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비상경영 이어 500억 적자... "정부 지원 17억뿐"
지난달부턴 비상경영 가동 중...서울대병원 다음으로 손실액 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나가면서 국내 최대 의료기관인 '빅5' 병원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고 있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의 적자 폭은 7주 만에 벌써 500억 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 박승일 원장은 전날 소속 교수들에게 "511억 원의 적자가 났고, 정부 보전은 17억 원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단체메일을 발송했다.
여기에서 박 원장은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지 한 달을 훌쩍 넘기면서 힘든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며 "지난달 15일부터 비상운영체제를 가동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2월 20일부터 3월 30일까지 40일간의 의료분야 순손실이 511억 원"이라면서 "정부가 수가 인상을 통해 이 기간에 지원한 규모는 17억 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손실액이 500억 원에 이른 가장 큰 원인이 '진료 감소'라고 강조하며 빅5 병원 중 서울대병원을 빼면 본원이 (외래·입원환자) 감소율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박 원장은 "외래환자 감소율은 삼성서울병원이 11%인데 비해 우리 병원은 17%이고, 입원환자 감소율은 서울성모병원이 28%인데 비해 우린 43%"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박 원장은 소속 교수들에게 진료 확대와 비용 절감 등의 비상경영 노력에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당분간 △학술 활동비 축소 △해외학회 참가 제한 △의국비 축소 △진료 향상 격려금 지급날짜 조정 등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미리 상의드리지 못하고 시행해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며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병원이 유지될 수 있는 한계를 추정하고 결정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으로 넓은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 측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현장 이탈이 시작된 후 외래·수술 축소로 하루에만 10억 원 대 중반 규모의 적자가 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병원은 지난달 중순부터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병상·인력 운영 효율화에 들어갔다.
다른 대형병원들도 상황이 비슷한 상황으로 의료공백 사태 장기화에 대비 중이다. 서울대병원은 지난달 말 기존 500억 원 규모였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2배로 늘려 1000억 원 규모로 확대하고 지난 2일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했다. 연세의료원도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고 서울성모병원 역시 이를 논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