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의료공백, 의료전달체계 복원 신호탄?
전공의 대거 이탈로 대학병원들 ‘진료 공백’ 사태가 길어지자 정부가 그 대안으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간 진료협력 강화사업’을 들고나왔다. 대학병원에 들어온 응급환자와 즉시 치료해야 할 환자들을 인근 종합병원들로 전원(轉院)시키자는 것.
21일 부울경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의사집단행동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는 서울적십자병원 등 전국 100개 종합병원을 ‘진료협력병원’으로 긴급히 지정하고, 관련 사업 수행에 필요한 세부사항 수요 조사에 들어갔다. 중수본은 이를 취합한 후, 진료협력 업무에 종사할 전담직원 인건비와 추가 수용할 환자들 진료에 필요한 장비 구입비 등을 이들 100개 종합병원들에 차등 지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지정된 ‘진료협력병원’은 모두 100곳(3월 19일 기준). 전국의 유명 종합병원들을 두루 망라했다. 서울은 강동경희대병원, 노원을지대병원, 서울녹십자병원 등 12곳이고 부산은 부민병원, 봉생기념병원, 온종합병원 등 10곳. 또 경남은 창원한마음병원 등 3곳, 울산도 동강병원 등 3곳이다.
중수본의 이번 ‘진료협력 강화사업’은 병원들 사이의 자발적인 ‘리퍼’(referral)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1차, 2차 병원들은 의학적 소견에 따라 자신들이 직접 진료하기 어렵다 판단한 중증, 난치성 질환자를 3차 병원으로 보낸다. 전원(轉院), 또는 흔히 '리퍼'라 부르는 과정.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다. 3차 병원이 환자를 감당할 수 없어 2차 병원에 진료를 요청하는 ‘역(逆)전원’인 셈이다.
하지만 이는 그동안 무용지물로 전락해버린 ‘1차~2차~3차 병원’ 의료전달체계를 복원할 수 있느냐를 가늠해볼 시금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대학병원들이 지금처럼 '전공의'들에 의존하는 방식이 아니라 '전문의' 중심으로 의료진 체계가 개편된다면 이전처럼 경증환자들까지 마구잡이로 외래를 받는 ‘환자 쏠림’ 현상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부산 부민병원 한 관계자도 “이번 진료협력 강화사업이 당장 급한 불 끄자는 식의 일시적 미봉책에 그치지 않고 환자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 1차, 2차, 3차 병·의원들이 진료를 분담하는 의료전달체계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우리나라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이란 공공이익을 실현할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