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치료기기? 전자약? 헷갈리는 용어에 ‘지끈’
디지털치료기기는 SW, 전자약은 HW
지난 1월 국내 1호 디지털 치료기기인 ‘솜즈’의 실제 처방이 이뤄지며 헬스케어의 디지털 전환에 대한 산업계 관심이 뜨겁다.
디지털 치료기기(Digital Therapeutics)는 의료 소프트웨어를 약처럼 처방해 질병의 예방, 관리, 치료에 사용하는 개념이다. 지난해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에서 2030년 글로벌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 규모를 173억 달러(약 22조원)로 예측했을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 치료기기 시장의 최대 키워드는 ‘편의성’이다. 의료진 입장에서 검사 결과를 분석하고 예후를 추적하는 인력이 따로 없어도 된다. 환자도 매번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에서 일정 부분 자유로워질 수 있다.
헬스케어 기업에겐 디지털 치료기기가 매력적인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기존 신약 대비 개발 기간을 40% 이상 단축하면서도 개발 비용은 90% 넘게 아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다.
국내에서는 에임메드의 솜즈와 웰트의 ‘웰트-아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1, 2호 허가를 받으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솜즈와 웰트-아이는 모두 불면증 치료를 위한 디지털 치료기기로, 환자 개인에게 실시간 피드백과 행동 중재, 수면 습관 교육 등의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
이후 40개 이상의 디지털 치료기기가 식약처의 임상 승인을 획득하며 의료 현장 진입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유한양행, 대웅제약, 삼진제약, SK바이오팜, 동화약품 등 제약사들도 디지털 치료기기 회사에 투자하거나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만 실제 이용 과정에서 디지털 치료기기를 ‘전자약(Electroceutical)’과 혼동하는 소비자도 적지 않다. 일반 소비자들은 두 용어의 차이를 체감하기 쉽지 않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등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것과 달리 전자약은 기본적으로 ‘하드웨어’다. 뇌와 신경세포가 만드는 생체 신호를 모방한 전기 자극을 신체에 전달해 치료 효과를 노리는 원리다. 이 때문에 특정 부위에 착용하거나 부착하는 형태의 의료기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기존 의약품과 다르게 환자 몸에 약물을 투여하지 않고 치료가 필요한 특정 부위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전자약 역시 차세대 치료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와이브레인의 ’마인드스팀(우울증 전자약)’과 뉴로핏의 ‘뉴로핏 잉크(뇌질환 전류자극기)’가 2021년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뉴아인의 편두통 완화 웨어러블 기기 ‘일렉시아’ 역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와 유럽 CE 인증을 획득했다.
반면 디지털 치료기기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환자의 행동을 교정하는 것이 기본적인 목표다.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환자의 수면 습관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바꾸는 솜즈는 전자약이 아닌 디지털 치료기기가 되는 것이다.
식약처가 2020년 디지털 치료기기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며 이같은 용어를 선택한 것은 디지털 치료기기가 본질적으로 '치료제'와 '의료기기'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현재도 식약처는 '의료기기통합정보시스템'에서 디지털 치료기기에 대한 안내를 제공하고 있는 등 의료기기의 일종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디지털의료제품법'에서는 모바일 앱이나 센서 등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는 디지털 기반 제품을 '디지털의료제품'으로 표현하는 등 용어 혼용은 여전한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