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돌 빼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 윗돌 괴고…
대도시로 차출 당한 공보의들 빈자리...이번엔 농어촌도 의료 공백 내몰려
전공의가 집단으로 떠난 자리를 메우기 위해 정부가 11일부터 농어촌 공중보건의(공보의)들을 빼서 전국 대학병원들에 배치하자 이번엔 농어촌 고령층과 군인들까지 의료 공백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가뜩이나 취약한 농어촌 의료 환경이 더 나빠질 상황에 부닥치게 된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위기에 처한 상급종합병원(주로 대학병원들) 20곳에 군의관 20명과 공보의 138명(전문의 46명·일반의 92명) 등 총 158명을 파견했다. 다음 주부턴 200명 공보의를 추가로 더 투입할 계획이다.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들과 지역 국립대 병원, 국립암센터 등에 배치된다.
13일 부울경 의료계에 따르면 경남에서도 공중보건의 17명이 차출됐다. 15개 시군에서 한두 명씩 뺐다. 그중 7명은 그나마 진주 경상국립대병원에 배치됐다지만, 나머지 10명은 서울 부산 전남 등 다른 곳으로 배치됐다.
내주부턴 더 많은 수의 공보의 차출이 예상된다. 이에 경남도에선 공보의가 빠진 자리를 다른 공보의가 서로 나눠서 순회 진료하게 하는 등 땜질식 업무분담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공의 이탈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이런 땜질 처방도 오래가긴 어렵다. 특히 15개 시군 중 12곳은 공보의 의존도가 아주 높은 의료취약지들.
예를 들어 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의 경우는 원장 포함 의사 14명 중 12명이 공중보건의. 그중 2명(외과, 응급의학과)이 이번에 차출됐다. 4명 의사로 숨가쁘게 돌아가던 응급실은 1명이 빠지면서 당장 당직 교대부터 순조롭지 못하게 됐다.
필수의료 지방의료 살리겠다는 정부 ‘의료개혁’이 엉뚱하게도 농어촌 의료를 더 취약하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대한의사협회도 12일 “정부가 지역 의료 살리자고 의사 수를 늘린다면서 이런 사태가 생기자 지역 의료와 군인들 진료를 맡는 공보의와 군의관들을 차출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일”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