재 병상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고령층의 의료수요 충족과 효율적인 병상자원 운영을 위해서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대학병원 등에 의한 분원 경쟁으로 수도권 병상수가 급격히 늘어날 경우 막대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대학병원 9곳이 수도권에 분원 11개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빅5’ 병원으로 분류되는 곳 중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인천 송도, 서울아산병원은 인천 청라, 서울대병원은 경기 시흥에 800병상 규모의 대형 병원을 짓는다. 인천의 상급종합병원인 가천대 길병원과 인하대병원은 각각 서울 송파와 경기 김포로 진출이 예정돼 있다. 고려대, 경희대, 아주대, 한양대 의료원도 경기도 곳곳에 분원을 낸다.

이들 9개 대학병원에서 추진 중인 분원 11개가 들어서면 2028년 이후 수도권에 최소 6600개 병상이 더 생길 수 있다.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수도권 병상수 급증이 예고된 바, 이에 따른 수도권 환자 쏠림, 지역 병원의 인력난 및 경영난, 지역의료 격차 등의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의료정책연구원의 우봉식 원장은 “병상수는 보건의료 정책의 핵심 중 하나다”라면서 “무분별하게 병상을 늘릴 경우 의료비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렇게 될 경우 건보재정 파탄을 넘어서 국가 파탄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수십 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들은 지속적으로 병상 공급을 줄여왔는데 그 배경은 고령화로 인한 입원 환자 증가로 인한 의료보험 재정 지출을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국외에선 병상수 엄격 통제… “고령화 시대 대비 절실”  

보고서는 국외에서 병상 통제의 사례를 자세하게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35개 주에서 병상 신·증설 또는 의료장비 확대 시 수요증명(CON)을 제출하도록 함으로써 보건의료자원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있다.

일본은 335개의 2차 의료권별 기준병상수를 설정하고, 병상기능보고에 입각한 장래 필요병상수 추계를 시행하고 있으며, 기준병상수-현재병상수-필요병상수를 고려해 후생노동대신과 도도부현지사의 협력을 통해 병상기능별 병상수 조정을 꾀하고 있다. 또한 ‘지역 의료·개호 종합 확보 기금’을 마련하여 병상의 기능 조정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함으로써 의료기관의 자발적인 병상기능 변경을 지원한다.

우 원장은 “우리나라 정부는 수도권 병상 과밀화를 억제하기 위해 지난 2023년 ‘제3기 병상수급 기본시책’을 발표하였으나, 현재까지 지역별 병상수급계획이 제대로 작성되지 못하고 있다”며 “병상의 신·증설을 실효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기준, 절차 등에 관한 법령의 정비 또한 미진한 상태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에 6600병상 설립이 추진되고 여기에 필요한 전공의 수급을 위해 의대 증원을 추진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 원장은 주장했다.

지역별, 기능별 필요 병상수 과학적으로 추산해야 

보고서는 병상 자원의 합리적 운용을 위해 병상수 관리를 위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기준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병상을 보유한 의료 기관뿐만 아니라 의료 기관 개설 또는 병상의 신·증설 계획 단계부터 지역·기능별 필요 병상수를 과학적으로 추산해야 무분별한 병상 증가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는 병상수급계획 작성을 17개 시·도(대진료권)에 부여하고, 70개 중진료권 구분은 의료현장 및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여 재조정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합리적 병상수급계획을 위해서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병상의 기능’ 또한 구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능을 ‘고도급성기-급성기-회복기-만성기’로 구분해 각 기능 별로 병상수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또한 “향후 지역병상수급계획에 따라 지역별 의료기관 개설 또는 병상 신·증설을 허가 또는 불허하고자 할 경우, 그 기준과 절차가 명확히 법령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의료기관 개설 및 병상 신·증설을 억제하는 방안은 수도권 내 100병상 이상 종합병원 등 대형병원에 우선 적용해야 병상, 의료인력, 환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주장했다.

    윤은숙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