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후무 록밴드를 추락시킨 것은 '술?'
[이성주의 건강편지]
역사상 가장 위대한 록밴드를 꼽으라면 대부분의 사람은 비틀즈와 함께 레드 제플린을 꼽을 겁니다. 레드 제플린은 다양한 장르를 록에 결합시키며 헤비메탈을 예술로 승화시켰으며 멤버 모두 탁월한 연주실력을 보여서, 비틀즈 멤버들을 비롯한 거의 모든 록 뮤지션들이 ‘엄지 척’을 했었지요.
이 그룹은 원래 ‘야드버즈’를 계승한다고 해서 ‘뉴 야드버즈’로 이름을 지었다가 독일의 페르디난트 폰 체펠린 백작이 만든 비행선 이름으로 바꿨지요. 1980년 오늘은 그 전설의 록밴드 레드 제플린이 추락한 날입니다. 멤버들이 이날 해산을 선언했지요.
바로 술 때문입니다. 드러머 존 보냄이 캐나다 공연 기간에 무엇 때문인지 보드카 40잔을 마시고 다음날 눈을 뜨지 못했습니다.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잠결에 구토하다가 기도가 막혔다고 합니다. 존 보냄의 사망 소식은 음악계를 충격에 빠뜨렸지요. 카마인 어피스, 코지 파웰 등 당대 최고의 드러머들이 “레드 제플린의 비행을 멈출 수는 없다”며 빈 자리를 채우겠다고 나섰지만, 남은 멤버들은 해체를 결정합니다. 고인과의 완전한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 다른 길이 없다면서···.
존 보냄이 술을 덜 마셨다면, 록의 역사는 바뀌었을 건데···. 그런데 존 보냄의 비극이 1980년 영국의 일만은 아니라는 것, 잘 아실 겁니다.
우리나라는 영국보다 훨씬 술 사고가 많습니다. 그러면서도 술에 대해서 너무 관대합니다. 술 많이 마시는 것을 자랑으로 삼고, 술 취하는 것을 부추기면서도 만일 술 탓에 사고가 나면 비난을 퍼붓는 이중적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선 문제가 생기면 술로 해결하고(실제로는 술로 해결되는 일은 거의 없는데…), 술로 우정을 쌓습니다. 서울 도심의 옥외광고판은 아침부터 술 광고를 하고, 공중파 방송에서도 술술술입니다.
그러나 과학의 결론은 단호합니다. 술은 발암물질이고 소량의 술도 건강에 해롭습니다. 와인이나 ‘코리안 라이스 와인(Korean Rice Wine)’ 막걸리는 괜찮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자담배는 괜찮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12월입니다. 코로나-19 이후로 과음하는 문화가 많이 사라졌다 해도, 올해도 송년회마다 술 사고가 일어날 겁니다. 올 송년회는 가급적 술 없이 즐겁게 보내시고, 꼭 마셔야 한다면, 맛만 음미하시기 바랍니다. 술을 마시고 한두 번이라도 사고가 난 적이 있다면, 자신과 주위 사람을 함께 보호하기 위해 술을 끊는 것도 좋습니다. 저도 술을 이기지 못해, 3년째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있는데, 제게 금주의 가장 큰 선물은 ‘맑은 정신’과 ‘상쾌한 시간’인 듯합니다.
사람마다 모두 술에 대한 ‘감수성’은 다를 겁니다. 술자리에 가서도 술을 한두 잔만 음미하면서도 즐겁다면 그것을 잘 누리면 될 겁니다. 그러나 술 때문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면, ‘자신에게서 술의 위치’에 대해 생각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쩌면 12월 송년회 시즌이 술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술이 없이도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이고, 술 없이도 즐거운 자리가 참된 교우 아닐까요? 주위에 금연 권하듯, 금주를 권할 수는 없는 걸까요?
오늘은 레드 제플린의 명곡을 듣지 않을 수가 없지요? 들어도 들어도 황홀한 록의 고전 ‘Stairway to Heaven(천국으로 가는 계단)’과 존 보냄의 진면목이 잘 드러나는 ‘Dazed and Confused(멍하고 혼란스러운)’ 이어집니다. 벌써 50년 전의 노래인데, 지금 들어도 대단하네요.
술은 인간에게 누가 주었을까 궁금합니다. 신이 내려주셨을까, 악마가 만들어 주었을까...