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암에 '필수'라는데...환자부담 커진 NGS 논란
심평원, 'NGS 검사' 선별급여 축소...학계 "암 정복 핵심에 있는 검사"
'종합 암유전자 검사'라고 부를 수 있는 NGS(차세대 염기서열 분석) 검사가 기존보다 60만 원가량 더 비싸졌다. 지난 1일부터 건강보험 선별급여 항목이 축소하며 본인부담률이 일부 상향한 탓이다.
NGS 검사는 종양 조직이나 혈액 표본(액체생검)에 포함한 수백 개의 유전자를 한 번에 대량으로 처리해 빠르게 개인별 유전체를 분석하고 암 등의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이상(돌연변이) 여부를 확인한다. 때문에, NGS 검사 한 번만으로도 암 발병과 암세포 전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고, 돌연변이 유전자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를 처방해 효과적인 항암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다.
해당 검사는 2017년부터 건강보험 조건부 선별급여 항목으로 결정돼 50%의 본인부담률이 적용돼 왔다. 이번 개정으로 폐암을 제외한 고형암과 혈액암 등에 대한 NGS 검사의 본인부담률은 기존 50%에서 80%로 상향했다.
이에 따라, 폐암 이외의 진행성·전이성·재발성 고형암, 6대 혈액암, 유전성 질환 등을 앓고 있는 환자는 이전과 같은 검사를 진행하는 데도 검사 비용은 30%나 늘게된다. 현재 국내 NGS 검사 비용이 대체로 200만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기존 100만 원에서 160만 원까지 증가한다.
대한암학회 "1년 내 재심 추진...학계-정부 협의체로 평가 기준 재논의"
이와 관련해 대한암학회 김태유 이사장(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은 코메디닷컴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6개월~1년 내에 심평원 재평가를 빠르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기존의 심사기준이 NGS 검사의 효용성이나 최신 임상 데이터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측면이 있기에 새로운 가치평가제도를 논의할 협의체 구성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다시 모아 다면적인 의견을 듣고 최신 임상 데이터도 반영해 심사 평가 지표의 가치 설정을 어디에 둘 지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대한암학회와 종양내과학회 등 관련 의학회가 나서 재심사 협의체를 구성하고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과의 논의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밀의료 발전으로 분자 단위 세포·유전자에 기반한 진단-치료 기술이 확대하며 '암 치료 패러다임' 완전히 바뀌고 있는 상황을 정부의 평가 기준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NGS 검사로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면 암 발병과 재발 가능성을 미리 확인할 수 있어 선제 예방관리와 즉시 치료가 가능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이제는 암 1기라고 해도 조기진단이 아니라 이미 늦은 진단"이라면서 "암 치료도 혈압 관리와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단지 현재 검사비가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환자에게 관련 정보와 선택권을 주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NGS 검사 비용이 비싸다고 하지만, 제대로 진단하고 빠르게 치료하면 전체 치료비용은 오히려 줄어든다"면서 "건강보험 재정 활용에 있어 비용 효과성도 중요하겠지만, 생명과 비교해야 하는 암환자를 위한 최선의 결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증 항암치료 필수 관문 '암 종합유전자 검사'... "급여 후퇴 시 기술 사장 우려"
지난달 30일 국립암센터가 주최한 제79회 암정복포럼에선 NGS 검사를 두고 암 학계가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당시 고려대 안암병원 박경화 교수(대한암학회 총무위원장)는 "의학계 모두가 미래 암 정복을 꿈꾸고 있는데 이 핵심엔 NGS 검사가 있다"면서 "미국과 일본 등 세계적으로도 이미 임상적 유효성을 검증하고 사실상 전면 급여 지원에 나서는 등 의학계에선 더 이상 후퇴할 수 없는 방향성"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를 비롯한 이날 포럼 발표자들은 NGS 검사가 암 치료 현장에서 CT나 MRI 영상, 혈액·조직 검사와 함께 '필수 검사' 과정이 돼가고 있다고 반복적으로 지적했다. 특히, 이미 항암치료에 실패한 환자나 정확한 치료가 시급한 중증 암 환자는 NGS 검사를 통해 치료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기존의 검사로는 분자 단위에서 세포와 유전자 돌연변이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병리과 배정모 교수 역시 "이미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사람들에게 NGS 검사는 필요와 불필요를 논의하는 단계를 넘어 필수적인 검사가 된 상황"이라면서 "특히 뇌종양(뇌암), 골연부종양, 자궁내막암, 림프종 등에선 일부 선별 환자가 아닌 전체 환자에게 NGS 검사를 시행할 필요도 있다"고 임상 진단 경험을 전했다.
아울러, 배 교수는 "NGS 검사는 한 번에 많은 검체를 모아서 분석해야 정확도가 높아지고 비용과 분석 시간은 줄어드는 기술"이라면서 NGS 검사비 부담 증가로 이용 환자가 줄어들면 의도치 않게 국내 NGS 검사 기술과 시장을 사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심평원 "검사법 넘어 치료 연계 효과 입증해야...재심 가능성 열어놔"
심평원은 NGS 검사의 경제 효용성이 충분히 입증돼야 건강보험 재정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5년간 활용할 수 있는 신규 항암제가 많은 폐암을 제외하곤 NGS 검사가 실제 치료제 처방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는 이유에서다.
폐암 전문가이자 심평원의 관련 자문위원회에 참석했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현재 정부의 건강보험 급여 방향성은 검사법보다는 약제에 대한 보장을 확대하는 기조"라며 "NGS 검사가 치료법 연계로 발전하지 못해 효과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검사법에 사용하면 공정성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심평원 측도 같은 이유를 들어 일단 이번 심사에선 선별급여 축소를 결정했지만, 향후 재심 가능성을 유연하게 열어 놓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심평원 차영주 상근심사위원은 "형평성에 맞게 진행하려면 암환자에게만 특별한 규정을 둘 순 없었다"면서 "심평원도 NGS 검사의 효용성에 대한 추가 근거 확보를 돕기 위해 지난 7월 별도의 임상연구 레지스트리(환자등록데이터)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회와 심평원 등의 레지스트리에서 충분한 근거가 쌓이면 정기 심사 기간인 5년 주기를 모두 기다리지 않아도 빠르게 재심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급여 평가체계론 발전하고 있는 의학 기술을 제대로 담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현재 '비용 지출'에 초점을 맞춘 심사 기준을 넘어 암환자의 수명 연장, 삶의 질 개선 정도, 중증 암 예방 효과, 전체 의료비용 지출에 미치는 영향 등 종합적인 치료 효과성에 대한 가치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주최 측인 국립암센터 김영우 암정복추진기획단장(위암 외과)은 심평원 심사의 가치평가 체계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중재안을 제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