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췌장암, 10년 만에 항암신약 등장
美FDA, 입센 개발 '오니바이드' 허가...치료 성적 개선 예상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췌장암에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했다. 프랑스 소재 다국적 제약사 입센이 개발한 항암 신약 '오니바이드(성분명 이리노테칸 리포솜)'가 기존 항암 치료에 비해 환자 사망 위험을 20% 가까이 감소시키며 충분한 효과를 검증받고 있다.
지난 2013년 허가를 받은 '아브락산'과 '젬시타빈' 병용요법 외에는 이렇다 할 치료 선택지가 없던 상황에서 새로운 약물 옵션으로 기대를 모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3일(현지시간) 전이성 췌장암 1차 치료제로 오니바이드를 최종 승인했다. 이번 승인에 따라 전이성 췌관 선암종(mPDAC)을 진단받은 환자에게는 1차 약제로 오니바이드와 5-플루오로우라실/류코보린 및 옥살리플라틴을 병용하는 치료법(NALIRIFOX)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통상 췌관 선암은 췌장암의 가장 흔한 유형으로, 절제 가능한 시기에 발견하면 수술적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환자 대부분이 전이된 상태에서 발견되는 만큼 암의 진행을 막기 위한 항암화학요법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표준 약물 치료법은 아브락산과 젬시타빈 병용요법이 사용되고 있다. 오니바이드는 아브락산과 젬시타빈 병용요법의 치료 효과를 개선시킨 약물로 평가된다. 오니바이드는 세포 DNA 복제에 관여하는 토포이소머라아제 I 효소를 차단해 암 세포 증식을 막는 작용을 한다. 특히 약물의 구조상 주성분인 이리노테칸을 리포솜으로 감싸고 있어, 체내에서 약물을 천천히 방출하도록 설계됐다.
이번 허가는 오니바이드의 글로벌 임상 3상 NAPOLI-3 연구 결과를 근거로 이뤄졌다. 연구에는 이전에 전이성 췌관 선암종을 진단받고 항암화학요법을 받지 않은 환자 770명이 등록됐다. 주요 결과를 보면, 오니바이드 기반 NALIRIFOX 요법은 기존 표준 치료법인 아브락산과 젬시타빈 병용요법에 비해 사망 위험을 16%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오니바이드 병용요법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는 생존기간(OS) 중간값이 11.1개월로, 대조군 9.2개월보다 길었다. 또한 젬시타빈 병용요법에 비해 암의 진행이나 사망 위험을 30% 감소시켰으며 치료 반응률은 41.8%로, 대조군 36.2%에 비해 유의하게 높았다.
췌장암 액션네트워크의 줄리 플레시먼 최고경영자(CEO)는 "오니바이드는 10년 만에 진입한 최초의 전이성 췌장암 1차 치료제"라며 "췌장암은 암 중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난치성 질환으로, 오니바이드 병용요법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입센 대변인은 "이 약이 본격적으로 공급되면 5년 내 최고 매출액은 5억 유로(약 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내에서 오니바이드의 허가 및 판매권은 한국세르비에가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