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 안 걸리려면 서울에서 살아야 한다고?
[박효순의 건강직설]
지방간질환(지방간)을 고치려면 지방에서 서울수도권 같은 대도시로 이사하면 된다는 ‘웃픈’ 유머가 있다.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지방간은 과거 알코올(술)이 가장 큰 원인이었지만 몇 년 전부터는 비알코올 지방간 유병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국내 건강검진 수진자 중 복부초음파 검사로 진단된 비알코올 지방간 유병률은 16∼33%였다.
대한간학회가 발간한 ‘한국인 간질환 백서 2023’에 따르면 성인뿐 아니라 최근 소아청소년기 비알코올 지방간의 유병률과 중증도가 비만의 증가와 더불어 증가 추세여서 큰 문제로 등장했다. 소아청소년의 비알코올 지방간은 복부비만,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인슐린 저항성 및 내당능장애 등 대사증후군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보인다. 과중한 학업과 스마트기기 의존성으로 인해 충분히 운동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가공식품·인스턴트음식을 자주 섭취하게 되는 것도 지방간 발생과 연관이 있다.
연구 결과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비만인 사람의 60-80%가 비알코올 지방간을 동반하며,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의 25-40%는 비알코올 지방간염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비알코올 지방간염 환자의 5-18%는 간경변증으로 진행하고, 비알코올 지방간 연관 간경변증 환자에서 간세포암종의 연간 누적 발생률은 2.6%로 추정된다.
비알코올 지방간의 치료는 일반적으로 생활습관 개선, 대사증후군 치료, 지방간염이나 간섬유화에 대한 약물 치료, 비알코올 지방간 관련 간경변증 등의 합병증 치료 등으로 나뉜다. 대부분 환자에서 가장 중요하고 비용 효과적인 기본적 치료 방법은 식이요법 및 운동에 의한 체중감량과 같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비알코올 지방간의 치료는 동반된 인슐린 저항성, 비만, 고지혈증 등의 조절이 중요하다. 이러한 동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각각에 대한 약물 치료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식생활습관을 교정하고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질환 백서는 적절한 식이와 운동량 증가를 통한 체중감량은 비알코올 지방간을 호전시킬 수 있고 끊임없이 강조한다. 비알코올 지방간의 치료에서 식이 조절은 총에너지 섭취량 감소가 가장 중요하며, 특히 탄수화물과 지방 섭취의 조절이 중요하다. 저탄수화물과 저지방식 중 어느 것이 비알코올 지방간 치료에 더 중요한지에 대한 연구 결과는 일관적이지 않지만, 총열량에서 지방보다는 상대적으로 탄수화물 섭취 비율이 높은 국내 식이 유형을 고려하였을 때 탄수화물 조절이 더욱 중요하다.
운동요법은 인슐린 저항성과 대사증후군 개선에 도움이 된다. 국내 건강검진 수진자 3718명을 대상으로 운동요법이 복부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여부와 무관하게 비알코올 지방간 유병률의 저하와 관련이 있었다. 또한 동일한 연구에서 1373명을 대상으로 운동 강도를 유지하거나 높여서 운동을 지속했을 때 복부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과 무관하게 비알코올 지방간 발생률이 줄었다. 운동의 종류로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 강화 운동이 모두 도움이 되며, 특히 복부비만이 있거나 근감소증이 있는 경우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국내 비만 인구는 전체 인구의 대략 30-40%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25-30%가 비알코올 지방간을 가지고 있다. 전체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의 30% 정도는 제2형 당뇨병을 동반한다. 특히 비알코올 지방간은 간질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신체의 모든 대사장기(뇌, 지방조직, 근육조직, 췌장, 소·대장, 혈관, 갑상선, 생식샘 등)와 연관된 전신 질환이다. 백서에서 간학회는 "비알코올 지방간으로 인한 간경변증·간세포암종·심뇌혈관질환·대사합병증 등의 폭발적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거듭 경고한다.
비알코올 지방간 치료의 첫걸음은 생활습관 교정이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한 식품 접근을 높이고 건강하지 않은 음식 마케팅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건강한 식생활과 신체활동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에 대한 생활습관 교육에 의료수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폭식 및 과음에 따르는 고열량 음식 섭취는 비만의 위험을 높이고 비알코올 지방간의 위험도를 상승시킨다. 폭식의 진단 기준, 폭식 조장 방송 및 광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영양표시 의무화 대상 식품을 확대하여 열량, 탄수화물(특히 당류) 등의 함량을 소비자가 확인하여 건강한 식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식약처가 당류 섭취 1일 권고치를 현재보다 대폭 강화하고, 경고 문구를 삽입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