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도 신체적, 정신적 한계"...부산대 교수 과로사 의혹도
전공의 이탈 한 달...부산대병원 40대 안과 교수 사망에 "과로사 가능성 크다"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의료현장을 떠난 지 한 달이 넘어섰다. 전공의 비중이 높았던 대학병원 교수들 사이에서 신체적, 정신적 한계에 달했다는 비명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쉬지 못한 채 당직 근무를 서던 부산대 병원 40대 안과 교수가 24일 갑자기 사망한 상황까지 겹쳤다. 일각에서 과로사 가능성까지 제기하면서 의료 현장 분위기는 더 싸늘해지고 있다.
25일부터 전국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强對强) 대치가 더 심각해지는 것이다.
의대 교수들, 오늘부터 사직서 제출... “주 52시간만 근무” 등 준법투쟁도
부산대 교수들은 “지역 의료 살리는 정책이 의대 증원보다 앞서야 한다”며 25일부터 예정대로 사직서를 제출한다.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가 교수 555명에게 설문한 결과 참여자 356명 중 79.5%가 자발적 사직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에 부산대병원 당국은 “교수들 사직서를 처리하지 않겠다”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부 의대 교수가 사직서를 내고 진료를 거부할 경우 뾰족한 대응방안이 없다. 동아대와 인제대, 울산대, 경상국립대 등 부울경 다른 의대들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직서를 낸다고 해도 교수들이 아예 출근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근무 시간을 줄이고 수술과 진료 등 환자 수용도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의 80시간, 100시간 근무를 더는 버티기가 힘들기 때문에 ‘주 52시간 근무’ 등 준법투쟁도 병행한다는 얘기다.
이에 정부가 25일부터 공중보건의사(공보의)·군의관 200명을 대학병원 등 전국 상급종합병원들에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지만, 당장 의료현장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다.
부산대병원 40대 안과 교수 갑작스레 사망... "잇따른 당직에 과로사" 주장도
의료대란 상황에서 의료공백을 주로 메우고 있는 것이 ‘임상’ 교수진이다. 다른 교수들보다 상대적으로 젊고, 교육보다 병원 임상을 주로 하는 계약직 교수들. 이들과 간호사들에 현재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대병원 임상교수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대병원 안과 모 교수가 24일 오전, 지주막하 출혈(S-SAH)로 거처 인근의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에 심정지(DOA) 상태로 들어와 1시간 동안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했지만 결국 사망한 것.
동료 교수들은 “40대의 젊은 나이인 만큼 어떤 지병 때문이라기보단 최근 이어진 당직 근무와 정신적 스트레스 등 과로사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종의 ‘산업재해’라는 것이다.
여기에 부산대병원 안과 또 다른 교수도 “최근 수축기혈압(SBP)이 170 이상 나와 혈압약을 꾸준히 먹고 있다”면서 “우리 교수들 전체적으로 누적된 피로로 인해 그로기 상태”라고 했다.
이와 관련, 대한응급의학회는 20일 “국민 생명⋅안전 수호를 위해 응급의료현장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지만, 누적된 육체적⋅정신적 한계로 인해 발생하는 불편에 대한 양해를 구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에 부울경 의료계에선 “아직까진 병원에 남은 교수들이 현장을 지키고 있지만 이미 한계에 봉착한 만큼 이 상황을 더 끌고 가긴 어렵다”는 얘기가 터져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