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CNN 뉴스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부산 안창마을(부산진구 범천동 일대). 부산의 대표적인 달동네 중의 하나다. 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이사장 정근)가 지난달 23일, 여기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거기서 이용우(75) 환자를 만났다.

간암에다 백내장까지 앓고 있었다. 5년 전부터 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력이 나빠져 외출도 거의 하지 못하고, 허름한 골방에서만 홀로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린닥터스 봉사단이 집에 들어서자, 좁고 낡은 방 안에 예사롭지 않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미 사망한 지 한참 지난 부인의 빈소. “복지관에서 주는 도시락이나 음식이 생기면 먼저 아내 빈소에 먼저 올립니다. 그런 다음에 제가 먹죠.”

이용우 씨 인생사는 기가 막혔다. 젊은 시절, 그는 국제 무역상이었다. 태국에서 닭고기를, 중국에서는 대리석 등 건축 자재를 수입해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러다 2003년쯤 태국에서 조류독감이 유행했고, 수입했던 닭고기를 전량 반송하는 과정에 큰 손실을 보았다. 파산했다.

하지만 영어와 일어, 중국어는 물론 인도어까지 일상 회화가 가능해 한동안 여행가이드 일도 했다. 그러다 5년 전 부인과 사별하며 홀로 됐다. 간암으로 2년 전 색전술을 받았고, 지금은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종종 길을 잃는다 했다.

가슴이 먹먹해진 정근 이사장은 즉석에서 백내장 진단부터 받아보자 제안했다. 1주일 뒤, 정근안과병원에서 진단한 결과는 예상보다 더 나빴다. 백내장이 심한 데다 황반변성까지. 결국 “백내장 수술을 받아도 뚜렷한 시력 개선은 어렵겠다”라는 진단이 나왔다.

백내장에 황반변성까지...그의 유일한 소망은

“얼마 전엔 횡단보도를 건너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쳤습니다. 그저 신호등 불빛만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가 되레 의료진을 달랬다. 수술은 어렵지 않았다. 권상민 병원장(정근안과병원)은 27일 오른쪽 눈을 먼저 수술했다. 이틀 뒤, 29일 이용우 씨가 다시 찾아왔다. 나머지 왼쪽 눈을 수술을 받기 위해서다.

가운데가 이용우 환자, 오른쪽은 권상민 정근안과병원장. [사진=그린닥터스]
첫날 다소 남루한 형색이던 그가 이번엔 화이트 계열의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다. 얼굴에도 활력이 돌았다. “수술받은 오른쪽 눈 상태가 좋아 기분이 정말 좋다”면서 “며칠 전 미국 볼티모어 다리가 화물선에 부딪혀 무너졌다는 CNN 뉴스 속보를 귀로 들으며 그 장면 윤곽만 대강 짐작했는데, 이젠 뉴스도 조금 뚜렷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고도 했다.

한편, 권상민 병원장은 1일 “환자 망막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아 시력 개선 효과를 크게 볼 수는 없겠지만, 신호등 불빛 정도는 구분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안과 진료를 받으면 조금 더 시력이 나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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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ol*** 2024-04-02 10:26:34

      마음이 훈훈해지네요 도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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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w*** 2024-04-01 12:42:02

      꼭 필요한 곳에 봉사를 가주시네요 시력이 최대한 돌아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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