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크자" 아이 키 키우려다...척추 틀어진다
사춘기에 들어가면 키가 훌쩍 큰다. ‘제2 성장기’에 들어가는 것. 해마다 10cm 정도씩 큰다.
그러다 보니 척추가 휘는 경우가 많다. 척추뼈가 제대로 자리 잡기 위해선 뼈와 함께 주변 근육도 함께 커져야 한다. 하지만 이때 뼈 성장은 빠른데, 주위 근육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
사춘기에 척추가 10도 이상 휘는 측만증이 생기는 게 여자아이들은 10~14%, 남자아이들은 5%에 이른다. 바깥 활동보단 학원 다니며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요즘 아이들의 경우 척추가 휘는 경우가 더 많다. 휴대폰을 너무 많이 봐 거북목이 될 땐, 그 아래 척추도 영향을 더 받는다.
상대적으로 키가 덜 크는 ‘저신장증’ 있는 아이들은 측만증이 더 심하게 온다. 이들은 대개 호르몬 치료를 받게 되는데, 성장호르몬 탓에 키가 급속 성장하면서부터다. 뼈와 근육 성장의 불균형이 더 극심하기 때문. 거기다 뼈조차 덜 여물었다.
다른 아이들보다 2년 정도 사춘기가 더 빨리 온 ‘성조숙증’ 아이들도 비슷하다.
갑을녹산병원 강한욱 전문의(소아청소년과·소아성장클리)은 이 문제를 일찍부터 주목해왔다. “저신장 아이들이 성장호르몬을 맞게 되면, 폭풍 성장을 하기에 측만증이 잘 생긴다”고 했다. “성조숙증 아이들 또한 어린 나이에 사춘기가 왔기 때문에 척추가 안정되지 못하고 휠 가능성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더 높다”고도 했다.
대개의 병·의원에선 사춘기 척추측만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나이 들며 괜찮아진다”라거나 “불편하면 보조기를 착용하면 된다”고 하는 정도. 척추가 많이 휘어 심장이나 숨쉬기까지 힘들다고 하면 그때야 수술을 권유하게 된다.
하지만 저성장증, 성조숙증이 있을 땐 이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성인으로 성장하면서 척추가 바르게 제자리를 잡는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나이 들어도 측만증이 그대로 굳어버릴 가능성도 크다. 젊은 나이,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도 “늘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바로 그런 때문.
척추 측만증 불러오는 저성장증, 성조숙증... 건강검진 때 흉부 X-레이 잘 살펴야
그가 저성장증이나 성조숙증을 치료하며 언제나 척추 엑스레이부터 찍고, 그 경과를 쭉 관찰해온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조기에 발견하고, 측만증 치료를 시작하면 확실히 예후가 좋아진다”면서 “아직 뼈가 부드럽기에 교정 효과를 더 분명히 보게 되는 것”이라 했다.
여기에 다양한 물리 치료법까지 복합적으로 적용한다. 슈로스(Schroth)운동법, 슬링(sling을 이용한 근육강화운동), 척추뼈 교정기법(rotation manipulation), 발란스 테이핑(balance taping) 등.
게임처럼 움직이며 몸 균형감각과 코어 근력을 테스트하는 ‘에어 발란스’(Air Balance) 3D 운동기구<사진>도 있다.
이들 모두 몸의 감각신경과 운동신경을 자극해 틀어진 몸을 바로잡아주는 ‘고유수용성 신경근 자극 치료법’(PNF). 바른 정렬(alignment) 상태로 가려는 인체 노력을 촉진한다는 개념이다.
지난달 대한PNF학회에서 ‘고유수용성 감각기관들을 자극하는 운동법들이 소아 측만 각도 변화에 미치는 효과’(양재만, 강한욱)로 우수논문공모전 대상도 받았다. PNF 치료법을 복합적으로 적용했을 때, 척추측만증 교정에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임상 사례로 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강한욱 전문의는 4일 “어린이와 학생들 척추측만증이 갈수록 늘어나는 걸 임상 현장에서 계속 느낀다”라면서 “학교에서 학생들 건강검진을 할 때 흉부 엑스레이라도 좀 더 유념해서 보면 측만증을 조기에 더 많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