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이 염증 앓으면...암 심장병 사망 위험 ‘쑥’
빈곤이 만성 염증과 겹치면 승수 효과... 건강·기대수명 한층 더 단축시켜 ‘설상가상’
가난한 사람이 만성 염증까지 앓으면 암과 심장병으로 숨질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빈곤과 염증이 각각 높이는 사망 위험을 합친 것보다 훨씬 더 큰 승수 효과(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플로리다대 연구팀은 1999~2002년 국민건강영양조사(NHANES)에 등록된 40세 이상 성인의 데이터를 분석해 2019년 12월말까지 추적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아치 마이너스 교수(커뮤니티 헬스 및 가정의학)는 “빈곤과 염증이 사망률에 미치는 복합적인 영향은 개별적인 영향에서 예상되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는 1971년부터 실시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성인과 아동의 건강, 영양 상태를 추적한다. 이를 통해 코호트(동일 집단)로 대표되는 미국 인구의 건강 영양 상태를 추정할 수 있다. 이 연구에는 성인 약 9500만 명이 참여했다.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와 전국 사망 지수 기록을 결합해 등록 후 15년 동안의 사망률을 계산했다.
미국에선 2022년에 인구의 11.4%(약 3790만 명)가 빈곤선에 못미치는 수준의 삶을 꾸렸다. 빈곤층은 정신병, 심장병, 고혈압, 뇌졸중 등에 걸릴 위험이 더 크고 사망률이 높고 기대수명도 더 짧다. 빈곤층은 건강한 음식, 깨끗한 물, 안전한 주거, 교육,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뚝 떨어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건강의 위험 요인인 빈곤이 만성 염증과 겹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건강과 기대수명을 한층 더 단축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증이나 빈곤 중 하나만 있는 사람은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각각 약 50%씩 높아진다. 그러나 염증과 빈곤이 모두 있는 사람은 심장병 사망 위험이 127%, 암 사망 위험이 196%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프랭크 A. 올랜도 부교수(가정의학)는 “염증과 빈곤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이 더해진다면, 두 가지가 모두 적용되는 사람의 사망률은 100% 높아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관찰된 증가율(127%와 196%)은 100%보다 훨씬 더 높다. 염증과 빈곤이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이 승수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환경 독소, 특정 식단, 관절염 등 자가면역병과 알츠하이머병 등 만성병에 노출돼 발생하는 만성 염증은 빈곤처럼 질병과 사망률의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연구팀은 가구 소득 등을 참고해 빈곤의 표준 척도인 '빈곤 지수 비율'을 계산했다. 또 참가자들이 심각한 염증을 앓고 있는지 여부는 면역 및 지방세포의 인터루킨 분비에 반응해 간에서 생성되는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hs-CRP)’의 혈장 농도로 판단했다. 염증의 척도인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의 농도가 높을수록 심혈관병 등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0.3 mg/dl 이상의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의 농도는 만성적인 전신 염증을 나타낸다. 하지만 연구팀은 별도의 분석에서 더 엄격한 기준치(1.0 mg/dl)를 고려했다.
연구팀은 만성 염증의 유무와 빈곤선 이하의 삶 여부에 따라 참가자를 네 그룹으로 나눴다. 이들의 15년 사망률을 비교해 빈곤과 염증의 영향을 연구했다. 전신 염증을 치료하기 위해 스테로이드와 NSAIDS를 장기 복용하면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 전신 염증을 줄이는 방법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이 연구 결과(Inflammation and poverty as individual and combined predictors of 15-year mortality risk in middle aged and older adults in the US)는 ≪프런티어스 인 메디슨(Frontiers in Medicine)≫에 실렸고 미국과학진흥회 포털 ‘유레카얼럿(Eurekalert)’이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