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쫓아가면 도망가는데… 불면증 환자는?
[Voice of Academy 13 - 인터뷰] 대한수면의학회 김석주 이사장
“내일 중요한 시험이 있으니 쾌적한 컨디션을 위해 푹 자야지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멀뚱멀뚱 잠을 못 자고 시험을 망친 적은 없나요? 중요한 아침 약속 때문에 잠을 재촉하다가 되레 잠을 설친 경험은요? 잠은 쫓아가면 도망갑니다. 수면에 집착해 억지 잠을 청하면···.”
대한수면의학회 김석주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우리나라는 많은 사람이 평소 잠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밤늦게 자서 알람 소리에 겨우 일어나는 ‘잠 부족 사회’이지만, 어떤 사람은 ‘소중한 수면’에 집착하느라 잠을 못 잔다”며 ‘수면의 양면성’에 대해 우려했다. 특히 불면증 환자는 ‘자려는 의도(Intention)-집중(Attention)-노력(Efforts)의 쳇바퀴’에 빠져 더욱더 잠을 못 자기 때문에 잠을 충분히 자라는 메시지가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면의학 전문가들이 다루는 수면장애는 어떤 것이 있나?
“크게 불면증(Insomnia), 과다수면(Hypersomnia), 사건수면(Parasomnia) 등으로 분류된다. 사건수면은 용어가 좀 어려운데 잘 때 이상 행동을 하는 것으로 몽유병과 가위눌림, 렘(REM, Rapid Eye Movement), 수면행동장애 등이 있다. 마지막 것은 꿈꿀 때 몸은 안 움직이는 게 정상인데, 옆 사람을 때리거나 과도한 몸부림을 하는 이상 증세다. 아직 학계의 공식 용어는 아니지만 미국 러시대, 노스웨스트 대 연구진의 2017년 논문에서 나온 ‘오소솜니아(Orthosomnia)’가 언론과 전문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면 강박증’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는데, 잘 자고 있으면서 못 잔다고 느끼고 스마트폰의 각종 수면 앱이나 숙면에 도움이 되는 장치 등에 집착하느라 결과적으로 제대로 못 자는 것이다.”
수면장애 80가지 넘어... 전문가 진단 필요
김 이사장은 “이 분류는 잠의 외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밤에 충분히 잤어도 낮에 갑자기 졸음에 빠져드는 ‘기면증’과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이갈이, 하지불안증후군 등 다양한 장애가 수면장애에 포함된다”며 “학계에서 공식 인정하는 장애만 해도 80가지가 넘으며 불면증만 해도 종류가 많고 원인도 다양하다”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이런 장애가 있다면 곧바로 수면 전문가를 찾아야 하나?
“증세가 의심된다고 무조건 의사를 찾을 필요는 없겠지만, 이 때문에 힘들다면 병으로 인식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수면장애는 종류와 원인이 다양하므로 특정 증상만으로 병을 진단하기 어렵다. 병원에서는 병력 청취, 문진, 질문지 등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구체화하고, 보다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하기도 한다. 수면다원검사는 검사실에서 하룻밤 자게 하면서 잠의 수많은 특성을 체크하는 것이다.”
대한수면의학회는 대한수면학회와 함께 수면다원검사가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여했다. 자신이 제대로 자고 있는지, 수면장애는 없는지 체크하려면 의학 교육을 받은 전문의가 이끄는 검사를 받도록 한다.
-수면장애 가운데 아무래도 불면증이 환자가 많을 것 같다. 우리나라 성인의 7% 정도가 불면증이라는 보도도 있었는데···.
“10년 전 조사 결과이고 지금은 좀 더 많아 보인다. 누구나 잠이 안 와서 몸을 뒤척이며 밤을 지새운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루 이틀 잠을 못 자는 것은 대부분 큰 문제가 아니다. 불면증은 여러 이유가 있다. 몸의 다른 곳이 아프거나 우울증, 불안증, 두통 등이 있다면 원인 치유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다른 병이나 남용 물질이 없는데도 3개월 이상 잠을 못 이루는 만성불면증은 잠을 못 자는 것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각성이 일어나 더 못 자는 악순환에 빠지기 십상이다. 만성 불면증도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심지어 잠을 안 자도 졸리지 않는데 신체 활력만 떨어진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잠의 중요함을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되기 십상이다. 잠이 안 오면, 억지로 잠을 청하기 보다는 침실에서 나가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보는 등 편안하게 있다가 졸리면 다시 침대로 가는 것이 좋다. 불면증 환자는 잘 때 시계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 전문가는 이와 함께 생체리듬에 대해 알려주고 잠 습관을 교정하는 것을 돕는다. 이 같은 인지행동치료가 만성 불면증의 가장 좋은 치료법이다. 그러나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최근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인지행동치료를 하는 ‘디지털 치료제’도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불면증 환자는 충분한 시간을 자는 것보다 힘들어도 매일 특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것이 효과적일 때가 많다”면서 “우리나라에선 불면증 환자에게 수면제가 무분별하게 처방되고 있는데 수면제에 의존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수면제는 마지막 수단... 시간 집착 말고 제때 일어나야
-아니, 잠이 안 오는데, 수면제라도 없으면 제대로 잘 수 없지 않은가?
“수면제는 잠의 비타민, 보약이 아니다. 수면제는 낮졸림증, 환각 등 수많은 부작용이 있으며 수면제를 끊으면 잠을 못 자는 ‘반동성 불면증’도 유발한다. 수면제 내성 때문에 우울증 약을 먹어야 할 때도 적지 않다. 따라서 수면제는 웬만하면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고, 아주 긴급할 때 임시방편으로 복용하는 데 그쳐야 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건데, 수면제는 잠을 위한 안식처를 제공하지 못한다. 수면제 없이는 못 잔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수면의학 전문가를 찾아서 해결책을 찾는 것이 좋다.”
-다른 병은 예방이나 조기 대응에 대해서 많이 알려졌는데 불면증은 그런 게 잘 안 알려져 있는 듯하다. 어떤 것이 있나?
“불면증은 원인이 다양하고,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잠이 다르기 때문에 정답이 없어서 그런 측면이 있다. 다만, 침대에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책을 읽는 등 다른 일을 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지 않다. 침대에 들어가면 멀뚱멀뚱해져서 나중에 불면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잘 때 걱정거리를 들고 침대에 가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골치 아픈 것은 정신이 맑을 때 해결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거듭 강조하는데, 잠을 규칙적으로 자는 것도 중요하다. 수면시간이 한번 무너지면 바로 잡기 힘든데, 이때 수면시간을 갖고 리듬을 되찾으려 노력하기 보다는 일어나는 시간을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숙면의 중요성은 언론에서도 계속 보도되고 있다. 단기적으로 컨디션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중장기적인 건강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도 많은 듯하다. 그런데 어떤 잠이 좋은 잠인가?
“사람의 모습과 특성이 모두 조금씩 다르듯, 잠도 다 다르므로 일률적인 정답은 없다. 대체적으로 잠의 구조(Architecture)가 잘 지켜지면 좋다. 잠은 1~3단계 수면과 REM수면으로 이뤄져 있는데 중간에 자주 깨지 않고 깊이 잘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보통 사람은 일반적인 수면 건강법을 지키는 것이 아무래도 좋을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규칙적으로 잠자리에 들고 깨도록 하고, 너무 늦게 카페인 음료를 마신다든지, 각성이 되는 일이나 운동을 하거나, 자극적인 것에 노출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 좋다. 오전에 빛에 최대한 많이 노출하고 밤에는 너무 밝지 않게 지내는 것도 숙면에 도움이 된다. 술과 담배도 숙면을 방해한다. 취해서 푹 잤다는 것은 착각일 따름이다. 낮 시간의 운동, 야식 및 과식 피하기 등도 숙면에 좋다. 그러나 불면증 환자에겐 ‘좋은 잠’에 집착하는 것이 오히려 해가 되므로 조심스럽다.”
-마지막으로, 혹시 수면 전문가들만의 잠 습관이 있을까?
“글쎄, 전문가들도 다 잠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팁은 없겠다. 다만, 많은 사람이 수면무호흡증을 방치하는데, 전문가들 가운데 이 증세가 있으면 양압기를 활용하는 이가 많은 것 같다. 처음에는 다소 불편해 보이지만, 곧 적응할 수 있다. 양압기를 착용하고 자고 나면 피로와 졸음이 확 줄어드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학회에서 노력한 결과, 수면다원검사에서 정도가 심하게 나오면 양압기 처방을 하는데, 보험 혜택을 받게 됐다. 정신건강의학과, 이비인후과, 신경과, 호흡기내과 등에서 모두 처방받을 수 있다.”
불면증은 개선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정신과에서 주는 약도 끊고 가바 성분의 건강기능식품을 복용하는 중입니다.
수면에대한 아주귀한 건강정보 입니다.감사합니다.즐거운명절 가족들과함께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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