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관절 장애 ‘프롤로테라피’ 치과 가이드 나왔다
‘임상 턱관절 프롤로테라피’로 재생치의학 반경 넓힌 윤현옥 원장 인터뷰
“턱관절 장애는 사실 잘 낫지 않아요. 원인이 복합적일 땐 더 그렇죠. 그래서 메디칼 쪽에서 써오던 프롤로테라피(Prolotherapy)를 10여년 전부터 병행 치료해봤는데, 확실히 예후가 좋았습니다. 부작용은 거의 없고요.”
만성 턱관절 장애를 근원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재생(再生)치의학'적 임상 원리와 사례를 모은 책이 나왔다. ‘임상 턱관절 프롤로테라피(Prolotherapy)’. 국내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선례가 드물다.
지난해 3월 말,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턱관절 프롤로테라피를 ‘신의료기술’로 고시한 이후, 치과계에서도 이 치료법에 관한 관심도가 부쩍 높아졌다. 턱관절 치료 뿐만 아니다. 더 나아가 골이식이나 잇몸병 등 다른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는 ‘재생치의학’이란 새로운 임상 패러다임에 대한 기대감까지 커지고 있어서다.
턱관절 장애 프롤로테라피는 기존의 고농도 포도당 증식제를 만성 턱관절 질환에 적용해본 치료법. 몸의 자연 치유력을 자극해 탈이 난 조직의 염증을 없애고, 약해진 조직까지 재생시킨다. 한의학에서 고열의 뜸을 떠서 환부를 낫게 하는 원리와도 닿아있다.
해외는 물론 국내 치과계에서도 이런 접근법은 생소하다. 다학제적 협진을 한다는 대학치과병원들도 이 방식을 눈여겨보기 시작한 것은 최근부터다.
치과 임상의 새로운 접근법... '재야의 고수'들이 임상 술기 자세히 기록
책을 쓴 윤현옥(울산 우리치과), 조용일(울산 웰컴치과), 공승원(울산 굿모닝치과) 원장이 모두 지방의 치과 개원의라는 점도 이채롭다. 이들 모두 ‘통합치의학’ 전문의. 다양한 치료법을 융합하고 또 비교 분석하는 전공의 특성상 여러 장르를 넘나든다. 근관절 초음파를 활용해 턱관절과 구강 쪽 심층구조를 살펴보는 것은 물론 메디칼 쪽 전유물이었다 할 고농도 포도당 주사요법을 임상에 적용해본 것도 그래서다.
대표 저자 윤현옥 원장은 3일 “치과는 턱의 해부학적 구조를 알고 교합 기능 장애까지 진단할 수 있기에 측두하악관절(TMJ) 장애를 통합적으로 치료하는 데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다”라고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기존 치료법만으론 금방 한계에 부닥치고 만다. 보톡스부터 스테로이드, 마사지, 행동치료, 거기다 스플린트(splint)까지 다양하지만 이 또한 턱관절 주변의 복잡한 구조와 목 부위까지 원인이 복합적일 땐 진단도, 치료도 어렵다.
“마치 앞바퀴와 뒷바퀴가 잘 정렬돼 있어야 자동차가 잘 달리는 것처럼 치아가 앞바퀴라면 턱관절은 뒷바퀴에 해당하죠. 그런데 메디칼 의사들이 관절은 잘 보지만, 입안 치열까진 잘 보지 않죠. 반대로 치과도 입은 잘 보지만, 턱관절 심층구조까진 못 가는 거죠. 환자가 여러 병원을 전전해봐도 잠깐은 괜찮더라도 장기적으론 해결이 안 되는 게 그 때문입니다.”
그의 ‘임상 턱관절 프롤로테라피(Prolotherapy)’는 그런 딜레마를 해결할 단서를 제공한다. 지난 2022년 말, 서울에서 열린 대한측두하악장애학회 세미나에 제프리 오케슨(Jeffrey P. Okeson) 특강이 열렸다. 이 분야 교과서 ‘악관절 장애와 교합의 치료’를 쓴 세계적 대가.
울산에 있던 윤 원장은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 세미나장을 찾았다. 프롤로테라피 등 재생치료를 해외에선 어떻게 활용하고, 또 확장할 수 있는지가 궁금해서였다.
10여년 전부터 프롤로 주사요법 개척...세계적 대가 오케슨과의 만남
“그 질문, 딱 하나를 하려고 새벽같이 올라갔는데 막상 오케슨 선생님은 임상에 대해선 분명한 답을 하지 않았어요. 적용해볼 수는 있겠으나, 기존 방법이 안 될 때 보완적으로 사용할 수는 있지 않겠는가라는 두루뭉술한 말씀만 하시더군요. 가슴이 답답했어요. 결국, 치과계에선 아직 이 방식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단계란 걸 확인한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었죠.”
윤 원장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턱관절 장애 환자들에 프롤로 주사로 치료하는 걸 임상에 적용해왔던 터. 여기엔 특별한 인연이 작용했다.
“어렸을 때 교통사고를 당해 그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목과 턱, 허리 통증에 시달렸어요. 수술도 해보고, 이런저런 치료도 다 받아봤지만, 낫지 않아 고생하던 중 2010년, 울산 영남의원 임창훈 원장으로부터 프롤로테라피 시술을 받기 시작하면서 오랜 통증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상태가 조금씩 나아가던 중, 임 원장이 그에게 프롤로테라피 시작해볼 것을 권했다. 메디칼과 치과가 겹치는 턱관절 장애엔 치과의사가 더 강점이 있을 것이라는 나름의 논리를 댔다. 하지만 윤 원장은 자신이 없어 2년 넘게 머뭇거렸지만, 결국 그의 설득을 받아들여 시작했다.
그런데, 찾아오는 환자마다 놀라운 결과를 보게 됐다. 그 이후 밤마다 원장실에 남아 관련 책을 뒤지고, 자신의 임상 기록을 모으고 또 들여다보았다.
대학교수들도 눈 여겨 본, '재생치의학' 접근법
10여 년에 걸쳐 갈고닦은 그의 특별한 임상 경험은 곧 여러 사람의 주목을 끌게 된다. 지방에 있던 그를 서울 중앙무대로 끌어낸 김욱 턱관절장애교육연구회장(의정부 TMD치과의원 원장)은 물론, 이 방식의 탁월함을 이미 학문적으로 감지하고 있던, 당시 분당서울대병원 치과 김영균 교수(K-구강악안면외과치과의원 대표원장)도 그랬다.
차츰 연세대 치대 교수들도 관심을 보이며 그의 임상을 공유하고 이 술식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지금은 다른 치대들에서도 관심이 커졌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세미나 참가한 교수나 개원의들이 강의장에선 알아듣겠는데, 막상 스스로 해보려면 안 된다고 호소하는 겁니다. 치과의사들에겐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은 술식이었던 때문이죠. 참고할 만한 자료도 없고, 주사도 정확한 부위 찾아 적절한 깊이로 찔러야 하는데, 그게 하루아침에 터득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결국, 세미나에서 강의해왔던 내용을 다시 정리했다. 턱관절 치료법을 함께 연구해온 조용일, 공승원 원장도 합류했다. 턱관절 환자의 진단부터 치료계획, 프롤로테라피 진행 과정, 심지어 주사기 잡는 방법까지 치과 개원의들이 현장에서 부닥칠 의문들의 해법을 기록해나갔다.
'신의료기술' 턱관절 프롤로테라피, 치과 임상에 새로운 블루오션되나
이 주사요법을 시행하며 확신을 얻은 이들이 자신들 임상 경험을 널리 공개한 것이다. 책을 감수한 김욱 회장도 “이 책은 ‘치과계 최초의 턱관절 프롤로테라피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며 반겼다.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턱관절 장애를 '재생치의학' 개념으로 근원 치료할 수 있다는 건 치과 임상의들에겐 또 하나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어서다.
이 책은 고농도 포도당 대신 PDRN(Polydeoxyribonucleotide)을 활용한 주사요법도 다룬다. 인체 DNA와 유사한 조직 재생 물질인 PDRN은 근육이나 인대, 관절 세포 재생 효과가 더 뛰어나다. 국내에서 원료가 양산되면서 최근엔 활용하기도 더 편해졌다.
윤 원장은 “고농도 포도당을 써야 할 때가 있고, PDRN을 써야 할 때가 있다”라면서 “둘을 적절히 병행 치료하면 효과가 더 커진다”고 했다. 이어 “우리들 얘기가 자칫 일부 개원의들의 임상적 사견(私見)으로 치부될 수도 있다”고 전제한 그는 “치과 전문의는 물론 메디칼 전문의들과도 의견을 나누고, 함께 고민하며 표준화된 술식을 찾아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