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말못할 고민 '질 건조'...꼭 노화 때문만은 아니다, 왜?
질 건조증 원인...호르몬, 탈수, 염증, 노화 등
여성의 말 못할 고민 중 하나가 질 건조증이다. 질의 점액이 감소해 건조함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많은 여성이 경험하는 증상 중 하나이며, 폐경기가 지난 여성에게 더 흔하게 나타난다. 폐경 전 여성의 약 15%, 폐경 후 여성의 40~57%가 질 건조를 경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질 건조증이 있으면 성관계 시 통증이 있고 가려움이나 작열감, 분비물, 배뇨통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질 건조증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미국 건강정보 매체 ‘에브리데이헬스(Everyday Health)’에서 중년 여성 건강 전문가인 미국 워싱턴대 산부인과 명예교수 수잔 리드 박사의 설명을 토대로 정리했다.
에스트로겐 부족 = 미국 산부인과학회(ACOG)에 따르면 에스트로겐은 정상적인 혈류, 질 조직 건강, 질 내 수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리드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모유수유 중일 때와 산후, 폐경으로 에스트로겐이 감소한다. 일부 피임법으로 인해 감소하기도 한다. 또한, 항암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와 같은 항암 치료를 받은 경우에도 에스트로겐과 질액이 감소할 수 있다.
탈수 = 질 내 세포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충분한 수분이 필요하다. 따라서 평소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일부 비누, 염료, 향수, 윤활제, 향이 첨가된 제품에는 세포에서 수분을 빼앗아가는 성분이 들어있다. 항히스타민제와 같은 일부 약물 또한 건조함을 일으킬 수 있다.
염증 = 비누, 위생용품, 염료, 향수에 들어있는 화학물질도 질 세포를 자극하고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칸디다 질염처럼 균에 감염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염증이 생기면 질액이 만들어지는 분비샘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건조해질 수 있다.
노화 = 폐경은 질이 건조해지는 주요 이유 중 하나다. 리드 박사는 “노화하는 질 조직은 본질적으로 폐경 전 상태보다 건조하다”고 설명했다. 2021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에스트로겐 부족이나 질 내 미생물 변화 등 질 건강에도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폐경기 동안에는 에스트로겐만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유익한 박테리아 수가 감소하고 유해한 박테리아가 증가하며 생식기로 가는 혈류 공급도 줄어든다.
질 내 미생물 환경 = 최근 리드 박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us) 저하와 건조 증상 심화 사이에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락토바실러스는 질 내 환경을 산성화시켜 외부 유해 물질로부터 질 내부를 보호한다. 연구진은 락토바실러스가 젖산을 생성해 질 내 병원균을 방어하고 감염을 퇴치해 건조와 관련된 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다만, 명확한 연관성을 밝히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