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구하고 아빠 숨졌는데”... 아파트 방안에서 줄담배?
늘어나는 거리 흡연... “간접 흡연이 더 위험해요”
지난해 성탄절 새벽 서울 도봉구 아파트 화재 당시 딸을 구하고 자신은 끝내 숨진 30대 아빠를 떠올리면 지금도 안타깝다. 12월 25일 새벽 23층 아파트 3층에서 치솟은 불길이 번지자 4층에 살던 B씨(33)는 아내와 맏딸(2)을 먼저 대피시킨 후 자신은 생후 7개월 딸을 품에 꼭 안고 1층의 재활용 포대 위로 뛰어내렸다.
딸은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아빠는 떨어지면서 머리를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진 후 끝내 숨졌다. 딸을 꼭 안은 아빠의 몸이 쿠션 역할을 해 막내 딸이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빠는 집 근처 약국에서 일하면서 가족의 미래를 설계해왔다. 대학 시절부터 의약품을 취약 계층에 전달하는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등 이웃 사랑도 남달랐다.
이 아파트 화재의 피의자가 사건 당일 3층 방안에서 담배를 피운 후 불씨를 완전히 끄지 않고 다른 방으로 간 뒤 불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북부지검 강력범죄전담부(김재혁 부장검사)는 아파트 3층 거주자 70대 A씨를 중실화·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당시 꽁초에 남아 있던 불씨는 방에 있던 신문지·쓰레기봉투 등 주변 물건에 옮겨 붙어 급속히 번졌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아파트 관리소에서 실내흡연 금지 안내방송을 해왔지만, 방에서 줄담배를 피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화재로 이 아파트에선 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유독 연기를 맡고 화재를 처음 신고한 뒤 가족을 먼저 대피시켰던 L씨(38)도 비상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후 세상을 떠났다. 한 사람의 부주의로 인해 30대 젊은이 두 사람이 생명을 잃고 27명이 다쳤다. 재산 피해는 1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A씨는 화재가 동 전체로 확산하는 과정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조치를 하지 않고 거실 창문을 통해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실에 연기가 차기 시작하자 현관문과 방문을 연 것도 공기 유입이 많아져 불길이 더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새벽이어서 많은 주민들이 잠들어 있었고, 아파트 방화문이 개방돼 있어 피해를 더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 예고 없는 화재... “아파트 방화문 항상 닫아 두세요”
최근 아파트 등 공동주택 화재가 잇따르고 있다. 평소 방화문만 잘 닫아 두어도 유독 연기와 열에서 오래 버틸 수 있다. 소방 구조대를 기다리면서 대피할 방도를 찾는 등 시간을 벌 수 있다. 화재 발생 시 유독가스에 의한 질식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탈출 시에도 방화문만 잘 닫으면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소방 당국도 수시로 전국 아파트 방화문 유지·관리실태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 늘어나는 거리 흡연... “간접 흡연이 더 위험해요”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거리 흡연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바람이 불면 앞 사람 입속에 있던 담배 연기가 곧바로 뒤에 있던 사람의 얼굴을 덮을 수 있다. 간접 흡연에 발암 물질이 더 많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필터를 통하지 않은 담배 끝에서 나오는 연기가 많은 데다 앞 사람의 입속과 폐에 있던 담배 연기를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발표 보건복지부의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1년에만 폐암 환자가 3만 1616명 발생했다. 80% 가량이 담배를 안 피운 여자 환자도 1만 440명이나 된다. 상당수가 간접 흡연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