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손은 약손이었습니다”

부산고려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2년 연속 ‘전국 1등’한 이유

“수술 당일 밤 11시쯤, 너무 아파 몸부림치고 있는데 저의 묵직한 다리를 따뜻하게 쓰다듬는 손이 있었습니다. 완전 피범벅이 된 저의 다리를 맨손으로 치료하고 있더군요.”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후 너무나 아파 힘들어 하던 한 환자가 퇴원하며 남긴 메모다. 그러면서 “그 손은 완전 약손이었다”고 했다.

“그 자그마한 체구, 어디서 그런 힘이 나는지 저의 몸을 이쪽 저쪽으로 옮겨가며 침상까지 바꾸어 주었습니다. 저의 아픔도 씻겨 내리는 듯했습니다. 힐끗 올려다보니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엔 광채가 났습니다. 그날 밤, 따뜻했던 온기가 지금까지도 저를 견디게 합니다.”

지금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한다는 병원들이 많아졌다. 보호자 없이 전문 간호인력이 24시간 환자를 돌보는 것. 환자 돌보느라 온 식구들 비상이 걸릴 필요도 없고, 간병인을 별도로 둘 필요도 없다. 보호자들 부담이 확 줄어든다.

[사진=부산고려병원]
보호자들이 병실에 상주하며 환자를 돌봐야 했던, 우리의 후진적 가족간병문화 탓에 그동안 사회적 비용도 엄청났다. 정부가 이 제도를 적극 권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전국 병원들을 대상으로 점검도 하고 매년 평가도 한다. 그래도 일부 병실에서만 흉내 내는 병원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부산고려병원(이사장 김철)이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전국 1등을 했다. 전국의 565곳 병원들 중에서 가장 잘 한다는 것이다. 모든 병동, 모든 병실에서 “진심으로” 하고 있다는 얘기다.

간호·간병인력 직접 고용률, 간호인력 처우개선 정도 등 5가지 지표 평가에서 전국 최고점을 받았다. 서울 빅5(Big5)와 내로라 하는 대학병원들, 100개가 넘는 전문병원들까지 모두 제쳤다.

부산고려병원은 남들이 하지 않던 때, 일찍부터 시작했다.

“어머님이 병원에 입원할 일이 있어 하루 밤낮을 병실에서 돌보았는데,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려고 보니 온몸의 뼈마디가 쑤시는 게 파김치가 돼 있더군요.”

‘정형외과 의사’ 김철 이사장은 결단이 빠르다. “이것은 진짜 아니다”라는 판단이 서자, 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제6병동부터 ‘보호자 없는 병동’으로 만들었다. 부산에선 처음이었다.

그 덕에 2016년, 부울경 최초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선도병원’에 지정됐다. 그러자 이내 간호간병을 병원 전체로 확대했다. 지난해까지 7년 연속 ‘선도병원’으로 다른 병원들에 모델이 됐다.

부산고려병원, 우리나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선도했던 건…

관절과 척추 수술을 주로 하는 ‘전문병원’이다 보니 보호자나 간병인 도움 없이는 제대로 몸 가누기 힘든 환자가 대부분. 그래서 옆에서 돌봐줄 보호자나 간병인이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병원은 반대로 갔다.

처음엔 간호사들도 무척 힘들어했다. 근무하던 간호사 절반이 이겨내지 못하고 그만 뒀다. 일부 보호자들 원성도 샀다. “혹시라도 (우리 부모님께) 탈이라도 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힐난도 들었다.

직접 손을 대야 하는 일이 많아지다 보니 이전보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수는 배로 더 필요했다. 병원 경영엔 적자가 날 수 있는 큰 변수가 생겼지만, 김철 이사장은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곧 모든 병원이 가야 할 길”이라 믿었기 때문.

지금은 환자, 보호자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반긴다. 갑자기 생기는 응급상황,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넘어지는 낙상 사고, 같은 자세로 오래 누워있어 생기는 욕창 등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주사 맞거나 약 먹는 시간을 놓칠 이유도 없다.

일반 관절 수술도 그렇지만, 인공관절 등 이식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후유증을 예방하고 재활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전문가 돌봄이 더 필요하다. 어쩌면 “가장 섬세한” 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처지.

보호자들도 ‘하루에 한 번, 주말엔 두 번’ 면회를 반긴다. 병원이 더 잘 케어해줄 것이라 믿어서다. 치매가 있거나, 시청각 장애 때문에 의사소통이 어려운, 특별한 경우만 예외로 뒀다.

“매년 신년사에 꼭 빠뜨리지 않는 게 있습니다. ‘2등이 따라올 수 없는 1등 병원’이란 우리의 목표죠. 아침 조회 때마다 ‘고객의 건강이 곧 우리의 (존재)가치’라는 슬로건도 외칩니다.”(김철 이사장)

(의)고려의료재단 김철 이사장. [사진=부산고려병원]
그처럼 1등에겐 늘 특별한 것이 있다. 자기 일에 대한 ‘핵심 가치’(core value)가 충분히, 그리고 잘 녹아 들어있다는 얘기다.

병원 본질에 한발 더 다가서… 이젠 정책으로 이어질 ‘패널병원’

병원의 본질인 ‘의료서비스’에서도 1등이다. 보건복지부가 지정(2011년)한 국내 제1호 ‘정형외과 전문병원’. 그때부터 지금까지 다른 병원들과 차별화한 ‘(관절)전문병원’ 타이틀을 놓친 적이 없다. 병원을 척추센터와 관절센터로 나누고, 관절 하나만 해도 의료진을 어깨, 무릎, 엉덩이, 손, 발, 발목 전문으로 구분했다. 시간이 갈수록 전문화, 세분화, 차별화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또 하나, 환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것. 그게 전세계 ‘명품’(名品) 병원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핵심 가치의 하나다. 환자를 잘 치료(cure)하고, 잘 돌보는(care) 것이 조화를 이루는 병원.

부산고려병원은 올해부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패널(panel)병원’에 새로 지정됐다. 전국에 30개 밖에 없다. 이 서비스에 대한 정책 제안과 시범사업도 가능하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넥스트 버전’(next version)이 여기서 싹트고 있는 셈이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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