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약의 뜻밖의 효과?... "파킨슨병 진행 늦춘다"
GLP-1R 작용제인 엑세나티드 이어 릭시세나티드 약효 더 뚜렷
당뇨병 치료제인 릭시세나티드(Lixisenatide)가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춰줄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3일(이하 현지시간)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프랑스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가디언이 보도한 내용이다.
파킨슨병 재단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파킨슨병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뇌의 신경 세포가 소실되어 움직임, 균형 및 기억력 등에 문제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증상 관리에 도움이 되는 치료법이 있지만 치료법은 없다.
릭시세나티드는 주사용 혈당강하제로 장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 호르몬과 비슷한 작용을 해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떨어뜨린다. 최근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로 각광받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나 젭바운드(성분명 티르제파티드)처럼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 수용체 작용제(GLP-1R 작용제)에 속한다.
프랑스 보르도대의 와실리오 마이스너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156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만 12개월 간 릭시세나티드를 주사하고 다른 그룹에는 위약을 주사했다. 연구 참여 전과 중간 그리고 12개월 후에 참가자들은 운동 증상에 대한 검사를 받았고 질병-중증 척도의 점수를 받았다.
12개월 뒤 릭시세나티드 주사군은 운동능력이 거의 변하지 않은 반면 위약군은 증상이 더욱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릭시세나티드 주사군은 말하기와 먹기, 걷기 등 일상 작업을 얼마나 수행하기 어려운지 파킨슨병 증상을 측정하는 132점 평가 척도에서 점수가 3점 올랐다.
이 차이는 투약을 멈추고 두 달이 지난 후에도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리시세나티드가 단순히 증상을 감소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신경세포의 손실로부터 뇌를 보호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참가자의 약 절반이 메스꺼움을 보고했고, 13%는 구토를 보고하는 부작용도 있었다.
제2형 당뇨병치료제로 쓰이는 GLP-1R 작용제가 파킨슨병 진행을 늦춰준다는 연구결과는 처음이 아니다. 2017년 《랜싯(Lancet)》에 발표된 논문은 GLP-1R 작용제 중 하나인 엑세나티드(exenatide)가 파킨슨병 환자의 증상 진행을 늦춰준다고 보고했다.
두 연구는 모두 파킨슨병이 뇌의 인슐린 저항성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이론을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GLP-1R 작용제로 가장 유명한 세마글루티드와 티르제파티드. 리라글루티드(제품명 삭센다) 등은 뇌로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파킨슨병 치료에 사용될 가능성이 적다.
마이스너 교수는 “현 단계에선 모든 해석과 적용 가능성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엑세나티드 임상시험에서 본 적이 없는 정말로 매우, 매우 명확하고 강력한 신호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약물이 더 오래 투여될 경우 이익이 증가하는지, 그리고 약물이 파킨슨병의 다른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따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논문을 검토한 영국 셰필드대의 헤더 모르티보이스 교수(세포 신경과학 및 대사학)는 이번 연구 결과가 임상 3상을 위한 길을 열어줬다고 밝혔다. 그는 "리시세나티드에 대한 새로운 임상시험 결과는 위약 그룹에 비해 운동 증상 진행의 현저한 감소를 보여 준다"며 "이번 연구결과는 GLP-1R 작용제가 파킨슨병에 대한 실제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강력히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ejm.org/doi/full/10.1056/NEJMoa2312323)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