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췌장암, 내 잘못 아냐...암세포가 일으킨 '연쇄' 작용
췌장암 세포의 비정상적 발현 과정 규명...새로운 치료 전략 기대
현재 췌장암은 '기본형'(classical)과 '기저형'(basal-like) 등 두 가지 종류(아형)으로 분류된다. 기본형 췌장암도 치료율이 낮지만, 기저형은 특히 '악성'으로 통한다. 치료제에 대한 저항도가 높아 환자의 사망률도 현저히 높기 때문이다.
최근 아주대 의대 연구팀은 기저형 췌장암이 발생하는 원리와 과정을 최초로 규명했다. 이에 따르면, 기본형 췌장암이 세포 단위에서 특정 환경을 조성하며 드물게 기저형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저형 췌장암에서 종양 생성을 유도하는 유전자 단백질의 하나인 'TAp63'의 발현이 증가했다는 점을 발견했다. TAp63은 전이성이 큰 공격적인 췌장암에서 많이 발견되는 유전자인 'TP63'과 동일한 형태다. 이 유전자가 생성하는 'P63'이라는 종양 단백질은 세포의 자가면역 기능을 억제해 우리 몸이 암세포를 죽이는 것을 방해한다.
더 나아가, 암세포가 TAp63을 발현하도록 신호를 보내는 경로도 확인했다. 'NF-κB'라는 신호전달경로를 통해서였다. 특히, 이 때 종양세포가 보낸 신호는 여러 경로를 거쳐 주요 면역세포의 하나인 '대식세포'를 공격했다. 이 신호는 대식세포 주변에서 작용해 저산소증을 유발하고 염증 반응을 강화하는 등 TAp63 단백질이 대식세포 안에 침투(발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
즉, 신체 안에 침투하거나 발생한 해로운 물질을 잡아먹는 역할(자가포식 면역 기능)을 하는 대식세포를 무력화한 것이다. 때문에, 기저형 췌장암은 기본형보다 치료제가 잘 들지 않고 전이성도 높은 특성을 보이는 것이다.
아주대 의대 병리학교실 이다근 교수는 "기존의 예상과 달리 환자의 세포가 아닌 암세포에서 시작한 자극(세포 외적 자극)이 종양세포의 분자 아형을 결정했다"면서 "종양세포를 둘러싼 세포 단위의 환경과 상호작용(종양미세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 생화학교실 김유선 교수는 "이번에 확인한 과정(대식세포 침윤→종양괴사인자→TAp63 발현→기저형 췌장암 형성)을 타겟으로 한 새로운 전략이 치료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SCI급 국제학술지인 «임상 및 중개의학(Clinical and Translational Medicin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전문은 다음 링크(https://onlinelibrary.wiley.com/doi/10.1002/ctm2.1520)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이 수행 중인 우수신진지원사업, 창의도전지원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기초연구실(BRL)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